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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 2021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ㅣ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1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6월
평점 :
<죽이고 싶은 아이> - 이꽃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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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불편했던 소설이었다. 같은 작가의 이전 작품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는 읽는 동안 편안했고 마지막은 뭉클하기까지 한 '서툰 부모와 사춘기 소녀의 사랑 이야기'였는데, 이 작품은 전혀 다른 분위기와 내용이어서 많이 놀랐다. 학교에서 한 학생이 살해된 채로 발견되는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고인과 평소 가장 붙어다녔던 다른 학생이 지목되어 그를 심문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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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크게 불편했던 부분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부분은 '가스라이팅'이다. 최근 들어 배우 서예지 논란으로 시작되면서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었다. TV 프로그램 '알쓸범잡'에서 다루기도 하고 해서 몇 지나가듯이 본 적은 있지만 내게 그렇게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스라이팅'에 대해 간접적이지만 제대로 느끼게 된 것 같다. 피고인 학생이 피해자 학생을 노예 혹은 하녀처럼 부려먹으면서 다니는 걸 고깝게 여긴 주변 사람들은 피해자 학생에게 왜 저렇게 당하고만 사냐고 묻지만 피해자는 '친구여서'라고 답한다. 가장 친한 친구니까 피해자 학생은 선을 넘는 정도의 부려먹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심리를 조작하여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게 정말 무서운 거구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수도 혹은 했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상당히 불편하고도 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물론 결말까지 읽으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지만.. 스포는 안하고 싶으므로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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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불편했던 점은 바로 '언론'이었다. 작중에서 TV프로그램 및 인터넷 기사들이 피고인 학생을 마녀사냥 하듯이 엄청 나쁜 아이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용의자로 지목된 학생이 범인으로 확정된 상황도 아니거니와 정황 증거뿐이기만 한 상황에서 TV프로그램과 각종 인터넷 기사들은 피고 학생은 범인으로 확정짓듯이 언플을 해댔다. 그들에게 사실 여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시청률과 조회수만이 좇았다. 그 결과 피고 학생은 사회적으로 거의 매장당하는 듯한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이런 부분을 보면서 정말 불편했다. 말도 안되는 상황이어야 함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현실적이라고 느꼈던 게 참 모순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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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추리소설이라기에는 범인이 누군지를 맞히는 과정보다 등장인물들의 과거의 행실들과 피해자, 용의자 학생들의 관계성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뭔가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할만한 사회적 이슈나 잔존하고 있는 현실적 문제들을 간접적으로라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하지만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지는 않을 것 같다. 찝찝한 여운을 주는 이 책이 아니더라도 다른 좋은 재밌는 작품들이 많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