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리뷰

잠중록 1 ㅣ 아르테 오리지널 1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4월

<잠중록> - 처처칭한 ⭐️

.

총 4권에, 각 권마다 5-6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은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물론 그 전에도 '벽돌책'이라 부르는 책들을 읽어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벽돌책'을 집어들 때마다 항상 걱정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읽는 데 얼마나 걸릴까'하는 걱정. 퍽이나 나는 군생활 중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이 시리즈를 다 읽으면 왠지 전역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나는 이 책을 정말 빠르게 읽었다. 그만큼 아주 재밌었고 술술 읽혔다는 뜻이다. 나중에 군생활 독서 총결산 하겠지만, 군생활하면서 읽은 책들 중에 손에 꼽을 정도로 재밌게 읽은 소설이다.

.

사극 미스터리 소설인 <잠중록>은 네 권을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큰 사건이 총 두 가지가 있다. 여주인공 '황재하'가 가족을 죽였다는 누명을 쓴 것, 그리고 남주인공 '이서백'이 큰 사건을 당할 때마다 그에 맞게끔 변하는 기이한 부적에 관한 것. 하지만 이것들과는 별개로 각 권마다 큼직하게 다루는 사건이 하나씩 꼭 있어서 무조건 네 권을 한번에 읽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1권을 읽고 다른 책 읽다가 다시 2권 읽고 이런 식으로 독서를 진행했다.

.

물론 4권 모두가 빠른 속도로 읽힌 것은 아니었다. 이런 중국 소설을 처음 읽다보니 등장인물의 이름이 헷갈리는 것도 있었고, 사건 자체가 방대해서 나의 두뇌가 따라가기 힘들었던 것도 있다. 하지만 잠중록의 네 권 중에서 잘 읽히지 않았던 편조차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잘 읽혔다. 특히, 나의 주관적인 감상으로는 1권과 4권을 정말 재밌게 읽었다. 억지스러운 반전을 주려는 아류의 추리소설들 보다 예상이 가더라도 주인공이 그 결말을 추적하는 과정을 재밌게 묘사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결말이 독자들을 충분히 납득시킨다면, 그것이야말로 추리소설에서 추구하는 과제를 완벽히 수행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나에게는 <잠중록>이 바로 그러했던 것 같았다.

.

그럼에도 워낙 두꺼운 분량과 흔치 않은 '중국'소설이라는 점에서 독서의 초보자들에게는 추천하지 못할 것 같고, 어느 정도 소설을 읽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