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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20만부 기념 개정증보판) ㅣ 설산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2월
평점 :
<연애의 행방> - 히가시노 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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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정말 많이 읽은 것 같다. 최근에 전역하고 재난지원금으로 구입한 책이 너무 많아서 책장 하나를 사서 책을 정리하는 일이 있었는데, 작가별로 정리를 하다보니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만 책장의 한 줄 전체를 채우게 되었던 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 세어보니 30권 정도이다. 그만큼 나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는 ‘가독성만큼은 믿고 보는 작가’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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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들어 읽은 작품 중에서는 그런 가독성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읽고 실망했던 작품들도 꽤 있었는데,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 <새벽 거리에서>, <백조와 박쥐>, <십자 저택의 피에로> 등이 그것이다. 옛날 작품도 읽어봤고 가장 최근에 출간한 신작도 읽었지만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실망감을 가지려던 찰나에 <연애의 행방>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예전에 내가 느꼈던 그 가독성을 다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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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있지만 한 세계관에 같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연작소설이라고 봐도 무방한 것 같다. 각 에피소드마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출판사에서는 이 작품을 두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연애 소설을 써도 이렇게 재밌다.”며 홍보를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내가 읽기에 이 책은 절대 연애 소설이 아니다. 그저 줄거리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게 되는 막장 소설인데, 다루고 있는 소재가 연애일 뿐인 것이다. 보통 연애소설이라 함은 남녀 사이에 사랑이 싹트게 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그 주인공들의 감정 묘사가 섬세하게 표현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것보다는 이야기 진행에 초점을 둔 것 같다. 그래서 보면 “개막장이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며 웃음이 난다. 거기에 가독성까지 더해져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킬링타임용 소설이지, 절대 로맨스소설로 장르를 분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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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나면 헛웃음이 나온다. 읽고 나서 남는 게 없다. 하지만 읽는 동안은 유쾌하고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킬링타임용 소설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연애 소설을 읽으며 남녀 간의 감정에 공감하고 싶은 사람들보다 흘러가는 이야기가 재밌는 그런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하지만 돈주고 사서 읽을만큼의 소설은 아닌 것 같다. 그저 도서관에서 빌려읽을만한 정도인 듯 싶다. 물론 지극히 내 주관적인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