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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ㅣ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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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을 한번쯤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많은 북튜버 분들이 추천하기도 했고, ‘방구석 1열’이나 ‘요즘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등의 방송에서 출연하신 걸 봤을 때 재밌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이 작품을 발견했다. 내가 좋아하는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기도 하고 <한국이 싫어서>라는 직설적인 제목이 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내 지갑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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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그대로 ‘한국을 싫어하는’ 주인공 ‘계나’가 호주로 유학을 가는 이야기이다. 별다른 내용은 없고, 호주로 유학을 가기까지의 과정이나 호주에서 맞닥뜨리는 일 등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되어 전개된다. 하나의 큰 사건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과정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불호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나는 괜찮았다. 중간중간에 시니컬한 웃음이 나오는 게 마치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떠올랐다. 단지, 소재가 ‘멜로’가 아닌 한국의 뼈저린 현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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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했다시피 책을 읽다보면 ‘피식’하는 웃음이 나온다. 이런 웃음은 재밌거나 웃겨서 나오는 웃음이라기보다는 쓰라린 현실에 대한 공감에서 유발되는 ‘웃픔’의 감정인 것 같다.
🗣 “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 내가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그 톱니바퀴가 되었다 해도, 이 톱니바퀴가 어디에 끼어 있고 이 원이 어떻게 굴러가고 이 큰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그런 걸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 “중년 남자들이 <빙고>를 부르는 이유는 다들 너무 힘들어서 아닐까. 다들 이 땅이 너무 싫어서 몰래 이민을 고민하는거지. 그걸 억지로 부정하고 자기 자신한테 최면을 걸고 싶은 거야,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어.”라고,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라고. 그런데 이민을 가면 왜 안 되지?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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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주인공 ‘계나’가 한국을 싫어해도 너무 싫어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한국을 싫어한 적이 없진 않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 시험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의 높디 높은 교육열을 욕하기도 했고, 임용고시나 공무원 시험 등의 미쳐버린 경쟁률을 보며 내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일시적일 뿐이고, 난 우리나라가 싫지 않다. 인터넷 속도는 세상에서 제일 빠르고, 카페에 노트북이나 지갑을 두고 가도 누군가 훔쳐갈 걱정 안해도 되고, 수돗물을 식수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그래서 주인공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자니 답답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나중에 가선 주인공 스스로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본인의 행복을 위해 유학을 선택했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한 감정이 들긴 했다.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녹록치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는 그것을 극복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유학을 간다는 게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난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