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2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 2
박경철 외 지음 / 리더스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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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중구난방 식으로 이 책 저 책 기웃거리고, 무엇을 읽을까 갈피를 잡지 못할 때 나는 책읽기의 고수들의 고언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다. 물리적 나이가 나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새파란 후배이더라도 그들의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많은 정보를 얻는다.  그 중에도 우선 챙겨보는 목록이, 명사들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책이다.  

  각 대학 교수들의 강추 책을 보면 고전이 많다. 초보자인 나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약간은 식상함이 느껴지고, 너무 어렵고 이론서들을 많이 추천한다는 점이 맞지 않는다. 임마뉴엘 칸트의 <순수 이성 비판>이니 밀의 <실락원> 등 제목만 들어도 만정이 떨어지는 목록이 많다. 자크 랑캉이니, 프로이트, 융, 푸코, 데리다 등은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한편으로는, 나의 능력 부족을 한탄하며 그나마 여가를 음주가무로 보낸 세월이 후회가 아니 되는 것은 아니다. 흥미 위주의 피하고 좀 진지한 책읽기를 하여야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언젠가 도서관에서 고1 짜리가 프로이트를 읽고 있었는데, 경외심이 생겨서 이해가 되는가 물어 보았다. 그 아이 말이 ‘천천히 읽으면 재미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 아이는 학교 성적도 우수하다고 한다. 부럽고 두려웠다. 그러다, 할 수 없지, 내가 가진 재능만큼 선택하여 읽을 수밖에 하는 체념이었다.

 필자들은, 이 책의 제목처럼 한 권의 책이 인생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한다. 당연하다. 한 권이 어느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 째 지배 한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들은 자신이 읽은 책들을 이렇게는 말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나를 가둬두었던 금기가 깨지고, 고식적인 것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내가 이르지 못한 생각에 접하고,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을 마주할 수 있다. 참 인생에 이르는 길을 알려주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다. (박경철, 9쪽)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꿨을까? 라는 극적인 이야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추상명사로서의 책’이란 존재가 내 인생을 바꾼 것은 분명하지만 정말 극적이고 드라마틱하게 내 삶의 궤적에 영향을 준 ‘한 권의 책’이 내게는 없기 때문이다.”(미래에셋 이사 이상건, 189쪽)

 

시골의사 박경철 ; “‘논어’의 구절을 인용하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 즉 논어에 대한 소극적이고 원문 해석 이해의 수준을 벗어나 의역하고 현대에 적용하여 본다.” 그가 지금까지 가장 많이 있는 책이다. 논어 주해가 나올 때마다 보아야 속이 시원할 정도라고 한다. 요즘 잘나가고 있어 그를 표지 대표 필자로 하였을 것이다. 박경철은 다방면의 재주꾼이다. 외과 전문의면서 글도 잘 써 제목이 확실치 않지만, 나도 읽어 본 <아름다운 동행>은 베스트셀러이다. 특히 우리나라에 주식이 활성화 되지 않았을 때, 아마존 외서를 통하여 전문가 된 최초의 미네르바이다.  

경영전문가 공병호 : 13년의 조직 생활을 접고, 혼자 1인 기업을 끌어가야 하는 불안한 시기에 자기와 너무 흡사한 찰스 핸디를 <코끼리와 벼룩>이라는 책을 통해서 만난다. 찰스 핸디는“나는 자유를 얻기 위해 안정을 내팽개치고 바로 그 새롭고 무모한 모험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다.(24쪽) 자유, 바로 그 단어를 위해서 나 역시 모험을 무릅쓰고 있지 않은 가?

 공병호의 경영 독서 노트 류의 책이 읽는데 나에게는 별 공감이 가지 않아 읽다가 던져 버렸다. 노무현 시대에 조중동에서 당시의 정부를 까기 위해서 공병호를 많이 등장 시킨 걸로 기억한다. 그만큼 그는 보수주의자가 아닌가 생각한다. 토사구팽인가. 그들 신문이 조순형을 버렸듯이 요즈음 공병호도 잘 안 나온다. 내가 신문을 안 봐서 그런지 몰라도. 

 불확실하고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가는 저자에게 계속 등을 두들겨주고 격려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바로 확신과 용기를 주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책의 위대함을 말한다. “작가의 힘이란 참으로 위대하다. 시공간을 넘어서 글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 격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28)


 자기 개발서 작가 이지성 : 새뮤얼 스마일즈 뇌졸중을 이긴 작가.<검약론> <의무론>
   “셀 수 없이 많은 자기계발 서적을 읽으면서 나는 ‘생생하게(vivid) 꿈구면(dream) 이루어진다(realization)는 R=VD 공식의 힘을 알게 됐고, 이 공식을 열심히 실천했다. ”(38쪽)

“나는 사고방식만 변화시키고 행동은 변화시키지 못했는데, 새뮤얼 스마일즈의 <자조론>을 읽고서 생생하게 꿈꾼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80번, 아니 800번의 거절을 당하더라도 웃는 얼굴로 다시 일어나서 어제보다 더 힘차게, 더 뜨겁게 미래를 향해 달리는 사람, 그게 바로 꿈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39쪽)

작가 권기태 : <우주로부터의 귀환>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작가 조성기 : 집에서 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집안에 몰락하고 풍지박산이 되었다. 하루에 한 끼 먹으며 대학을 다니며, 군대생활이랑 비슷하다는 취지에서 읽은 빅터 프랭클린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다시 접했다.
135쪽에 이런 구절이 나온단다
“이런 모든 것으로 우리는 이 지상에서 두 가지의 인간의 타입이 존재함을 배울 수가 있다. 즉 품위 있는 선의의 인간과 그렇지 못한 인간인 것이다”
“산다는 것은 고통을 당하는 것이고, 살아남는다는 것은 고통을 당하는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109쪽)


리더쉽다양성센터 주희진 : 결혼과 박사과정 입학을 동시에 하고, 두 가지 모두 배신과 실망으로 힘들 때 주위의 권유로 마사 베크의 <아담을 기다리며>를 읽게 되엇다. “정해진 삶의 각본은 없으며, 언제든 뜻하지 않게 수정될 수 있다. 즉흥 변주곡처럼 수정되어가는 수정본이 진짜 나의 인생이다.”(129쪽)


소설가 김진규 :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거의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아니 아버지와 친하지 못했고 오히려 증오했다. ‘당연하게도’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하지만 나는 거의 울지 않았다.(138쪽)“ 어린 날 이후, 나는 내내 아버지의 죽음을 ‘기대’하고 살았다. ‘차라리 빨리’, ‘그냥 어서’, 틈틈이 그런 마음을 먹곤 했다.”(142쪽)

김진규도 그렇지만, 장정일은 자기 아버지가 죽으니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이것은 역설적이 아닐까.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증오도 하지 않는다.  그냥 잊어버리는 것이다.

"가끔 아버지를 느낀다. 집안이 지나치게 적막할 때, 새벽이 유난히 푸를 때, 함께 사는 강아지가 현관문을 가만히 응시할 때, 나는 저절로 ‘아버지셔?’ 한다.“(144쪽)

“<부서진 사월>을 읽고 나는 환장했다. 울었고, 울었고 또 울었다.”나도 이스마일 카다레<부서진 사월>을 읽고 환장해 보아야 겠다.

인력개발 전문가 안상헌 : 너무나 유명한 정호승의 <슬픔이 기쁨에게>의 시를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내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새로운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생활적인 면에서는 글을 쓰기 시작한 삶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이다.”(150쪽) 
 
 달랑 시 한편이 이렇게 한 사람의 삶에 개입할 수 있는 게 놀랍다. 그의 말대로 군대 가서 짧고, 읽기 용이하기 때문에 시를 많이 읽고 외워서 그런 것은 아닌가? “군대를 갔다. 고립된 군 생활 속에서 나를 위로해준 것은 시였다. 많은 시를 읽고 외웠다. 야간 경계근무를 설 때도 행군을 할 때도 심지어 밥을 먹을 때도 늘 곁에 시가 있었다.”  태백산맥의 조정래가 글을 쓰기 위해 모든 욕망을 자제하고 심지어 밥도 적게 먹었다고 하더니 그의 노력이 가상하다.

현대리서치연구소 대표이사 이상경:  로맹 롤랑 <매혹된 영혼> 절판 <장 크리스토프> “지난 지금도 가끔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남자의 삶 뒤에서 내조하며 사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하물며 2차 세계대전 직전의 불안한 시대에 자유를 얻고자 하는 여성이 겪어내야만 하는 고단함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165쪽)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바이올리스트로 ‘음악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한 현악사중주단의 리더다. 예당아크 TV의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을 통해 또 한 번 클래식 음악계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강의 쇼’는 방영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다양한 재능의 소유자로 뛰어난 언변과 글솜씨로 한국일보 칼럼과 많은 월간지에 글을 연재. 디자인 컴 실력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다.(220쪽)

데 크레센초의 <그리스 철학사> ‘대중화’를 어떻게 이루어내느냐를 보여준 선례였다. (218쪽)

 전교육부장관 문용린: 로버트 라이시 <부유한 노예>  “당신의 삶은 이미 균형을 잃었다. 온종일 일만 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과연 행복한가?” 열심히 일해 가정을 지키고 출세도 하고 남들처럼 소위 성공했다는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라이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가족과 친구와의 정감 어린 교분, 나의 내면을 채우는 자아 실현, 그리고 내 것을 나누고 타인을 위해 무언가를 했을 때 오는 충만감----(244)

돌아가신 어머니가 하셨던 말을 내게 아내가 전했다.
“어느 명절인가 어머니가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당신을 어렸을 때부터 공부만 할 줄 알았지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요. 어느 때는 저만 아는 이기적인 놈이라는 생각이 들어 얄밉기까지 했다고 하시던데요?”(245)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으면 그런 기분이 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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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기의 방법
유종호 지음 / 삶과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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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사람이, 시를 읽는 것은 우주를 대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시가 얼마나 굉장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 본다.  얼마나 시가 주는 울림이 크면 그런 엄청난 비유를 했을까. 나에게 시는, 도통 모를 소리를 비비 틀고, 남이 안 쓰는 표현으로, 읽는 사람의 수고만 더 하는 것으로 여겨 왔었다. 의식적으로, 시를 주체적으로 읽지 않았다. 어떤 필요에 의해서, 요령부득해서, 남이 요약해 놓고 낱낱이 칼질해 엮은 텍스트를 읽는 것으로 만족해 왔다.

  시가 산문보다 대하기 어렵고 불편할 수도 있다. 시인이 몇 번의 연금술로 다듬어 태어난 언어의 결정체인 시는 쉽게 근접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왜 그렇게 비교적 짧은  형식에 여러 장치를 해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내 생각으로는 시인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독자에게 확연하게, 충격적으로 느끼게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한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언감생심 나는 흉내도 못 낼 정도로 조숙하고 적극적이다. 그들은 중학교 때 벌써, 필이 오는 시를 발견하여 읽느라 서점의 서가를 오랫동안 떠나지 못했다 하니 놀랄 수밖에.

 누구는 시인은 귀족이고 산문을 창작하는 자는 평민이라고 했다.  시인은 태어나지 만들어지지 않으며, 산문을 쓰는 자는 어느 정도 자기 연마를 통하여 가능하다고 한다.   돌려 말하면, 시를 읽는 자는 명석하고 산문을 좋아하는 사람은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진다는 말인지? 어디서 보니, 시인은 초반에 왕성해서 중년의 나이가 되면 쇠퇴한다고 한다.  위의 내용과 어느 정도 상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쉽게 일반화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명석한 측에 들기 위하여 서든, 아니면 타성에 젖은 시 감상법에서 벗어나려는 뜻에서건, 이런 저런 이유로 시를 공부해 보기로 했다.  그대서 우주를 대면하듯이, 귀족들이 궁싯거리며 고통스럽게 쏟아 놓는 언어의 마력에 빠져들고 싶었다.

그래서 집어들은 책이 유종호 교수의 <시란 무엇인가>이고 동 저자의 <시 읽기의 방법> 이후 두 번째이다. 유교수는 우선 서문에서 나쁜 시를 골라내는 법을 알려준다.
“남의 흉내를 냈다든지, 상투적인 생각이나 표현이 많다든지, 절제나 균형감 없이 군말이 많다든지, 지나치게 조작적이라든지, 어휘 구사상의 적정석이 없다든지 한 시를 서투르거나 빈약한 시로 본다.”(5쪽)

 그러면 시 읽기란 무엇인가? 저자는 “훌륭한 문학 작품은 크건 작건 사람살이와 세상에 대한 독자적인 발견을 보여주고 있고 또 언어적 세목에서 새로운 발명을 보여주고 있다. 이 새로운 발견과 발명을 알아차리고 공감하고 감탄하는 것이 독자의 소임이다.”라고 말한다.

두엄                                  


문명과 나의 관계는 시큰둥하고 권태롭다.
그래도 결별은 없다.
자동차, 컴퓨터, 휴대폰, 그 광고들의 난리 속에서
내 피난처는 무심,
그래도 피로와 적의 속에서 늙는다.
어제는 턱수염의 흰 수염이 부쩍 늘어난 걸 발견했다.
이건 자연의 妙用이고 日月이 흘러간다는 증거이며
내가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소식이다.  (중략)
우두벌의 그 아지랑이,
이웃집 바보처녀에도
두엄 냄새 속에서 괜히 침을 흘리며
한적한 마을을 낮도깨비처럼 실실 웃고 돌아다니던----  (최승호)

22행으로 된 비교적 느슨한 구성의 작품으로 생각의 흐름을 자유롭게 적고 있다.(252쪽)  어느 정도 시의 흐름을 통해서 알 수 있지만, 마지막 대목이 읽혀지지 않을 수 있다. 왜 이웃집 바보 처녀는 침을 흘리며 실실 웃고 돌아다니나?
 저자는 이렇게 풀이하여 우리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시골 소음이나 마을에서 성장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경험했던 그림이다. 가족 비밀의 은폐가 불가능한 정황이었고 그래서 봄날 같은 때 낮도깨비처럼 실실 웃으며 마을을 쏘다니는 좀 모자란 처녀아이는 한 동네에 하나 정도는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254쪽)
 어느 마을이든지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그들도 서투루지만 마을에 편입되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갔는데 요즘은 보기가 어렵다. 그래도 큰 문제없이 그들과의 추억이 그립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은 모두 어떻게 살고 있는가?

해바라기의 비명(碑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가운 빗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라.
푸른 보리밭 사이로 하늘을 쏘는 노고지리가 있거든 아직도 날아오르는 나의 꿈이라고 생각하라. (함형수)

고교 문학 책에도 많이 등장하는 시이다. 그런데 이 시인이 짧은 생애로 요절하고 그의 시도 과작(寡作)에 시집 한 권 펴낸 바 없다. 이 <해바리기의 비명> 달랑 한편으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이 시는 자기의 무덤 앞에 비석을 세우지 말고,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고 한다. 그만큼 치열하게 꿈꾸면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려 함이라. 해바라기의 노란 색처럼 힘 있게 열심히 정열적인 삶을 노래한 것이다.  노란 색을 가장 많이 쓴 화가는 고흐다. “서른을 경우 넘기고 세상을 뜬 함형수는 반 고흐처럼 정신 착란을 일으켰었다 한다.”(97쪽) 노오란 해바라기처럼 정열적으로 살다간 시인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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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나간다
지셴린 지음, 허유영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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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지난여름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읽게 되었다.
 
 요즈음 사무실 내에서 막말하는 직장 동료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달래도 보았고, 하소연 섞인 부탁도 여러 번 했지만 소용이 없다. 젊은 동료들 앞에서도 같은 연배의 이름을 자기네 개 이름 부르듯이 부르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지껄여 댄다.

  ‘뭇사람들의 말이 쇠도 녹인다.’(衆口鑠金) 는 말이 있듯이, 농담 같은 말도 반복되다 보면, 괜한 사람에게 본인이 원치 않는 이미지를 덥혀 씌울 수가 있다.

   다 내 잘못이다. 그에게 나를 너무 오픈 시키었다. 말조심하고 쉽게 접근을 허용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시하지도 못하면서 너무 쉽게 나를 열었다. 그의 전술에 말려들었다.

  사무실에 들어가기가 싫다. 위기이다. 계속 생각이 떠오른다. 이 자를 어떻게 할 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 무순 일 때문에 읽다가 그만둔 지셴린의 『다 지나간다』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천신만고 끝에 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그의 프로필을 보니, 아주 오래 전 읽은 『우붕잡억』도 이 작가의 저작이다.  뜻밖이다.  그 책에 대한 기억은 얼마 없다.  중국 문화혁명 때 ‘하방’이라는 고통스러운 광풍을 겪은 저자의 자서전 같은 내용이다.   갑작스런 동기로 이 책『다 지나간다』를 읽으려고 시작했을 때, 공교롭게도  지셴린이 이틀 전에 사망하였다고 보도 한다. (98세)

          
  * 가고 싶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만 한다면 울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히려 웃으며 가는 것이 자신에게 더 좋지 않겠는가? (17쪽)
  하지만 사람은 논리적일 뿐만 아니라 감정을 지닌 동물이다. 머리로는 받아들여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또 사람의 감정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자신의 인생길을 ‘웃으며 간다’고  마음 깊이 받아들이려면 긴 시간 동안의 훈련과 수양이 필요하다. ⇒  공감이 간다.  잘 알면서도 실행이 쉽지 않은 것이 또한 인생이다. 광고 카피에 이런 말도 있지 않는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 생과 사도 시간의 범주에 속한다. 대부분 생과 사를 완전히 대립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고대의 도가에서는 “만물은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고 단정하고, 생과 사를 변증적으로 연결해, 태어나면 곧 죽는다는 관계를 정확하게 지적해냈다. 탁상시계의 초침이 한 번씩 뛸 때마다 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조금씩 자라고, 또 동시에 그만큼 죽음에 가까워진다. (21쪽) ⇒  그렇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고령이고, 온갖 학문과 지혜를 겸비했다고 하더라도 질병과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찾지 않는가? 80세가 넘은 고령의 부친을 모신 한 동료가 전하는 말은 나를 혼동 시킨다. 병원에서 퇴원하라고 해도, 동료 부친이 울면서 집에 가면 죽는다고 퇴원을 급구 만류한다고 한다.  아무리 고령이라도 죽음은 불랙 홀이고 두려움의 대상이다.

* 우리의 인생이 완전하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누구에게나 읽기 힘든 경전은 있다.“ ”불완전한 것이 비로소 인생이다.“ (32쪽)  ⇒  자기만 잘 났다고 날뛰는 자도 인간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법, 겸손해야하고 남의 허물을 덮어주고 한없이 관용과 너그러워야만 한다.

* 행운이 찾아와도 불행을 생각하며 득의양양하지 않고, 불행을 겪어도 행운을
떠올리며 심하게 좌절하지 않아야 한다. 언제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이것이 바로 오래 사는 길이다.  행과 불행은 언뜻 보면 대립적 개념으로 파악할 수 있으나 이 두 가지가 서로 의존적이며 사실은 똑같다고 할 수도 있다.  노자가 말하길 “화의 곁에 복이 기대어 있고, 복의 곁에 화가 엎드려 있다.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그 바름이 없으니”(행운과 불행의 변증법적 관계) (34쪽)  ⇒ 인간만사 塞翁之馬요,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고 하지 않았는가. 즉 塞翁禍福이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 나는 “천재는 70퍼센트의 근면과 20-30퍼센트의 재능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좀 더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천부적인 소질 + 근면 + 기회 = 성공’⇒ “천재는 99퍼센트의 근면”에서 많이 현실화 되었지만, 나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센리의 말에서 근면과 재능을 바꾸어야 된다고 본다.

* ‘知足常樂’즉 ‘분수를 알고 지켜 항상 즐겁게 산다’는 뜻이다. ‘백조를 잡아먹고 싶어 하는 두꺼비’처럼 늘 대단한 것을 손에 넣으려 한다. 자기 분수에 만족하자.  ⇒ 安分知足하라는 말인데, 이 역시 인간이기에 잘 안 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으니, 미망에 쌓여 죽음의 늪인 줄 모르고 무조건 들이댄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천재지변이나 의외의 사고 같은 수동적인 스트레스는 예측할 수가 없으니 기우 따위는 버리고 그저 태연자약하게 살면 된다. 반면 능동적인 스트레스는 자기 자신에게서 시작되는 것으로 ‘불평하지 않고 투덜대지 않는다면 자기 자신에 의한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다.’(54쪽) ⇒ 나는 무종교인 이지만, 착실히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잘 극복한다. 신이 주신 시련이라고 알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 “커다란 조화의 물결 속에서 /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 다시는 혼자 깊이 생각 마시게.” 도연명 <신석>
‘죽을 때가 되면 죽으면 그만이니 곰곰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인생 백 년 사는 동안 / 하루하루가 작은 문제들의 연속이었네.
제일 좋은 방법은 내버려두는 것. / 그저 가을바람 불어 귓가를 스칠 때까지 기다리세.“ 지센린 ⇒ 몇 십년 우여곡절을 겪은 지센린도 아흔 살이 넘어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하니, ‘끝내는 것’은 결코 쉬은 일이 아니다.(56쪽)

* “내일이면 또 오늘을 그리워하리” 현재의 생활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가.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의 ‘현재’도 몇 년이 지나면 ‘옛날’이 될 것이니, 그때 가서 또 지금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59쪽)

* 문화대혁명 중에는 ‘염라대왕’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억울하게 모함을 당하고, 말도 못하는 잔혹한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牛棚에서 석방된 후로 접촉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잘 나가던 때 내 앞에서 굽실거리던 사람도 못 본 척 지나가버리는 수모를 겪는 ‘非 인간’으로 철저히 소외된 삶을 살아야 했다. (요약) 난 날 힘들게 한 그 사람들을 (알 때렸던 사람까지 포함) 원망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의 입장이었더라고 그들보다 더 잘 행동했을 거라고 장담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67쪽) ⇒ 인간의 삶에는 누구나 浮沈이 있는 법 참고 기다리면 다 지나간다.

*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일, 독서 ⇒ 지 셴린의 독서론은 안 읽어도 무방하리 만큼 평범하다.

* 작자가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에서 사마천의 <<사기>>등 있는데, 눈에 띄는 것이 내가 읽다가 던져 버린 조설근의 <<홍루몽>>이다. 이 책은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문맥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지 셴린은 내가 힘들게 여겼던 부분을 달리 말하고 있다. “수없이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짧은 몇 마디만으로도 생명을 불어넣고,영원히 잊지 못할 인상을 남긴다.” 는 평가와 함께 “영롱하게 빛나는 진주 같다." 로 극찬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홍루몽>>에 도전해 보아야 하나 망설여 진다.(126쪽)

* ‘접근해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우붕에 수감됐을 땐 철저히 외톨이로 지냈지만, 그 대신 <<라마야나>>를 완역했다. ⇒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경우이다. 지치고 힘들 때, 상실감이 시도 때도 없이 엄습할 때 책을 읽자. 읽어야 이긴다. ‘讀萬卷書 破萬里波’(만권의 독서를 통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낸다.) ‘讀萬卷書 行萬里路 만권의 책을 읽어 만리의 길을 여행하는  속에 인생대답이 들어 있다.)

* 지 셴린이 한 때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의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운과 복도 많이 따랐다고 본다. 우선 그는 30세 젊은 나이에 베이징 대학 교수로 임명되어 잘나갔다. 지금은 어림도 없지 않은가. 겹 학위와 뛰어난 업적이 있는 젊은 교수들이  기득권에 밀려 보따리 장사로 전전한다고 한다. 또한 그는 98세를 살았다. 오랫동안 존경받는 교수로서, 泰斗요 국보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명예를 거머쥐었다. 어디 그게 인위적으로 될 일인가. 이 책으로 볼 때, 평소의 그의 삶은 희로애락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달관한 성격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을 것이다. 또한 섭생에 유의하며 건강도 챙겼으리라.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타고난 유전자의 영향이 컸으리라.

* 건강 비결은 ‘대범하게 생각는 것’이다. 그러나 실천하기가 어렵다. 늘 옹졸하게 작은 일에 연연하고 명리를 손에 넣기 위해 전전긍긍한다. 명리가 사람을 옭아매는 멍에와 올가미가 되었다.186  ⇒ 누구에게나 욕망은 있다. 그러나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천하를 호령하는 황제와 독재자도 ‘세상사 십중팔구가 여의치 않았다.’ 잊고 기다려라. 다 지나간다.     
 

 * 죽음에 대하여. 도연명 <신석>
늙으나 젊으나 죽기는 매한가지 / 어짊과 어리석음은 가늠할 수 없네.
취하면 잊을 수 있다 하나 / 오히려 늙음을 재촉하는 것!
선한 일을 이루면 기쁘다 하나 / 누가 있어 그대를 알 것인가.
너무 깊게 생각하면 도리어 삶이 다치게 되니/ 마땅히 대자연의 운에 맡겨두어야지.
커다란 조화의 물결 속에서 / 기뻐하지도 두려워하지도 말게나.
끝내야 할 곳에서 끝내버리고 / 다시는 혼자 깊이 상각 마시게.216

⇒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한 글이 많이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머리 위에 다모클레스의 검을 걸어 놓은 채 살고 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생사를 놓고 너무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라고 강조 한다. 강한 긍정은 부정이 존재하듯이 이 노학자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쉽게 떨쳐 버릴 수 없었나 보다. 인간이기에. 삶 자체가 부조리하고 생로병사가 다 하늘의 뜻이거늘. 너무 집착하지도 소홀히 하지도 마라. 적당히 살아라. 

- 거칠고 변화 많은 세상에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 걱정할 것이 없으리.

- 슬픔도 고통도 한순간,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그러나 삶은 ‘살아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오늘을 사는 것. 하루하루를 매만지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고통스러워하던 오늘은 바로 어제가 되어 등 뒤에 서있게 된다.


셸리의 말처럼 “겨울이 왔다면 봄 또한 멀지 않다”고. “겨울이라 잎사귀는 모두 떨어졌지만, 새 움이 나뭇가지 안에 잔뜩 웅크린 채 봄날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아흔아홉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당신도 봄날의 꿈을 꾸자고 말이다.


- 쉽게 득의양양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 것. (요즘 감정기복이 스스로 생각해도 심한 것 같아서 마음에 새겨야 할 것 같다)
- 세상은 한 결 같이 냉담한 것이니 섣불리 원망하기 전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고 생각해볼 것. (역지사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더니 또 듣고야 말았다..ㅋ)
- 참는 것이 가장 큰 미덕이다. (참기 힘들 땐 어찌해야 할까. 아! 갑갑한지고..)
 - 아늑함을 만들 것. (아무리 생각해도 도망칠 구석을 만들라는 것 같다..ㅋㅋ)
- 자투리 시간의 중요성, 시간은 생명이다. (시간도 저축이 되면 참 좋을텐데..^^)
- 쓸데없이 말을 많이 하지 않도록 할 것. (말 많은 인간을 싫어하면서 떠벌떠벌대지 말자..ㅋㅋ)
- 대접 받고 싶은 욕심을 버릴 것. (이건 솔직히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좀 듣고 실천해줬으면 한다.. 아.. 꼴뵈기 싫은 인간들이 생각났다.. -_-)
- 매사에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 (맞다.. 나도 한 때는 그랬었지..)

[마광수의 馬Q정전] 삶을 비관하세요, 맘이 편해져요. 마광수 연세대 교수
            (어느 신문기사 인용. 남다른 삶의 지혜)

    인생을 살아나가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낙관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과 비관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 두 방법 가운데 비관적인 인생관 쪽을 택하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의아해할 것이다. 요즘은 누구나 긍정적인 사고, 또는 낙관적 희망 같은 것을 강조하며 소위 '마인드 컨트롤(mind control)'에 의한 운명 개척법 같은 것이 많이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인생이란 원래부터 부조리한 것이고 생로병사의 고통으로 점철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억지로 긍정적인 인생관을 만들어봤댔자 결국 더 큰 절망과 환멸을 가져다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나는 실존주의자들의 인생관이나 석가의 인생관을 나의 인생관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나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자주 든다. 즉, "배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가 한 대 얻어맞는 것이 훨씬 덜 아프다"고 말이다.

권투 시합을 보면 복부를 겨냥하고 때리는 경우가 많다. 나 같으면 살짝 한 대 얻어맞기만 해도 금방 고꾸라져버릴 것 같은데 권투 선수들은 수없이 얻어맞고도 끄떡없다. 그들이 긴 연습기간을 통해서 맞는 훈련이 되었고 또 미리부터 얻어맞을 것을 예상하여 배에 잔뜩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배에다 전혀 힘을 주지 않고 있는 상태는 곧 낙관적인 인생관을 견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과 같다. 반대로 배에다가 잔뜩 힘을 주고 있는 상태는 비관적인 인생관을 견지하고 살아가는 것과 흡사하다.

인생은 결코 노력에 정비례하거나 우리의 계산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다. 좋다는 보약 다 먹어보고 소위 무공해 식품으로만 이루어진 식단으로 식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에 치여 죽을 수도 있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독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인플레가 너무 극심하여 화장지로 밑을 닦는 것보다 지폐로 밑을 닦는 것이 더 싸게 먹힐 정도였다고 한다. 어떤 형제가 있었는데 형은 열심히 저금을 했고 동생은 열심히 맥주만 마셨다.

그런데 인플레 때문에 열심히 저금한 사람의 돈은 휴지 조각이 돼버렸고 열심히 맥주만 마신 사람은 나중에 그 빈병들을 팔고 보니까 저금한 사람이 모은 돈보다 훨씬 많은 액수의 돈이 되더라는 것이다.

그만큼이나 인생은 불안한 것이고, 종잡을 수 없는 것이고, 예측 불허의 난관이나 행운들이 중첩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비유를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놀기만 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미래에 대한 과도한 기대나 희망을 억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요즘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각종 우울증이나 자폐증 등은 모두 다 '급격한 절망'에서 온다.

과도한 기대는 반드시 과도한 실망과 낙담을 불러일으키고 '시큰둥한 기대'는 오히려 의외의 좋은 결말을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비관적 인생관이 훨씬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석가는 인간의 모든 고통은 욕망에서 온다고 가르쳤는데, 만약에 욕망을 완전히 없애버릴 수만 있다면 열반의 세계가 열린다고 했다. 예수도 '마음의 가난한 자'가 복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욕망을 완전히 없애기란 우리 같은 범인(凡人)으로서는 불가능한 노릇이다. 그러므로 욕망을 점점 줄여나가는 편이 아주 없애려고 애쓰는 것보다 낫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인간의 행복은 다음과 같은 등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성취/욕망

사람들은 분모인 '욕망'을 줄여나가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분자인 '성취'를 늘려나가려고만 애쓴다. 하지만 분수(分數) 전체의 값으로 볼 때, 분모를 줄여나가는 것이나 분자를 늘려나가는 것이나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분모를 줄여나가도록 애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즉, 비관적 인생관을 가지고 별 희망을 품지 않고 살아간다면, 오히려 의외의 세속적 행복이 따라와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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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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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시기와 기회를 잘 만났다면 벌써 교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교수가 되려는 노력도 할 만큼 해 보았다 한다.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기득권을 가진 기존 교수들의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어느  지방 국립대학 몇 군데의 교수 프로필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영어 교육과인 데, 모두 석ㆍ박사를 국내에서 하고, 모교 출신이던지 아니면 인근 대학 출신이었다. 꼭 외국에서 학위를 받아야만 실력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영어 관련과는 적어도 영어권 나라에서 몇 년은 공부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녀는 지금도 <연구공간 수유 +너머>에서 열정과 끈기로 공부하면서 “지금 나의 일상에는 ‘공부와 밥과 우정’이 충만하다. 고로, 나는 인생역전에 성공했다.”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공부에는 ‘적당한 연령대에 오직 학교에서 하는 것’에 쌍 손을 들고 반대한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읽고, 배운다는 취지에, 원문을 되도록 많이 인용하여 기록해 놓는다.  

 “이건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인간은, 아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뭔가를 배운다. 살아 있음 자체가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뭔가를 끊임없이 학습하는 과정 아닌가.(37쪽) 100프로 공감 한다. 지금 나도 7시에 퇴근하여 도서관에 쭈그려 앉아 뭔가를 궁싯거리고 있지 않은가.

 또한 공부는 ‘젊을 때, 머리가 좋을 때 하는 것’이라는 건 말짱 거짓말이 라고 역설한다.  “ 자기가 넘어서는 것일진대, 거기에는 우와 열이 있을 수 없다. 그저 자기가  선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갈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할 따름이다. “남이 한번 해서 그것에 능하다면 가지는 천 번 할 것이다.”(『중용』, 人一能之 己百之 十人能之 己千之)  밥을 먹고 물을 마시듯 꾸준히 밀고 가는 항심(恒心)과 늘 처음으로 돌아가 배움의 태세를 갖추는 하심(下心), 공부에 필요한 건 오직 이 두 가지뿐이다. (49쪽)

독서와 공부는 별개다?’라는 데, 강력히 반대하며 독서를 통한 공부를 강조한다.  박지원의 마니아라 그런지 『열하일기』등을 많이 예를 들면서 논리를 펴 나가고 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 “이제 가문이 망했으니 네가 참으로 독서할 떼를 만났구나.” 참 대단한 아버지다.(52쪽) 위기를 만나면 더욱 독서를 하라고 권한다. 그래서‘讀萬卷書 破萬里波’라고 했던가.

 “이 아버지는 쫄딱 망한 주제에 아들한테 마침내 독서의 찬스가 왔으니 절대 놓치지 말라고 한다. 이 황당한 아버지에 따르면, 독서, 이 한 가지 일은 “위로 성현과 짝할 수 있고, 아래로 뭇 백성을 깨우칠 수 있으며, 그윽하게는 귀신과 통할 수 있고, 밝게는 왕도와 패도의 방략을 터득하여 우주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이니 부디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당부한다. (52쪽)

  “독서를 외면하는 대안학교라? 언어도단! 상식적인 말이지만, 그런 다양한 활동이 신체와 ‘통’하려면 무엇보다 근기(根器)가 튼실해야 한다. 근기란 쉽게 말하면 그 사람에게 느껴지는 ‘에너지의 분포도’같은 것이다. 그릇이라고도 하고, 카리스마라고도 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성적이나 학벌이 아니라, 바로 이 근기다.”(57쪽)

  “독서가 변방을 밀려나버리자 고등학교는 물론이거니와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사회에 나가서도 공부란 여전히 성적과 동일한 말이 되어버렸다.”(59쪽) 개탄한다. <결혼의 미친 짓이다> 의 저자 이만교는 고교에서 학습교재외의 책을 6권 반 읽었다고 실토한다.  그런데 반 권이라는 꼬리표는 무엇인가. 그는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읽다가 걸렸는데, 반 권으로 끝나게 만든 선생을 B급 교사라고 비판한다.  이런 인문계 고교에서는 B 급 교사가 많다. 학생들에게 우선  완급을 헤아려 공부 먼저 하라고 강요하다.

 그래도 최근 몇 년 동안은 고교에 도서관도 확충 되고, 학생들도 전보다 더 많이 읽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시공을 초월해서 ‘늘 새로운 얼굴로 되돌아오는’ 고전을 읽으라고 한다. “그것은 늘 새로운 얼굴로 되돌아온다. 즉, 그것은 과거로부터 온 것이지만 늘 우리에게 도래할 시간에 대해 예고해준다. (77쪽) 미흡하기만 한 나는 아직도 고전을 재미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직 책읽기의 부족함이라.

“ 고전이란 시대의 통념과 억압을 뚫고 삶과 사유의 눈부신 비전을 탐색한 전위적 텍스트를 말한다. 고전이 시대마다 서로 다른 의미망을 구성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전위적 열정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고전이야말로 진정, 미-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77쪽)

 “그렇다면 얼굴도 멋있어지고, 몸도 건강해지면서 동시에 삶의 비전이 확 열리는 길은 무엇일까? 바로 독서다! 뻥치지 말라고? 아니다! 초야에 묻혀 있던 제갈량, 그가 천하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독서였다.”(108쪽) 유비가 제갈량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나 변 부자가 이름도 묻지 않고 허생을 알아보고 만 냥을 내 준 것도 독서의 힘이란다.  이를 나는 통찰력이라 부르고 싶은데 저자는 ‘책을 통해 고도의 감응력을 지닌 신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독서의 필요성을 무조건 드리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책 읽기를 위한 책’중, 어느 책은 시종일관 독서 만능설을 별 설득력 없는 논조로 일관하여 던져버리게 만든다.  이 책은 확실하고 탄탄한 논거를 다양하게 들어 공감하게 만든다.   일독하여 공부와 같은 독서를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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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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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우선 국내가 아닌, 세계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여행이 아니고 출장이라도 좋다.  그런 여건과 여유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에 찌들려 하루하루를 연명하다시피 하는 나에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런데 자주 가면 그것도 싫증이 나려나.  다음 선망의 대상은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잘 쓰는 사람이다. 이런 나의 바람을 만족시키는 자가 이 책의 저자 성수선이다. 한참 연하이지만, 그의 직장 생활이 부럽고 그의 능력을 존중하고 싶다.  


  ‘책에 밑줄 긋는, 책 읽는’으로 시작하는 제목의 책이 많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목이 약간 마음이 안 들기는 한다. ‘외국 출장길에 만나는 책’ ‘공항에서 책 읽는 여자’ ‘하늘에서 읽고 지상에서 쓰다’등은 어떠한가.  


<돈가스의 탄생>
“한 모임에서 순대를 먹다가 눈물 흘리는 여자를 본적이 있다. 취하지도 않았는데 커다란 눈에 그렁그렁 맺혀 있던 눈물이 뚝 흘러내렸다. 당황한 사람들이 왜 그러느냐고 묻자 “너무 맛있어서”라고 대답했다.“(21쪽) 정말 울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의문이다. 내가 가장 그 중 났다고 여기는 음식은 삼겹살에 소주 정도이다. 남과 같이 먹으니 할 수 없이 먹지, 눈물이 날 정도의 음식은 경험해 보지 않았다.   “내가 돈가스를 먹다 목이 멘 것처럼 그녀도 순대를 먹다가 누군가 떠올렸을 것이다.”(21쪽) 이런 이유 때문인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직장 식당에서 나오는 느끼한 돈가스이다. 전에 있던 식당 돈가스는 몰골 말고기로 만들었는지 엄청나게 질겼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데 저자의 돈가스에 대한 묘사는 정말 일본 가서 먹어 싶을 정도로 리얼하다. 돈가스의 유래도 재미있고 입에 침이 돈다.  

<러브레터>
“ 이 책이 수록된 <철도원>을 읽다가 그만 반해버렸다. 아시다 지로를 알게 된 건 영화<파이란>을 보고 나서였다. 장바이즈(장백지)가 열연한, 영화<파이란>의 원작이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이기 때문이었다.”(22쪽) 나도 아사다 지로가 좋아서, <프리즌 호텔>, <창궁의 묘성>,<파리로 가다>등 주로 두 세권씩의 그의 책일 읽었다.  몰락한 집안에서 태어나, 한 때는 야쿠자로 떠돌다 작가가 된 아사다 지로는 주로 따뜻한 인간성을 추구하는 소설을 쓴다.  그의 책에 등장하는 무지한 깡패도 ‘벼가 서로 기대어’ 살아가듯이 삭막하지 않고 유머가 있고 친근함이 있다.    

<당신의 나무>, <밤이여, 나뉘어라>
“수선 씨는 출장을 자주 다니니까 다른 사람들보다 새로운 도시에 갈 기회도 많고 보는 게 많잖아요. 배경을 살려서 소설 쓰는 연습을 해보세요. 김영하의 <당신의 나무>나 정미경의 <밤이여, 나뉘어라>처럼요. 비행기에서 <당신의 나무>를 한 번  필사해보세요.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소설을 배우러 다닐 때 선생님이 해준 말이다. (109쪽) 그대로 했다고 한다.  필사는 모사라고도 하는데 남의 작품을 그대로 모방해 보는 것이다. 저자는 워드도 아니고 볼펜으로 꾹꾹 눌러 수 시간을 필사했다고 한다.   전에도 글쓰기를 잘하려면 이태준의 <문장 강화> 등을 모사하라는 말 이 있었다.  황석영도 그렇고 소설가들이 문학을 하기 위해 제법 이 모사의 방법을 쓴다고 한다.

 

<수선화에게>                 정 호 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가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준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238쪽)

 외로워도 죽지는 않으니까, 외롭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에 빠지거나 정신을 분산시키기 위해 쓸데없는 짓을 하진 말자. 그냥 외롭고 말자. 어차피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니까.
  
 글이 사고의 산물이라 해도 어느 정도는 작가 자신의 체험이 중요하다. 쓰는 자의 관념 속에서만 만들어 낸 글은 공허하다. 성수선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겪은 색다른 체험을 독서일기에  내밀히 반영시킨다.  그것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다른 책읽기와 차별화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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