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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ㅣ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미숙은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녀는 시기와 기회를 잘 만났다면 벌써 교수가 되었을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교수가 되려는 노력도 할 만큼 해 보았다 한다.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기득권을 가진 기존 교수들의 벽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어느 지방 국립대학 몇 군데의 교수 프로필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영어 교육과인 데, 모두 석ㆍ박사를 국내에서 하고, 모교 출신이던지 아니면 인근 대학 출신이었다. 꼭 외국에서 학위를 받아야만 실력이 있다는 말은 아니다. 영어 관련과는 적어도 영어권 나라에서 몇 년은 공부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녀는 지금도 <연구공간 수유 +너머>에서 열정과 끈기로 공부하면서 “지금 나의 일상에는 ‘공부와 밥과 우정’이 충만하다. 고로, 나는 인생역전에 성공했다.”고 외치고 있다. 그리고 공부에는 ‘적당한 연령대에 오직 학교에서 하는 것’에 쌍 손을 들고 반대한다.
나중에 다시 한 번 읽고, 배운다는 취지에, 원문을 되도록 많이 인용하여 기록해 놓는다.
“이건 그야말로 새빨간 거짓말이다. 인간은, 아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뭔가를 배운다. 살아 있음 자체가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뭔가를 끊임없이 학습하는 과정 아닌가.(37쪽) 100프로 공감 한다. 지금 나도 7시에 퇴근하여 도서관에 쭈그려 앉아 뭔가를 궁싯거리고 있지 않은가.
또한 공부는 ‘젊을 때, 머리가 좋을 때 하는 것’이라는 건 말짱 거짓말이 라고 역설한다. “ 자기가 넘어서는 것일진대, 거기에는 우와 열이 있을 수 없다. 그저 자기가 선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갈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할 따름이다. “남이 한번 해서 그것에 능하다면 가지는 천 번 할 것이다.”(『중용』, 人一能之 己百之 十人能之 己千之) 밥을 먹고 물을 마시듯 꾸준히 밀고 가는 항심(恒心)과 늘 처음으로 돌아가 배움의 태세를 갖추는 하심(下心), 공부에 필요한 건 오직 이 두 가지뿐이다. (49쪽)
‘독서와 공부는 별개다?’라는 데, 강력히 반대하며 독서를 통한 공부를 강조한다. 박지원의 마니아라 그런지 『열하일기』등을 많이 예를 들면서 논리를 펴 나가고 있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아들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 “이제 가문이 망했으니 네가 참으로 독서할 떼를 만났구나.” 참 대단한 아버지다.(52쪽) 위기를 만나면 더욱 독서를 하라고 권한다. 그래서‘讀萬卷書 破萬里波’라고 했던가.
“이 아버지는 쫄딱 망한 주제에 아들한테 마침내 독서의 찬스가 왔으니 절대 놓치지 말라고 한다. 이 황당한 아버지에 따르면, 독서, 이 한 가지 일은 “위로 성현과 짝할 수 있고, 아래로 뭇 백성을 깨우칠 수 있으며, 그윽하게는 귀신과 통할 수 있고, 밝게는 왕도와 패도의 방략을 터득하여 우주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이니 부디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당부한다. (52쪽)
“독서를 외면하는 대안학교라? 언어도단! 상식적인 말이지만, 그런 다양한 활동이 신체와 ‘통’하려면 무엇보다 근기(根器)가 튼실해야 한다. 근기란 쉽게 말하면 그 사람에게 느껴지는 ‘에너지의 분포도’같은 것이다. 그릇이라고도 하고, 카리스마라고도 한다.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성적이나 학벌이 아니라, 바로 이 근기다.”(57쪽)
“독서가 변방을 밀려나버리자 고등학교는 물론이거니와 대학과 대학원에서도, 그리고 심지어 사회에 나가서도 공부란 여전히 성적과 동일한 말이 되어버렸다.”(59쪽) 개탄한다. <결혼의 미친 짓이다> 의 저자 이만교는 고교에서 학습교재외의 책을 6권 반 읽었다고 실토한다. 그런데 반 권이라는 꼬리표는 무엇인가. 그는 자율학습 시간에 책을 읽다가 걸렸는데, 반 권으로 끝나게 만든 선생을 B급 교사라고 비판한다. 이런 인문계 고교에서는 B 급 교사가 많다. 학생들에게 우선 완급을 헤아려 공부 먼저 하라고 강요하다.
그래도 최근 몇 년 동안은 고교에 도서관도 확충 되고, 학생들도 전보다 더 많이 읽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시공을 초월해서 ‘늘 새로운 얼굴로 되돌아오는’ 고전을 읽으라고 한다. “그것은 늘 새로운 얼굴로 되돌아온다. 즉, 그것은 과거로부터 온 것이지만 늘 우리에게 도래할 시간에 대해 예고해준다. (77쪽) 미흡하기만 한 나는 아직도 고전을 재미없는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직 책읽기의 부족함이라.
“ 고전이란 시대의 통념과 억압을 뚫고 삶과 사유의 눈부신 비전을 탐색한 전위적 텍스트를 말한다. 고전이 시대마다 서로 다른 의미망을 구성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전위적 열정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고전이야말로 진정, 미-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77쪽)
“그렇다면 얼굴도 멋있어지고, 몸도 건강해지면서 동시에 삶의 비전이 확 열리는 길은 무엇일까? 바로 독서다! 뻥치지 말라고? 아니다! 초야에 묻혀 있던 제갈량, 그가 천하를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독서였다.”(108쪽) 유비가 제갈량을 한눈에 알아본 것이나 변 부자가 이름도 묻지 않고 허생을 알아보고 만 냥을 내 준 것도 독서의 힘이란다. 이를 나는 통찰력이라 부르고 싶은데 저자는 ‘책을 통해 고도의 감응력을 지닌 신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독서의 필요성을 무조건 드리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책 읽기를 위한 책’중, 어느 책은 시종일관 독서 만능설을 별 설득력 없는 논조로 일관하여 던져버리게 만든다. 이 책은 확실하고 탄탄한 논거를 다양하게 들어 공감하게 만든다. 일독하여 공부와 같은 독서를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