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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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인물이 있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콜라 먹어가면서 (그의 말을 빌리자면) 그냥 쓱 써내려 가면 책이 되고, 그것을 출판하면 세계 각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니, 이런 복이 어디 있단 말인가.  하루키는 다른 작가처럼, 영감을 떠올리기 위하여 술을 퍼마신다거나, 머리를 벽에 찧어가며 고민하지도 않고,  밤낮을 바꾸어 암중모색하며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니다. 직장에 출근하듯이, 아침 먹고 책상에 앉으면 그냥 작업이 되니 타고난 천재 글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그는 세계적 작가답게 미국에도 집이 있고, 집필하는 장소도 글로벌하다.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그리스 등 동유럽을 가리지 않는다. 이 책에도 하와이에서 마라톤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니, 운동도 세계 각지에서 한다고 보면 된다.  아침에는 집중해서 글 쓰고 오후에는 운동하며 건강관리를 한다고 한다. 그는 초기에 술집 바를 운영하고 글만 쓰다 보니 몸이 불어 33세에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한다.  비교적 운동 일지를 착실히 기록하여 그것을 근거로 이 책을 내게 된 것이다.


“근육은 붙기 어렵고 빠지기는 쉽다. 군살은  붙기 쉽고 빠지기는 어렵다”도교 체육관에 걸려있는 모토라고 한다. 며칠 운동하지 않으면 바로 살이 붙는 체질인 저자는 체육관의 표어가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일주일에 60킬로를 달린다. 그러니까 일주일에 6일 하루에 10킬로를 달린다는 것이다. 요즈음 운동 경향이 자전거 타기로 많이 바뀌었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하루에 10킬로를 뛴다는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를 드물지 않게 들었었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매일 아침 체육관에서 5킬로 정도를 뛴다. 비록 기계위에서지만 그것도 상당히 벅차다.  물론 기계위에서 뛰는 것이 평면에서의 운동이라 에너지 소모가 덜할 것이다.  지금도 하루키가 뛰고 있다면 그이 나이가 60세 정도일 것이니 가히 노익장을 과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보다 많이 젊은 내가 운동에서도 그를 못 따라가니 그가 존경스럽다.  그런 오기와 끈기가 있으니 세계적인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그는 마라톤 이야기 사이에 소설가의 자질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정리했다.  우선 재능이 우선이고,  집중력과 지속력일 꼽고 있다.  맞는 말이다.  예능은 자신의 능력을 아무리 노력해도 후천적으로는 30% 정도 밖에 바꿀 수 없다는 말을 어디서 본 것 같다.  일단은 재능이 있고,  그 다음이 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런대 선천적 능력을 미리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범할 수밖에 없다는 데 딜레마가 있다.


  다이어트가 필요해서든, 아니면 취미생활을 하다가 중독이 되어 뛰든, 달리기가 우리에게 활력을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렵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지 않나 쉽다.  세상 이치가 고통이 따르지 않으면 성취의 기쁨도 반하기 마련이다.  인내하며 달리다 보면 목적을 이루게 되어있고, 달리기가 끝나고 샤워를 하고나서 맥주 한 캔하고 나면 소주 열병을 먹은 정도로 기분이 업 될 것이다.  뛰다가 힘들고 고통스러우면  ‘하루키도 달리잖아,  하루키도 고통스러우면 차가운 맥주를 그리며 달린다고 하잖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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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살인법
질리언 플린 지음, 문은실 옮김 / 바벨의도서관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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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 알려지지 않은 신문사에 근무하는 카밀 프리커는 편집장으로부터 달갑지 않은 취재 지시를 받는다. 그것은 여자아이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난 미주리 주의 작은 마을 윈드 갭으로 취재를 가라는 것이다. 문제는 그 지역이 바로 그녀가 12년 동안 찾지 않은 그녀의 고향이라는 사실이다.

 

  이 마을에서 목 졸려 죽은 뒤 발견된 두 소녀들은 성폭행 흔적은 없는데, 이가 몽땅 사라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처음 부분을 읽을 때에는 이 무슨 엽기적인 이야기인가 하여 그냥 던져 이 책을 던져 버리려고 하였다. 스토리 전개도 별로이면서 허황되게  공포심만 자극하여 한 몫 보려는 책은 딱 질색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씩 읽어 갈수록 이 작품에 빠져들게 되었다. 우선 주인공 카밀 프피커와 연결된 그녀의 가족사도 흥미를 더했다.  그녀의 양부와 어머니 그리고 배다른 여동생의 삶은 겉으로는 평화스러웠지만  뭔 사건이 일어날 것 같은 위태로움이 지배했다.  즉 이야기의 한 축으로서 그녀의 가족과 마을에 암암리에 존재하는 비밀이 촘촘히 연결되면서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였다.

 

  또한 등장인물을  극복 불가능한 지경까지 몰아가다가 탈출구를 비로소 열어 주는 작가의 탁월한 구성력이 돋보인다. 아울러 맑은 물속을 드려다 보듯이 리얼하게 묘사하는 등장인물의 심리는 의문에 의문을 낳게 하고  결국에는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든다.  

그런데,  이 책의 문제는 책 제목에 있다.  잘못하면 책 제목이 추리 소설의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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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우리
수산나 알라코스키 지음, 조혜정 옮김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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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헝가리를 배경으로 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이 세 가지 거짓말>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하였다. 어느 책은 읽고 나서도, 다시 대하게 되면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당황하게 되는데 이 책은 아직도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었다.  <돼지우리>도 같은 유럽권이고 성장 소설이라 하여 읽게 되었다.  그런데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레나라는 주인공 소녀의 눈에 비친 그들의 삶의 고난의 역사는 처절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소설이라기보다는  어린 아이의 관점에서 본 한 편의 가정 몰락사의 보고서 같은 책이라 많은 인용을 해 보았다.

 


“라디오에서는 아바의 <워터루>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289P) 아바를 검색해 보니 이 노래가 유행한 것이 1975년경 이었다. 우리에게 핀라드 사우나로 알려진 그 나라가 그렇게 가난했었는가 하는 의문 때문에 검색해 본 것이다.  나는 막연하게 스웨덴을 비롯한  그 쪽 동네가 복지 천국이요 잘 사는 부자나라로만 알고 있어서 의아해 했다. 주인공 뿐 만아니라 이 책에서 묘사된 핀란드는 우중충하고 빈곤의 삭막한 이미지였다.

 

아무튼 이 책에서는  핀란드의 레나 가족이 새로운 삶을 찾아 스웨덴에 정착하면서 겪는 고난이 아주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주요섭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옥희처럼 어린 아이의 눈에 비친 주인공의 가족사는 처참하기 만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레나의 부모는 절망 끝에 알콜에 탐닉하게 된다. 

 

“아빠는 <만 송이 붉은 장미>라는 스웨덴 노래를 배웠다. 그는 곧 앞으로 고구라질 것 같은 자세로 그 노래를 독창했다. (중략) 엄마는 취해서 아무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284P) 부모 중 어느 한 쪽이라도 정상이라면 레나의 고통과 염려는 줄어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아버지의 욕설과 폭력은 그에 따른 상승작용으로, 그녀의 엄마는 한 술 더 떠서 더욱 마시게 되고 아이들에게는 식사도 제대로 차려 주지 못한다.


그들의 주변의 이웃도  정상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그들도 가난이라는 구조적 모순에 자포자기의 길로 빠져든 것이다. “오쎄 엄마는 독한 술을 마신 것을 다 게워 내고 말았다. 그 바람에 그녀의 의치가 변기 안에 빠져 버렸다.(중략) 손을 변기 속에 넣어 휘젓기 시작했다.”(286P)

 

“술에 잔뜩 취했지만 정신은 있는 상태의 오쎄의 엄마가 우리 방에 들어와 잘 자라며 내일은 또 일상처럼 다시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혀 짧은 소리로 그녀는 말했다.  술 취한 어른들은 아이들을 보지 못했다. 벽 너머에 있는 저들을 우리는 증오의 눈길로 바라봤다.”(287P)

 


레마 술에 취해 널 부러져 있는 부모와 이웃들을 보고 조바심과 슬픔 속에서 보내지만 간혹 희망의 미소도 잃지 않는다.   수영도 열심히 하고  리따라는 친구와 일상을 통해서 희망을 키워나간다. “나는 수영에 집착했고 죽도록 수영을 했다.”( 309P)


그런데 술에 취하며 당연히 폭력이 따르듯이 부모의 욕설과 싸움은 끊이지 않는다. 그녀의 아버지는 레나에게도 폭력을 서슴없이 행사한다. “아빠는 나를 내 침대 쪽으로 내몰았다. 그러곤 침대 위로 나를 내동댕이쳤다. 내 옷을 찢고는 혁대를 가지고 와서 온몸에 매질을 했다.”(308P)


이 책을 들면 술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녀의 부모는 ‘아빠의 팔과 다리는 고무 팔, 고무다리에 불과했다.’ 로 묘사할 정도로 늘 술에 취해 살았다. 우리의 주인공 레나는 항상 약간의 돈을 수중에 가지고 있어야 했다. ‘25외레를 항상 수중에 넣고 있어야하는 레나’ 왜냐하면 그녀의 부모가 술에 취해 자해를 한다든가 싸우다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즉 응급차를 공중전화로 부르기 위해서 동전을 수중에 가지고 다녀야 한다.  


그러면 그들의 절망은 어떻게 끝나는가?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알콜은 어떻게 극복이 되는가?

 


“그래서 아빠가 바지에 오줌을 싸기 시작하면서 음주기간이 끝났다. 아빠의 몸에는 조그만 벌레들이 기어 다니기 시작할 것이고 거대한 공룡들이 아빠의 영혼을 짓밟을 것이다.”(334P) 결국 알콜 치료 병원의 입원을 거듭하다가 섬망증에 시달려서야 레나의 가정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아직 여름이 되어도 휴가를 갈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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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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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은 자살과 직결되는 무서운 병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언론 지상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살의 배경에는 우울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제도 4명의 일가족이 자살했다.  그들에게는 약간의 여유도,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는 말인가. 무엇이 그렇게 절박하게 그들을 최후의 선택으로 내몰았다는 말인가.


  나에게는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먼 친척 벌의 형수님 한 분이 계신다. 열심히 일하였고, 성실한 근무 태도로 인하여 직위도 어느 정도 올라간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그녀의 남편인 형님이 술자리에서 자기 부인을 꼭 한 번 만나보라고 신신 부탁을 하였다.  별로 대수롭게 듣지 않았는데, 어저께 그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자연스러움을 가장해서 형수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는 형수님의 이야기는 피상적으로 보았던 것과는 영 딴 판이었다.  자신에 대한 피해의식과 직장 상사에 대한 증오심으로 그녀의 영혼은 매우 지쳐있었다.  자신을 부정하고 절망감으로 인하여 자신의 마음을 꼭꼭 잠그고 있었다.  한 쪽의 일방적 주장이라 좀 그랬지만,  요즘에도, 공직 사회에 있어서 상식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막가파로 행동하는 자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직업의 유연성이 있고, 사회 복지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도라이 같은 직장 상사 놈 귀싸대기 왕복으로 때리고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정신적으로 상처 받아도 꾹꾹 참고 견디는 것이리라.


이튼 날 내가 약간 안면이 있는 정신과 의사한테 형수님의 면담을 주선하였다.  약 처방을 받고 지속적 치료를 약속하였다. 나는 자리를 뜨면서 이 상황에 도움이 되는 책 추천을 부탁하였다.  그 의사가 소개한 것이 바로 이 <자존감>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상담 사례를 들어서 아주 평범하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해가는 사회생활에서  상처받고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울림이 크고 마음의 청량제가 되리라 확신한다. 이 교수의 또 다른 책, <30년 만의 휴식>도 많이 읽히고 있다고 하니,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이 책도 일독을 권한다.   

 우울증의 시초는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자신을 부정하기 때문에 열등감이 생기고 그로 인하여 자신을 자학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자존감의 훼손을  유년기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지나친 욕심 등 상당히 복합적인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잠들어 있는 아내를 확인하고, 세수하며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 오전에 보는 환자들의 이야기에 감동도 하고 점심은 아래층 식당에서 아내와 함께 먹는다. 그리고 낮잠 한숨 자고 오후에 환자 보고------ 퇴근길에 차 속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감미로운 음성을 듣고, 로저 와그너 코럴의 캔터키 옛집도 좋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다.”(155p) 저자는 어느 의사의 하루를 소개하면서 “아무리 유명한 스타도 결국은 일상을 살고 일상으로 돌아올  뿐이다. 인기의 거품에 속지 말 일이다.”(155p)라고 말한다.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별세계는 없다.  지위가 높고 낮으며,  직업이 다를 지언 정 누구나 하루가 주어지는 것이다.  흔히 하는 옛말로 ‘누구는 하루에 세 끼 먹지 네 끼 먹냐’라는 말과 같다. 그러면서“일상에서 행복할 수 있으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라고 단언한다. 

 

  사회 공포증도 너무 남을 의식하는데서 원인을 찾는다. “사람들 앞에서 나는 분명히 실수할 거야. 그러면 나의 못난 행동을 보고 사람들은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무시하겠지. 그 창피함과 모욕감을 나는 견딜 수 없어. 그리고 내게 실망한 사람들은 나를 떠나 버릴 텐데.”(183p) 자기가 혼자 쓰는 소설에 이렇게 저자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는 나일뿐이야. 너무 잘나 보일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열등감에 빠질 필요도 없어. 너무 작아지지 말자.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 주어야 한다.”( 185p)   “다중 앞에 서기를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사회 공포증. 이는 무의식에 숨어있는 갈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 공포증이 잘 온다. 그들의 무의식 속에 ‘겁먹고 있는 아이’가 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열등감에 빠져 있다.”(214p)


또한 저자는 지나친 겸손과  남을 의식하는 처세는 정신 질환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그것은 결국 자기 비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의 원인은 열등감 때문이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정신 질환에 잘 걸린다. 의처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사회 공포증 같은 정신 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기 비하적이다. 누군가 칭찬을 해도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깎아내린다. (214p)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우리는 남과 나를 비교하고 조건을 가지고 자신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각자는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우리가 손가락에 가지고 있는 지문은 지구상에 단 하나뿐이라고 한다. 지문처럼 우리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60억 인구 중 유일한 존재이다. 지구가 창조되고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고 우리 각자는 이 시대에 최초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의 몸으로 인생의 역사를 쓰다가 어나 날 죽을 것이다. 거기까지가 우리의 일생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일생이다. 아무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사는 나의 인생일 뿐이다.”(279p)

 


저자의 상담자로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으로 찾는 자들이 많다고 한다.  “ 욕심을 줄이면 자존감이 올라간다. 스타처럼 예쁠 필요는 없어. 그래도  나는 나야. 내게는 내가 실현해야 할 내 가치가 따로 있어.”(263p) “열등감의 심리에는 남보다 우월하려는 욕심이 있다. 욕심을 줄이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성공의 경험이 많을수록 자존감은 높아진다.”(274p)


자신에게 상처를 주어 원한이 쌓이고, 그러면 복수의 마음을 갖게 된다. 현실적으로 복수가 어려워지면 무능한 자기를 자학하게 되고 무시하며 절망에 빠지게 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용서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악물고 용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그 상처가 수치심과 죄책감을 불러와 자존감 회복을 어렵게 한다.”(274p)


특히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자.  우리 가족과 남의 가족을 비교하고 의식하지 말자. 잘나가는 그들이라도 그들의 안 방 벽장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픔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런 귀한 인생을 열등감으로 무기력하게 만든다면 억울한 일이다. 눈이 큰 아이와 비교하고, 집안 좋은 아이와 비교하고, 능력 있고 출세한 아이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트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열등감에 쪼들리며 우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 것인가?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자기의 몫이다. 오늘 조용한 시간에 자신에게 이렇게 사과해 보자. ‘그동안 내가 너를 너무 구박했지? 미안해.’”(279p)  내가 남들보다 더 잘날 필요는 없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내 나름대로 살 뿐이다.(96p)


그렇다. 짧은 인생을 남을 위해서 살 필요는 없다. 진금이 좀 늦고,  자기 생이 남보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 똑같다.  몸이 고달파도 오히려 그것이 더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  돈이 너무 많으면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선현들의 말은 꼭 맞다.  남의 부러움을 사며 잘나가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에 추락하지 않는가. “사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꼭 스타가 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가능한 일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상대방에 따라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이익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기의 지배하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나를 적대시할 것이다. 그렇다고 고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 노예처럼 살 수는 없지 않은가.”(153p)

일상에 만족하고, 평범함이 제일임을 인식하자. 조금씩 욕심내고 건강에 유의하며 약간의 즐거움이 있으면 그것이 최선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고, 먹을 양식이 있으면 행복한 일상이다. 나를 믿고 따르는 가족이 있고, 매일 몸을 녹일 수 있는 집이 있으면 행복한 일상이다.”(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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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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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어느 해 보다도 짜증 날 정도로 무덥다. 특히 어제 같은 경우는 몸에서 나는 열기로, 아내와 더 붙어 있다가는 멀지 않아 이혼 할 것 같아서 도서관으로 날랐다. 그만큼 기온과 습도가 높았으며, 따라서 불쾌지수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기대하고 갔던 도서관도 에너지 절약 차원이라는 명분하에 냉방을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도서관 이용자는 학생들도 많지만, 별별 부류의 사람들이 다 머무는 자기 계발의 마지막 해방구라고 알고 있다.  적게는 몇 년에서 심지어는 십여 년이 넘게 그곳에 머무르는 안면이 있는 분들도 있다.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취업 공부에 매달리는 사람들로부터, 누구 말마따나 살벌한 사회에서 무참히 깨지고, 기약할 수 없는 절망감으로부터 자신을 추리고 있는 우리의 아버지들이 있다.  이 삼복더위에 그래도 지친 그들에게 찬바람이라도 씌어줘야 하지 않겠나. 실제로 IMF 때는 실직자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도서관 서비스가 매우 좋았다.  정부의 지시가 있었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 당시의 정권이 다른 것 몰라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차라리 도서관을 문 닫아라  그러면 에너지 절약이 될 것이니.


  그냥 집에 오려고 망설이다가 읽게 된 것이 줌파 라히리의 이 책이다.  제목 자체가 평범하고 밋밋하여 몇 페이지 읽고 만다는 것이 끝까지 읽었다. 그야말로 별 특별할 것 없는, 책 표지의 문구대로 ‘줌파 라히리 식 가족 오디세이’이었지만 속옷이 젖을 정도의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가미된 연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인도 벵갈 출신의 부모와 저자의 미국 이민 생활을 소재로 한 가족사 내용이다.  별 특별할 것 없고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줌파 라히리의  섬세한 구성력과 탄탄한 문체가 상당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인도의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부모가 인도 사람이니 당연지사겠지만  아무튼 그 곳의 생활이나 풍속사도 덤으로 엿볼 수 있다.  무식의 소치일지 모르지만, 인도하며 기차 지나가는 철로 변에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 미개인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고 말하는 격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모친 장례식에서 사리가 250여 개가 나왔다고 하는데, 그 나라의 장례 풍속상 그것을 자식과 친구가 나누어 가지는가 보다. 나는 스님의 장례식에서만 통용되는 사리인 줄 알았는데, 이 경우를 보면 그러면 아무한테나 그것이 나온다는 말인데.   법정 스님의 유언 중 본인의 사리를 거두지 말라는 말은 그와 같은 이유에서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남의 나라에 가서 발붙이고 산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고 때로는 비참하기도 한 일이다.  인도 2세의 이야기라 그런지 이 책에서는 영국과 인도가 많이 등장한다.  연작이라 집중해서 한 가지 방향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행복해 보일 수도 있는 평범한 인생사의 일상지만 곳곳에 삶의 페이소스가 엿보인다.  이국 문화에 동화되기까지의 어색함과 차별에서 오는 그들의 절망감이 배어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피부색 때문에 놀림을 받거나 엄마가 점심 도시락으로 이상한 음식을 싸주어서 비웃음을 사는 것도, 그녀의 부모는 이해하지도 못했다. ‘우울증’이란 단어는 외국어였고 미국의 것이었다. ”(174p)

 
 이 책의 제목인 ‘그저 좋은 사람’은 알콜 문제, 청춘, 방황 등을 다루고 있다.  인간은 얼마나 나약해 질 수도 있고, 쉽게 침몰될 수도 있는가.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견해 차이,  남매의 사랑과 증오 등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었다.  단지 그녀의 명료하고 감정이 풍부한 호소력 있는 필력이 더 감동적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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