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 나를 사랑하게 하는
이무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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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은 자살과 직결되는 무서운 병으로 알고 있다. 실제로 언론 지상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자살의 배경에는 우울증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제도 4명의 일가족이 자살했다.  그들에게는 약간의 여유도,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는 말인가. 무엇이 그렇게 절박하게 그들을 최후의 선택으로 내몰았다는 말인가.


  나에게는 공무원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는 먼 친척 벌의 형수님 한 분이 계신다. 열심히 일하였고, 성실한 근무 태도로 인하여 직위도 어느 정도 올라간 위치에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 그녀의 남편인 형님이 술자리에서 자기 부인을 꼭 한 번 만나보라고 신신 부탁을 하였다.  별로 대수롭게 듣지 않았는데, 어저께 그 형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자연스러움을 가장해서 형수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는 형수님의 이야기는 피상적으로 보았던 것과는 영 딴 판이었다.  자신에 대한 피해의식과 직장 상사에 대한 증오심으로 그녀의 영혼은 매우 지쳐있었다.  자신을 부정하고 절망감으로 인하여 자신의 마음을 꼭꼭 잠그고 있었다.  한 쪽의 일방적 주장이라 좀 그랬지만,  요즘에도, 공직 사회에 있어서 상식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막가파로 행동하는 자들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직업의 유연성이 있고, 사회 복지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도라이 같은 직장 상사 놈 귀싸대기 왕복으로 때리고 당장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정신적으로 상처 받아도 꾹꾹 참고 견디는 것이리라.


이튼 날 내가 약간 안면이 있는 정신과 의사한테 형수님의 면담을 주선하였다.  약 처방을 받고 지속적 치료를 약속하였다. 나는 자리를 뜨면서 이 상황에 도움이 되는 책 추천을 부탁하였다.  그 의사가 소개한 것이 바로 이 <자존감>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저자의 상담 사례를 들어서 아주 평범하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해가는 사회생활에서  상처받고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울림이 크고 마음의 청량제가 되리라 확신한다. 이 교수의 또 다른 책, <30년 만의 휴식>도 많이 읽히고 있다고 하니,  조금 모자라다 싶으면 이 책도 일독을 권한다.   

 우울증의 시초는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상태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자신을 부정하기 때문에 열등감이 생기고 그로 인하여 자신을 자학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자존감의 훼손을  유년기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지나친 욕심 등 상당히 복합적인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잠들어 있는 아내를 확인하고, 세수하며 라디오 뉴스를 듣는다. 오전에 보는 환자들의 이야기에 감동도 하고 점심은 아래층 식당에서 아내와 함께 먹는다. 그리고 낮잠 한숨 자고 오후에 환자 보고------ 퇴근길에 차 속에서 마리아 칼라스의 감미로운 음성을 듣고, 로저 와그너 코럴의 캔터키 옛집도 좋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반복되는 나의 일상이다.”(155p) 저자는 어느 의사의 하루를 소개하면서 “아무리 유명한 스타도 결국은 일상을 살고 일상으로 돌아올  뿐이다. 인기의 거품에 속지 말 일이다.”(155p)라고 말한다. 인생에 있어서 특별한 별세계는 없다.  지위가 높고 낮으며,  직업이 다를 지언 정 누구나 하루가 주어지는 것이다.  흔히 하는 옛말로 ‘누구는 하루에 세 끼 먹지 네 끼 먹냐’라는 말과 같다. 그러면서“일상에서 행복할 수 있으면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다.”라고 단언한다. 

 

  사회 공포증도 너무 남을 의식하는데서 원인을 찾는다. “사람들 앞에서 나는 분명히 실수할 거야. 그러면 나의 못난 행동을 보고 사람들은 손가락질하고 비웃고 무시하겠지. 그 창피함과 모욕감을 나는 견딜 수 없어. 그리고 내게 실망한 사람들은 나를 떠나 버릴 텐데.”(183p) 자기가 혼자 쓰는 소설에 이렇게 저자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나는 나일뿐이야. 너무 잘나 보일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열등감에 빠질 필요도 없어. 너무 작아지지 말자. 스스로  자존감을 높여 주어야 한다.”( 185p)   “다중 앞에 서기를 병적으로 두려워하는 사회 공포증. 이는 무의식에 숨어있는 갈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특히 완벽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회 공포증이 잘 온다. 그들의 무의식 속에 ‘겁먹고 있는 아이’가 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열등감에 빠져 있다.”(214p)


또한 저자는 지나친 겸손과  남을 의식하는 처세는 정신 질환이 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그것은 결국 자기 비하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신 질환의 원인은 열등감 때문이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은 정신 질환에 잘 걸린다. 의처증, 우울증, 정신분열증, 사회 공포증 같은 정신 질환에 걸린 사람들은 지나치게 자기 비하적이다. 누군가 칭찬을 해도 “고맙습니다.”라고 말을 못하고 오히려 자신을 깎아내린다. (214p)  “그런데 어느 날부터 우리는 남과 나를 비교하고 조건을 가지고 자신을 평가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우리 각자는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우리가 손가락에 가지고 있는 지문은 지구상에 단 하나뿐이라고 한다. 지문처럼 우리는 지구상에 살고 있는 60억 인구 중 유일한 존재이다. 지구가 창조되고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한 이래고 우리 각자는 이 시대에 최초로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의 몸으로 인생의 역사를 쓰다가 어나 날 죽을 것이다. 거기까지가 우리의 일생이다. 다시는 반복되지 않는다. 유일무이하고 독특한 일생이다. 아무도 대신 살아 줄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사는 나의 인생일 뿐이다.”(279p)

 


저자의 상담자로 자신의 외모에 대한 불만으로 찾는 자들이 많다고 한다.  “ 욕심을 줄이면 자존감이 올라간다. 스타처럼 예쁠 필요는 없어. 그래도  나는 나야. 내게는 내가 실현해야 할 내 가치가 따로 있어.”(263p) “열등감의 심리에는 남보다 우월하려는 욕심이 있다. 욕심을 줄이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성공의 경험이 많을수록 자존감은 높아진다.”(274p)


자신에게 상처를 주어 원한이 쌓이고, 그러면 복수의 마음을 갖게 된다. 현실적으로 복수가 어려워지면 무능한 자기를 자학하게 되고 무시하며 절망에 빠지게 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용서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를 악물고 용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지 않으면 그 상처가 수치심과 죄책감을 불러와 자존감 회복을 어렵게 한다.”(274p)


특히 남과 나를 비교하지 말자.  우리 가족과 남의 가족을 비교하고 의식하지 말자. 잘나가는 그들이라도 그들의 안 방 벽장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픔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런 귀한 인생을 열등감으로 무기력하게 만든다면 억울한 일이다. 눈이 큰 아이와 비교하고, 집안 좋은 아이와 비교하고, 능력 있고 출세한 아이와 비교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무너트리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열등감에 쪼들리며 우울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 것인가?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자기의 몫이다. 오늘 조용한 시간에 자신에게 이렇게 사과해 보자. ‘그동안 내가 너를 너무 구박했지? 미안해.’”(279p)  내가 남들보다 더 잘날 필요는 없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인생을 내 나름대로 살 뿐이다.(96p)


그렇다. 짧은 인생을 남을 위해서 살 필요는 없다. 진금이 좀 늦고,  자기 생이 남보다 화려하지 않더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누구나 똑같다.  몸이 고달파도 오히려 그것이 더 건강에 좋을 수도 있다.  돈이 너무 많으면 그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는 선현들의 말은 꼭 맞다.  남의 부러움을 사며 잘나가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에 추락하지 않는가. “사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꼭 스타가 될 필요는 없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가능한 일도 아니다. 상황에 따라, 상대방에 따라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길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자기 이익 때문에 나를 싫어하는 사람도 생길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자기의 지배하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나를 적대시할 것이다. 그렇다고 고의 호감을 사기 위해서 노예처럼 살 수는 없지 않은가.”(153p)

일상에 만족하고, 평범함이 제일임을 인식하자. 조금씩 욕심내고 건강에 유의하며 약간의 즐거움이 있으면 그것이 최선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고, 먹을 양식이 있으면 행복한 일상이다. 나를 믿고 따르는 가족이 있고, 매일 몸을 녹일 수 있는 집이 있으면 행복한 일상이다.”(15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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