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좋은 사람
줌파 라히리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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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어느 해 보다도 짜증 날 정도로 무덥다. 특히 어제 같은 경우는 몸에서 나는 열기로, 아내와 더 붙어 있다가는 멀지 않아 이혼 할 것 같아서 도서관으로 날랐다. 그만큼 기온과 습도가 높았으며, 따라서 불쾌지수 또한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데 기대하고 갔던 도서관도 에너지 절약 차원이라는 명분하에 냉방을 가동하지 않고 있었다.

  
 도서관 이용자는 학생들도 많지만, 별별 부류의 사람들이 다 머무는 자기 계발의 마지막 해방구라고 알고 있다.  적게는 몇 년에서 심지어는 십여 년이 넘게 그곳에 머무르는 안면이 있는 분들도 있다.  노력해도 잘 안 되는 취업 공부에 매달리는 사람들로부터, 누구 말마따나 살벌한 사회에서 무참히 깨지고, 기약할 수 없는 절망감으로부터 자신을 추리고 있는 우리의 아버지들이 있다.  이 삼복더위에 그래도 지친 그들에게 찬바람이라도 씌어줘야 하지 않겠나. 실제로 IMF 때는 실직자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도서관 서비스가 매우 좋았다.  정부의 지시가 있었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 당시의 정권이 다른 것 몰라도 인간적인 면이 있었던 것 같다. 차라리 도서관을 문 닫아라  그러면 에너지 절약이 될 것이니.


  그냥 집에 오려고 망설이다가 읽게 된 것이 줌파 라히리의 이 책이다.  제목 자체가 평범하고 밋밋하여 몇 페이지 읽고 만다는 것이 끝까지 읽었다. 그야말로 별 특별할 것 없는, 책 표지의 문구대로 ‘줌파 라히리 식 가족 오디세이’이었지만 속옷이 젖을 정도의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도 자리를 뜨지 못하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가미된 연작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인도 벵갈 출신의 부모와 저자의 미국 이민 생활을 소재로 한 가족사 내용이다.  별 특별할 것 없고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줌파 라히리의  섬세한 구성력과 탄탄한 문체가 상당한 호소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인도의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부모가 인도 사람이니 당연지사겠지만  아무튼 그 곳의 생활이나 풍속사도 덤으로 엿볼 수 있다.  무식의 소치일지 모르지만, 인도하며 기차 지나가는 철로 변에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 미개인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고 말하는 격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모친 장례식에서 사리가 250여 개가 나왔다고 하는데, 그 나라의 장례 풍속상 그것을 자식과 친구가 나누어 가지는가 보다. 나는 스님의 장례식에서만 통용되는 사리인 줄 알았는데, 이 경우를 보면 그러면 아무한테나 그것이 나온다는 말인데.   법정 스님의 유언 중 본인의 사리를 거두지 말라는 말은 그와 같은 이유에서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남의 나라에 가서 발붙이고 산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고 때로는 비참하기도 한 일이다.  인도 2세의 이야기라 그런지 이 책에서는 영국과 인도가 많이 등장한다.  연작이라 집중해서 한 가지 방향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행복해 보일 수도 있는 평범한 인생사의 일상지만 곳곳에 삶의 페이소스가 엿보인다.  이국 문화에 동화되기까지의 어색함과 차별에서 오는 그들의 절망감이 배어 있는 것이다. “학교에서 피부색 때문에 놀림을 받거나 엄마가 점심 도시락으로 이상한 음식을 싸주어서 비웃음을 사는 것도, 그녀의 부모는 이해하지도 못했다. ‘우울증’이란 단어는 외국어였고 미국의 것이었다. ”(174p)

 
 이 책의 제목인 ‘그저 좋은 사람’은 알콜 문제, 청춘, 방황 등을 다루고 있다.  인간은 얼마나 나약해 질 수도 있고, 쉽게 침몰될 수도 있는가.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견해 차이,  남매의 사랑과 증오 등 어느 가정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루었다.  단지 그녀의 명료하고 감정이 풍부한 호소력 있는 필력이 더 감동적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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