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기의 행복
강희근 지음 / 을유문화사 / 200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즈음 시를 많이 읽으려고 시 평론집 등 관련 책 등을 꾸준히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어째 시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정말 ‘물 흐르듯’다가 오지 않는다. “시집을 들고 앉으면 고향 가는 열차를 탄 마음이 되거나 어머니 손을 붙잡고 외갓집 가는 길에 나서는 마음이 된다. 그 정도로 행복하다.”(5쪽) 이 정도의 경지에 도 달하려면, 능력 차이가 필연적으로 존재 하겠지만, 어느 정도 시를 읽어야 하는가. 

 

 

“독자는 시를 받아들이는 것을 음식을 맛보듯이 하면 편하게 대할 수 있다.말하자면 직관의 작용으로 맛보기를 해라.”(14쪽)
읽고 무조건 느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시인이 추구하는 행간의 의미 파악이 어렵다.  막연히 지나치다, 해설을 보고 무릎을 치기가 비일비재하다.

 

 

“시에 쓰이는 심상들이 하나로 쓰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이어지는 구절과 연결되어 의미를 증폭시키거나 확장시키는 것을 알 수 있다.”(18쪽) 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전체 흐름을 파악하라는 뜻일 것이다.

 


“유기체인 시를 분석하고 쪼갠 단위로 그 시의 맛을 결코 보아낼 수가 없다.”(20쪽)
"시를 시험 문제로 내면 시가 상한다."(26쪽)
우리 중․고교 문학 시간의 ‘시 감상’은 누구나 경험하겠지만 시를 분석하고 해석해서 배운다.  왜냐하면, 시험 문제에 그렇게 나기 때문이다. 오지 선다형으로 문제화 된 수능을 보기 때문에 분석하여 외우고 말장난해서 만들어 놓은 문제를 풀이하는 것이다. 애매모호한 해석이 있을 것 같은 부분도 무조건 단정적으로 인식하는게 중요하다. 문제가 있다.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개인적 의견으로, 시를 대입 문제로 출제한다면 이렇게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선 시를 3편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골라 백지에 선택된 시에 대한 감상을 적어 보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0.1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고 동점자가 속출하는 현재는 불가능하다. 시급히 적당하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저자는 중학교 때 좋은 국어 선생을 만났다고 술회하면서, 박목월의 <청노루>를 별다른 설명 없이 반복하여 읽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가 공부하던 그 시절은  아득한 옛날이야기에 불과하다. 지금 그러면 난리가 난다. 

 

김준태의 <참깨를 털면서>에서

(중략)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없어 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이 시는‘일시적․ 충동적이며 조급함과 쾌감에 젖은 도시적 삶에 대한 경계를 말하는 것으로 감상한다. 또는 순리를 따를 삶에 대한 깨달음으로 요약하여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世上事에는 맞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 털이에서 있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세상사의 잘못된 점을 내리쳐서 고치고 싶다는 말임을 눈치 채게 하는 것이다.“(96쪽)

 

“시대가 각박한 때일수록 이와 같은 뜻 감추기가 성행이 될밖에 없다. 알아들을 귀가 있는 자만이 알아듣고 찾아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만이 찾아낼 수 있는 감추기․ 소풍 때 보물찾기를 하듯이 숨겨 놓은 시인의 속뜻을 즐거이, 그리고 가벼운 걸음으로 찾아 나섰으면 한다.”(96쪽)

그런데 참깨는 모가지 털어지면 못쓰는 것이고 두 번 일을 하는 것일까. 왜 그런지 명확한 설명이 없다. 하기야 시 전체를 이해하는 데 몰라도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책이 이 시의 참깨의 모가지가 떨어지면 왜 못쓰게 되는지 별다른 언급 없이 그냥 뭉개고 지나가고 있다.

 


즉 촌에 살아서 그 일을 한 자만이 알 수 있다. 참깨는 단을 묶어 세워서 습기가 마를 때마다 털어서 알맹이를 빼내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덜 건조되어 벌어지지 않은 참깨의 모가지를 털어 놓으면 그것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신경림의  <산1蕃地>에서

해가 지기 전에 산 일번지에는
바람이 찾아 온다.
집집마다 지붕으로 덮은 루핑을 날리고
문을 바른 신문지를 찢고
불행한 사람들의 얼굴에
돌모래를 끼어얹는다.
해가 지면 산 일번지에는 
청솔가지 타는 연기가 깔린다.
나라의 은혜를 입지 못한 사내들은
서로 속이고 목을 조르고 마침내는
칼을 들고 피를 흘리는데
정거장을 향해 비탈길을 굴러가는
가난이 싫어진 아낙네의 치맛자락에
연기가 붙어 흐늘댄다.
어둠이 내리기 전에 산 일번지에는
통곡이 온다. 모두 함께
죽어버리자고 복어알을 구해 온
어버이는 술이 취해 뉘우치고
애비 없는 애를 밴 처녀는
산벼랑을 찾아가 몸을 던진다.
그리하여 산 일번지에 밤이 오면
대밋벌을 거쳐 온 강바람은
뒷산에 와 부딪쳐
모든 사람들의 울음이 되어 쏟아진다.     

산 1번지는 70년대의 도시 변두리의 팍팍한 삶을 그렸다. 신경림의 <농무> 시집에 실려 있는 이 시는 도시 빈민의 삶을 대변하지만, 그는 산업화의 발전에 모든 양보하고 후퇴만 계속하는 농촌의 피폐화에 더  깊은 애정을 보였다. 비료 값도 안 나오는 농사거리야 마누라에게 맡겨두고 학교 앞 술집에서 소주나 마시는 우리의 농촌 현실을 서정적 언어로 잘 보여준다.


 “협동조합 방앗간 뒷방에 모여 묵 내기 화투를 치던 우리의 삶이,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보아도 흥겹던 우리네의 삶이, 꽹과리를 앞장 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 붙어 악을 쓰는 건 조무래기들 뿐 이었던 우리들의 분 얼룩진 삶이 마침내 거덜 나고 만 것이었다.”  신경림의 <농무>를 그의 시를 인용해서 저자가 설명해 놓은 것이다. 

 

 

고은의 <머슴 대길이>

새터 관전에네 머슴 대길이는
상머슴으로
누룩 도야기 한 마리 번쩍 들어
도야지 우리에 넘겼지요
그야마로 도야지 멱 따는 소리까지도 후딱 넘겼지요
밥대 늦어도 투덜댈 줄 통 모르고
이른 아치 동네길 이슬도 털고
잘도 치워 훤히 가르마 났지요
그러나 낮보다 어둠에 빛나는 먹눈이었지요
머슴방 등잔불 아래
나는 대길이 아저씨한테 가갸거겨 배웠지요
그리하여 장화홍련정을 주룩주룩 비오듯 읽었지요
어린 아이 세상에 눈 떴지요
일제 36년 지나간 뒤 가갸거겨 아는 놈은 나밖에 없었지요

대길이 아저씨더러는
주인도 동네 어른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지요
살구꽃 핀 마을 뒷산에 올라가서
홑적삼 큰 아기 따위에는 눈요기도 안하고
지게 작대기 뉘어 놓고 먼데 바다를 바라보았지요
나도 따라 바라보았지요
우르르르 달겨 가는 바다 울음소리 들었지요
(중략)

대길이 아저씨
그는 나에게 불빛이었지요
자다 깨어도 그대로 켜져서 밤새우는 불빛이었지요

 

 


“시가 따듯한 맛이 난다. 힘세고 사람 좋고 생각이 깊으며 이웃을 감싸 안는 사람으로 머슴 대길이를 구술해 놓았기 때문이다.”(224쪽)
“독자는 역사의 물급이에 걸려 있는 머슴 대길이를 만나게 된다.”(225쪽) 의식 있는 머슴 대길이는 왜 머슴을 살면서 나에게 ‘장화홍련전’읽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가.  일제의 압박을 피해서 숨어든 지식이든가, 아니면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 지명 수배되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어쩐지 역사의 주요 활동을 한 인물로 자꾸만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를 쓴 작가로 유명한 영국 출신 닉 혼비가의 작품이다. 영국식으로 책을 어떻게 읽을까. 우리 출판계에도 ‘책을 읽기 위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읽으라 하고, 어떤 이는 여러 권을 겹치기로 읽으라 한다. 누구는 오랫동안 검증받은 고전을 읽으라하고 닉 혼비는 “‘사실 고전이나 올해의 책’을 수상한 소설을 읽지 않는다 해도,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한다.  또한 닉혼비는 “지루한 책은  내려놓고, 재미있는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16.17쪽)

 

그러면서도 작가인 자기 매제를, 마치 <황홀한 글 감옥>에서 조정래가 자기 처, 김초혜 시인을 낯간지럽게 소개하듯이 몇 번 말한다.  간접 광고가 아닌가하고 반 농담으로 생각해 본다. 그의 매제가 <당신들의 조국>이라는 책을 썼다고 해서 감짝 놀랐다.  노르웨인가 어디에 있는 러시아 귀화인 박노자와 매제지간 인가하고.
그게 아니라 흥미 있게 읽은 적인 있는 <폼페이>의 저자 로버트 해리슨을 말하고 있었다. 같은 제목의 책이 나왔는가 보다.

 


이 책은 읽은 지 좀 되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이 있다. 그 하나는 저자가 책을 무지하게 구입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서평 쓴다는 이유로 책을 공짜로 얻지 않고 자기 돈을 꼭 구입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 단원마다 구입한 책을 열거하고,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했다.  또한 그가 글을 잘 쓰려면 나뭇가지 쳐 냈듯이, 뼈대만 남기고 앙상하게, 가멸차게 잘라내야 한다고 했다. 매우 공감이 가는 말이다. 엿가락처럼 축축 늘어지는 나의 글쓰기가 부끄럽다.

 


“문예창작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글쓰기의 비결은 자르고, 깎아내고, 가려내고, 부수고, 찍어내고, 쳐내고, 다듬고, 불필요한 단어는 전부 제거하고, 압축하고, 압축하고 또 압축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93쪽)

 

 


“ 스스로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이미 읽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나, 다른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40세나 50세가 되기 전에, 혹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책 목록을 머릿속에 넣어 다니거나 실제로 적어 다니는 사람들을 늘 만난다). 대단한 찬사를 받은 소설을 어렵사리 읽고 나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그렇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 결과 나의 독서 다이어트에서 가장 먼저 줄일 것은 요즘에 나오는 문예 소설이었다. 그것이 가장 위험도 높은 카테고리라고 여겨졌다.”  (10쪽)

 


닉 혼비가 읽은 목록이라고 꼭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것도 자신의 책읽기에 도움이 되리라. 마치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눈치를 챘는지, 고맙게도 번역자가 그가 읽은 책 중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판된 책은 괄호 처리로 출판사 및 년도를 적어 놨다. 

 

 

그런데 문제는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점은, 괄호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개된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번역된  제목과 다르게 달린 경우가 많기 때에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폴 코린스의 <네모난 못>이 한국어판으로 <양철북>으로 소개 된다.(81쪽)  권터 그라스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더 불투명하게 써진 소설들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독자로서 내 자신의 취향과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 막말로 하자면, 그런 책을 읽으면 나는 지루해지고, 지루해지면 성격이 나빠진다. 내 독서 생활에서 지루한 것들을 제거하기란 놀라운 정도로 쉬웠다.” (11쪽)

 


“독서가 레저 활동으로서 살아남으려면, 독서의 (불분명한) 혜택보다는 즐거움을 장려해야 한다. 다만, 부탁이니 읽고 있는 책이 재미없어 죽을 지경이라면 내려놓고 다른 것을 읽기 바란다. (13쪽)

 


“ 책은 어렵게 읽어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라는 확고부동한 신념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지한 소설, 이따금 심각하게 지루한 소설이나 엄청난 두께의 정치적인 전기를, 돌을 갈아내는 속도로 읽어나간다. 그럴 때마다 책은 어쩐지 의무처럼 느껴지고, 그렇다면 부디, 제발 부탁이니 그런 책은 내려놓으시라. (15쪽)

 

 

닉 혼비는 두 아들의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를 쓴 샬롯 무어의 <조지와 샘>을 읽은 독후감을 올리고 있다. 자기의 아이도 자폐증인데,  이 책이 유머와 위트를 섞어 썼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고 말한다. 6.7 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웃지는 못했을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 열 살짜리 아이가 벌거벗고 신이 나서 트램플린 위에서 뛰고 있는 것을 보는 데 익숙해졌으니,  자폐아를 둔 모든 부모가 털어놓는 이야기를 여유롭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자폐증은 치료법 없는 데  마치 그런 구출된 느낌의 글을 읽으면 소외감이 많이 생겼는데 이 책을 보고 웃을 수 있었다고 한다. (55쪽 참조)

 

 

왜 자폐아를 둔 부모로서 여유롭게만 살았겠는가, 시간이 지났다고. 담담하게 자폐증을 살펴보면 놀라운 점이 많다는 점만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넘어간다.

 


“나는 독서욕을 식욕과 마찬가지로 보는데, 샐러드나 초콜릿, 고기와 감자에 해당하는 문학 작품이 필요할 때면 두뇌가 지시해준다는 것이다. <머니볼>을 읽은 것은 두툼한 스테이크에 해당하는 <무명>을 읽은 뒤, 뭔가 빠르고 가벼운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58쪽)

 

 

< J.M 쿳시에 대해서 - “쿳시의 간결하지만 중층적인 언어” “거리감이 느껴지는 어조와 간결한 문체” “간결하고 정교한 문장들이 겹겹이 이어지는”“쿳시가 지닌, 그리고 우리에게 나누어주는 위대한 재능은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언어에 있다.” “간결하지만 강력한 언어” “섬뜩하고 간결한 책” “역설적이지만 간결하면서 동시에 짜임새가 풍부한” “ 간결하고 매끈한 아름다움” 알겠는가? 간결한 게 좋은 것이다.> (94쪽)


   < 이 책에서 닉 혼비가 읽고 언급한 책>

서명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 : 인간 이해와 신앙
저자  최재석 지음
출판사 한신문화사
발행년도 2005


서명  우리시대의 세계문학. 44 : 영국 중단편
저자  그레이엄 그린 ...[등]글
출판사 계몽사
발행년도 


서명  권력과 영광
저자  그레이엄 그린 지음 ; 이동진 옮김
출판사 해누리
발행년도 2002

 

서명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저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 정영목 옮김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년도 2004

 

서명  (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
저자  로버트 슈나켄베르크 글 ; 마리오 주카 글 ; 박선령 옮김
출판사 로그인
발행년도 2008

 


서명  당신들의 조국
저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 김홍래 옮김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년도 2006

 


서명  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저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 조영학 옮김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년도 2008

 

서명  이니그마
저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 조영학 옮김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년도 2007

 


서명  머더리스 브루클린 : 조나단 레덤 장편소설
저자  조나단 레덤 지음 ; 조영학 옮김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년도 2007

 


서명  (서승의)옥중 19년
저자  서승 지음 ; 김경자 옮김
출판사 역사비평사
발행년도 2004

 


서명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저자  요네하라 마리 [지음]  ; 김윤수 옮김
출판사 마음산책
발행년도 2008

 

 

서명  프라하의 소녀시대
저자  요네하라 마리 지음 ; 이현진 옮김
출판사 마음산책
발행년도 2006

 

서명  미녀냐 추녀냐
저자  요네하라 마리 지음 ; 김윤수 옮김
출판사 마음산책
발행년도 20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쾌하게 사는 법, 죽는 법 - 엔도 슈사쿠의 인생론, 향기 가득한 교양산문의 빛나는 경지
엔도 슈사쿠 지음, 한유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별다른 불행 없이 행복하게만 산다면 더 바랄게 없을 것이다. 그런데 행복한 인생은 우리의 희망과 의지만으로는 어찌 할 수가 없다. 때로는 궂은 날도 있고, 아니 많고, 간혹 기쁜 날도 있으리라.

 김종삼 시인의 ‘어부’라는 시가 있다.

바닷가에 매어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삶의 고뇌를 출렁이는 ‘작은 고깃배’로 나타냈다. 숙명적인 인간의 삶을 인위적으로 어찌 할 수 없지만 ‘화사한 날’의 기대감 속에서 살아가자는 것이다. 즉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처럼 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니 우리 스스로 위안을 삼자는 말이다.

 


  그래도 책을 통해서라도 나의 운명을 개척해 보려는 뜻에서 이 책을 읽었다. ‘유쾌하게 사는 법’은 알겠데,  어찌 ‘유쾌하게 죽는 법’이 있겠는가. 의아해 했다. 우리 내 인생의 생로병사 중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는데 말이다. 천상병도 아니고, 고은 시인처럼 ‘문의 마을’에 간 것도 아닌데. 어떻게 죽음을 달갑게 수용할 수 있을까?
 

다음은 이 책의 공감되는 내용의 요약이다.


 인생에서 쓸모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인간의 마음에는 아주 사소한 것조차 절대화화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막상 내 몸에 병이 나면 아무리 상대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그 고통은 결국 절대적인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삶에는 어떠한 이론이나 설법(說法)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부분이 있다.”(13쪽)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터득한 방법.
첫째 : 병이 들거나 불행이 닥쳤을 때 그것을 역이용해서 뭔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
둘째: 그 불행한 상황을 재치 있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나는 병으로 인생을 삼분의 일을 보냈지만, 오히려 병으로 인해 물질적,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얻었다. (14 쪽)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이용할 가치가 있으며, 인생에서 헛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불행에서 행복의 가능성을 보다.

부정적인 사건 안에 긍정적인 요인이 있고 그와 동시에 긍정적인 사건 안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있다는 사실은, 불교에서 ‘선악불이(善惡不二)’라는 말로 항상 강조하고 있는 진리이다.

 인간관계에도 이 원리는 똑같이 적용된다. 상대방의 좋은 부분을 보려고 노력하게 되면 원만한 대인관계는 물론 그 사람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고통에서 건져 올린 깨달음
  

고통은 나의 힘
‘유사의 법칙’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나 결점을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반대로 그것을 역이용하는 방식.

어떻게 죽을 것인가

“죽을 때가 되면 죽어야 한다.”
“편안히 죽으리라 생각하니 이 내 마음 또한 그렇노라고 대답하네.”
“세월을 거스르지 않고 나이를 먹는다면 마땅히 슬퍼할 일도 없지 않은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때, 미국의 장르 작가 ‘존 그리샴’의 소설을 탐독한 경험이 있다. 『의뢰인』,『가스실』,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외에도 그의 다른 경향의 소설 『크리스마스 건너  뛰기』등 번역 된 책은 모두 읽었다.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존 그리샴’하면 ‘법정 스릴러’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라진 배심원』, 『브로커』, 『거리의 변호사』등이 널리 읽히고 있다..  그가 법과 대학을 나왔고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실은 비록 소설이지만 그의 작품에 신뢰성을 더 부여할 것이다. 

 

 존 그리샴이 그리는 소설 속의 변호사는,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하여 그의 작품에 흥미를 배가시킨다.  비교적 양심적이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로지 돈을 위해서 자기의 영혼까지 팔아 버리려는 변호사들도 많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사건이 있는 곳에서는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벌떼 같이 몰려든다고 한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변호사들의 범죄율이 매우 높고 돈의 흐름에만 민감하고 한다.

 

 아직까지는 어떤 송사에 휘말려 법정 출입을 해 본 적이 없다. 딱 한 번, 처남이 음주 운전을 하여, 삼진 아웃제로 구속되어, 변호사 사무실을 가 본 경험은 있다.  우리가 사건을 의뢰한 변호사가 처남의 고교 동기라, 16년 전 돈으로 400 만원을 무조건 갔다가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어차피 양형 기준이 있었을 것이고, 변호사에게 돈을 바쳤지만 처남에게는 별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제목에 ‘불멸, 신성’이라는 말이 있어, 읽기 전에는 의아해 했었다. 그래도 동저자의 『헌법의 풍경』을 진지하게 읽은 기억이 떠올라 무조건 선택한 책이었다. 읽는 진도가 나아갈수록 제목과 내용이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 왔다.

 

소위 잘나간다는 판검사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직이다.  그 구성원이 얼마 안 되니 그들만의 카르텔이 형성 될 수밖에 없다. 자기들만의 리그로 법을 농단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대부분 양심적이라 믿고 싶지만, 어느 판검사는 지구대 파출소 직원보다 더 못하게 나라에 악 영향을 끼치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검사는 하이에나처럼 죽은 권력에는 가차 없이 칼을 들이대고, 나중에 실세 에 줄을 대어 정치권으로 나가는 경우를 왕왕 본다.  전직 법조계 출신이 가장 많은 모 정당은 아직도 현직의 이들과 끈을 맺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우리나라 판사가 2000명 정도라. 오전에 부산 법정에서 변호가 판사한테 대들면, 저녁에 서초동 법조 타운에 소문이 곧 바로 올라온다니 그들의 조직을 그려 볼 수 있다. 그것도 대학교가 서열화 되어 있어, 몇 개의 대학 출신 법조인이 아우, 형님하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 준다니 그 학연은 빛을 발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모 외고 출신이 꽉 잡고 있다고 하던데 믿고 싶지 않다.

 

이 책에도 언급했지만,  최근에 박연차 리스트로 떠들썩했을 때. 한 검사의 기행을 눈 여겨 본 적이 있다.  그 검사는 친구 건설업자로부터 법인 카드를 받아서 1억 상당의 돈을 썼다니 할 말을 잃었었다. 결과적으로, 그 검사는 공무와 관계없는 돈을 받은 것으로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어물쩍하니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건설업자 친구가 어떤 보험 성격이 아닌 진정으로 친구를 위해서 법인 카드를 내주었다면 그는 친구를 참 잘 사귀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사업하는 사람이 친구라고 어떤 이문을 생각하지 않고 법인 카드를 내 주기는 어렵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금품 수수의 검사가 변호사 영업 시청을 했는데 변호사회에서 승인을 했다고 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위에 든 사실은 우리 같은 장삼이사에게는, 그들이 아무리 개판을 쳐도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다.  그런데 그들의 불성실한 판단으로, 한 개인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수가 있다니 기가 막히다.  전 모 대학 교수가 석궁으로 재판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테러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 사회 영향력이 큰 서울 유수의 대학교수가 일으킨 사건이라 사회적으로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이 책의 저자가 실시한 설문 대상자들도 그 교수의 행위를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고 증언했다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의 이유를 소수 엘리트 양성에서 찾는다. “결국 자본주의사회에서 양극화는 왜 일어나느냐? 사실은 메리토크라스시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메리토크라스시의(업적주의, 실력주의로 번역. ‘더 베스트’)중심에는 시험 중심의 사회가 있는 거거든요. 머리 좋다고 해서 더 많이 밀어줘야 된다는 그 발상부터 깨지 않으면 양극화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메리토크라시의 표본이 뭐냐면 지금 사법시험이에요. 시험 하나로 팔자 고치고,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다 희생해야 되고, 전체적으로 보면 그 몇 천 명을 위해서 온 국민이 다 희생을 해야 되고 힘들어지고.”(222쪽)

 

 얼마 전 검찰청자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낙마한 일이 있다. 검찰의 총수라면 가장 모범적인 사회생활을 안했더라도 최소한 실정법은 위반하지 말아야 한다. 수십 억 원의 차입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고 실정법을 여러 차례 어겨 시정잡배    보다도 못한 사람이 최고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검찰청장 후보자라니 소가 웃을 일이다.  하기야 어느 대법관은 판사들이 집단으로 데모를 하여 나가라고 해도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한 마디로 요지경 속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사법계의 난맥상을 파악할 수 있다. 정당하게, 불편부당하면서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할 법이 왜 계층에 따라, 권력유무에 따라 다르게 시행되는가. 판검사는 촌지를 한 푼도 받지 않는가?  법원 일반직 공무원과 변호사 사무장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실존 경험 구술자들의 라이부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법조계를 해부해 보여 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은 아직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 히가시노 소설의 특징은 ‘도구’를 이용한 추리 기법을 취한다는 것이다. 범행현장에 급히 도망가는 범인이 유류품을 남기게 하여 그것으로 점차 범죄 입증에 접근해 간다.

  이 소설은 <일본 번역 60년>이라는 책을 보다가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나와 있어 읽게 되었다. 전에도 히가시노 책을 몇 권 접했지만,  그의 책을 읽는 중에는  좀 식사하다 할 정도로 평범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책은 꼭 끝까지 읽게 하는 이상한 끌림의 마력을 가졌다.

 그렇다고 옮긴이의 말대로 두 번 읽을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 무슨 논어․ 맹자도 아니고 추리 소설을 재독한다 말인가. “묵직한 중량감을 가진 소설이지만, 여러 번 거듭해서 읽을 대 새로운 맛을 느꼈던 핸복한 번역 작업이었다. 독자 여러분께도 한 번이 아니라 최소한 두 번 이상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285

우리나라 어느 작가가 몇 년 안에 달짝지근한 일본 책이 우리 독서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베스트셀러 부동의 1위는 무라카미 하루키이고, 도서관의 일본 책 코너는 현재도 분비고 있다. 우리나라 작가들도 공공연히 자신의 신변잡기적 잡문만 써대지 말고 장르 던 본격이든 분발해야 한다.

이 책의 제목처럼 삼 남매가 유성을 관찰하러 밤중에 부모 몰래 나갔다 오니 그들의 부모가 살해당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소설의 2권 마지막 부분에 가면 이 책 제목을 왜 그리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살해된 부모가 음식점을 했는데, 하야시라이스를 아주 잘 만들었다. 그 비법을 적은 노트도 주요 소재로 이 소설에서 언급된다. “자네 아버님은 위대한 요리사였어 독창적이고 대담하고 그러면서도 지극히 섬세하게 맛을 조종하는 천내였다네, 단지 안타깝게도 요리 이외의 일에 지나치게 관심이 강했어. 그렇게 도박을 좋아하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 (235쪽)


  그런데 우리가 즐겨 먹어 왔던 서양 음식, 즉 경양식 메뉴 이름이 거의 일본에서 왔다는 것을 이번에야 알았다.  도대체 하야시라이스가 무엇인가 하고 검색해 보다, 유심히 생각해 보니 ‘돈가스, 카레라이스’ 등도 모두 일본식 영어의 조어였다.  과거에는, 서구 유럽 문학 작품이 우리나라에 번역 들어올 때,  일본을 거쳐 모조리 중역되어 왔듯이 음식도 그러하다 생각하니 씁쓸해졌다.  


아무튼 ‘하야시라이스’가 이 소설에서는 범인을 잡는데, 결정적 증거는 아니 되지만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주요한 반전의 재료가 됨에는 틀림이 없다. 시즈나와 유키나리와의 사랑과 범인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식과 부모의 끈끈한 연결고리가 이 음식이다.  법인의 누구일까?  마지막에 히가시노는 한 방을 독자에게 선물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