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
닉 혼비 지음, 이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를 쓴 작가로 유명한 영국 출신 닉 혼비가의 작품이다. 영국식으로 책을 어떻게 읽을까. 우리 출판계에도 ‘책을 읽기 위한 책’이 많이 나와 있다. 어떤 사람은 천천히 읽으라 하고, 어떤 이는 여러 권을 겹치기로 읽으라 한다. 누구는 오랫동안 검증받은 고전을 읽으라하고 닉 혼비는 “‘사실 고전이나 올해의 책’을 수상한 소설을 읽지 않는다 해도, 나쁜 일은 아니다.”라고 한다.  또한 닉혼비는 “지루한 책은  내려놓고, 재미있는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16.17쪽)

 

그러면서도 작가인 자기 매제를, 마치 <황홀한 글 감옥>에서 조정래가 자기 처, 김초혜 시인을 낯간지럽게 소개하듯이 몇 번 말한다.  간접 광고가 아닌가하고 반 농담으로 생각해 본다. 그의 매제가 <당신들의 조국>이라는 책을 썼다고 해서 감짝 놀랐다.  노르웨인가 어디에 있는 러시아 귀화인 박노자와 매제지간 인가하고.
그게 아니라 흥미 있게 읽은 적인 있는 <폼페이>의 저자 로버트 해리슨을 말하고 있었다. 같은 제목의 책이 나왔는가 보다.

 


이 책은 읽은 지 좀 되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이 있다. 그 하나는 저자가 책을 무지하게 구입한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서평 쓴다는 이유로 책을 공짜로 얻지 않고 자기 돈을 꼭 구입한다고 한다. 그래서 매 단원마다 구입한 책을 열거하고,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했다.  또한 그가 글을 잘 쓰려면 나뭇가지 쳐 냈듯이, 뼈대만 남기고 앙상하게, 가멸차게 잘라내야 한다고 했다. 매우 공감이 가는 말이다. 엿가락처럼 축축 늘어지는 나의 글쓰기가 부끄럽다.

 


“문예창작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글쓰기의 비결은 자르고, 깎아내고, 가려내고, 부수고, 찍어내고, 쳐내고, 다듬고, 불필요한 단어는 전부 제거하고, 압축하고, 압축하고 또 압축하는 것임을 알고 있다.” (93쪽)

 

 


“ 스스로 좋아할 만한 책을 고르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스스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이미 읽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나, 다른 사람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런 책을 읽는 경우가 많다(40세나 50세가 되기 전에, 혹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책 목록을 머릿속에 넣어 다니거나 실제로 적어 다니는 사람들을 늘 만난다). 대단한 찬사를 받은 소설을 어렵사리 읽고 나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 책을 그렇게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 결과 나의 독서 다이어트에서 가장 먼저 줄일 것은 요즘에 나오는 문예 소설이었다. 그것이 가장 위험도 높은 카테고리라고 여겨졌다.”  (10쪽)

 


닉 혼비가 읽은 목록이라고 꼭 읽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의 서재를 들여다보는 것도 자신의 책읽기에 도움이 되리라. 마치 이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눈치를 챘는지, 고맙게도 번역자가 그가 읽은 책 중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판된 책은 괄호 처리로 출판사 및 년도를 적어 놨다. 

 

 

그런데 문제는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점은, 괄호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개된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출판되었다고 하는데,  번역된  제목과 다르게 달린 경우가 많기 때에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폴 코린스의 <네모난 못>이 한국어판으로 <양철북>으로 소개 된다.(81쪽)  권터 그라스가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이 더 불투명하게 써진 소설들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독자로서 내 자신의 취향과 한계를 지적하고자 한다. 막말로 하자면, 그런 책을 읽으면 나는 지루해지고, 지루해지면 성격이 나빠진다. 내 독서 생활에서 지루한 것들을 제거하기란 놀라운 정도로 쉬웠다.” (11쪽)

 


“독서가 레저 활동으로서 살아남으려면, 독서의 (불분명한) 혜택보다는 즐거움을 장려해야 한다. 다만, 부탁이니 읽고 있는 책이 재미없어 죽을 지경이라면 내려놓고 다른 것을 읽기 바란다. (13쪽)

 


“ 책은 어렵게 읽어나가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 낭비라는 확고부동한 신념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지한 소설, 이따금 심각하게 지루한 소설이나 엄청난 두께의 정치적인 전기를, 돌을 갈아내는 속도로 읽어나간다. 그럴 때마다 책은 어쩐지 의무처럼 느껴지고, 그렇다면 부디, 제발 부탁이니 그런 책은 내려놓으시라. (15쪽)

 

 

닉 혼비는 두 아들의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를 쓴 샬롯 무어의 <조지와 샘>을 읽은 독후감을 올리고 있다. 자기의 아이도 자폐증인데,  이 책이 유머와 위트를 섞어 썼기 때문에 매우 흥미롭다고 말한다. 6.7 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이렇게 웃지는 못했을 것이다. 쌀쌀한 날씨에 열 살짜리 아이가 벌거벗고 신이 나서 트램플린 위에서 뛰고 있는 것을 보는 데 익숙해졌으니,  자폐아를 둔 모든 부모가 털어놓는 이야기를 여유롭게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자폐증은 치료법 없는 데  마치 그런 구출된 느낌의 글을 읽으면 소외감이 많이 생겼는데 이 책을 보고 웃을 수 있었다고 한다. (55쪽 참조)

 

 

왜 자폐아를 둔 부모로서 여유롭게만 살았겠는가, 시간이 지났다고. 담담하게 자폐증을 살펴보면 놀라운 점이 많다는 점만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넘어간다.

 


“나는 독서욕을 식욕과 마찬가지로 보는데, 샐러드나 초콜릿, 고기와 감자에 해당하는 문학 작품이 필요할 때면 두뇌가 지시해준다는 것이다. <머니볼>을 읽은 것은 두툼한 스테이크에 해당하는 <무명>을 읽은 뒤, 뭔가 빠르고 가벼운 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58쪽)

 

 

< J.M 쿳시에 대해서 - “쿳시의 간결하지만 중층적인 언어” “거리감이 느껴지는 어조와 간결한 문체” “간결하고 정교한 문장들이 겹겹이 이어지는”“쿳시가 지닌, 그리고 우리에게 나누어주는 위대한 재능은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언어에 있다.” “간결하지만 강력한 언어” “섬뜩하고 간결한 책” “역설적이지만 간결하면서 동시에 짜임새가 풍부한” “ 간결하고 매끈한 아름다움” 알겠는가? 간결한 게 좋은 것이다.> (94쪽)


   < 이 책에서 닉 혼비가 읽고 언급한 책>

서명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 : 인간 이해와 신앙
저자  최재석 지음
출판사 한신문화사
발행년도 2005


서명  우리시대의 세계문학. 44 : 영국 중단편
저자  그레이엄 그린 ...[등]글
출판사 계몽사
발행년도 


서명  권력과 영광
저자  그레이엄 그린 지음 ; 이동진 옮김
출판사 해누리
발행년도 2002

 

서명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저자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 정영목 옮김
출판사 문학동네
발행년도 2004

 

서명  (위대한 작가들의) 은밀한 사생활
저자  로버트 슈나켄베르크 글 ; 마리오 주카 글 ; 박선령 옮김
출판사 로그인
발행년도 2008

 


서명  당신들의 조국
저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 김홍래 옮김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년도 2006

 


서명  아크엔젤 : 스탈린의 비밀노트
저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 조영학 옮김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년도 2008

 

서명  이니그마
저자  로버트 해리스 지음 ; 조영학 옮김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발행년도 2007

 


서명  머더리스 브루클린 : 조나단 레덤 장편소설
저자  조나단 레덤 지음 ; 조영학 옮김
출판사 황금가지
발행년도 2007

 


서명  (서승의)옥중 19년
저자  서승 지음 ; 김경자 옮김
출판사 역사비평사
발행년도 2004

 


서명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저자  요네하라 마리 [지음]  ; 김윤수 옮김
출판사 마음산책
발행년도 2008

 

 

서명  프라하의 소녀시대
저자  요네하라 마리 지음 ; 이현진 옮김
출판사 마음산책
발행년도 2006

 

서명  미녀냐 추녀냐
저자  요네하라 마리 지음 ; 김윤수 옮김
출판사 마음산책
발행년도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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