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때, 미국의 장르 작가 ‘존 그리샴’의 소설을 탐독한 경험이 있다. 『의뢰인』,『가스실』,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외에도 그의 다른 경향의 소설 『크리스마스 건너  뛰기』등 번역 된 책은 모두 읽었다.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존 그리샴’하면 ‘법정 스릴러’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라진 배심원』, 『브로커』, 『거리의 변호사』등이 널리 읽히고 있다..  그가 법과 대학을 나왔고 변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실은 비록 소설이지만 그의 작품에 신뢰성을 더 부여할 것이다. 

 

 존 그리샴이 그리는 소설 속의 변호사는, 다양한 캐릭터로 등장하여 그의 작품에 흥미를 배가시킨다.  비교적 양심적이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이들도 있지만 오로지 돈을 위해서 자기의 영혼까지 팔아 버리려는 변호사들도 많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사건이 있는 곳에서는 변호사들이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벌떼 같이 몰려든다고 한다. 이런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변호사들의 범죄율이 매우 높고 돈의 흐름에만 민감하고 한다.

 

 아직까지는 어떤 송사에 휘말려 법정 출입을 해 본 적이 없다. 딱 한 번, 처남이 음주 운전을 하여, 삼진 아웃제로 구속되어, 변호사 사무실을 가 본 경험은 있다.  우리가 사건을 의뢰한 변호사가 처남의 고교 동기라, 16년 전 돈으로 400 만원을 무조건 갔다가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어차피 양형 기준이 있었을 것이고, 변호사에게 돈을 바쳤지만 처남에게는 별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제목에 ‘불멸, 신성’이라는 말이 있어, 읽기 전에는 의아해 했었다. 그래도 동저자의 『헌법의 풍경』을 진지하게 읽은 기억이 떠올라 무조건 선택한 책이었다. 읽는 진도가 나아갈수록 제목과 내용이 아주 설득력 있게 다가 왔다.

 

소위 잘나간다는 판검사들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직이다.  그 구성원이 얼마 안 되니 그들만의 카르텔이 형성 될 수밖에 없다. 자기들만의 리그로 법을 농단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대부분 양심적이라 믿고 싶지만, 어느 판검사는 지구대 파출소 직원보다 더 못하게 나라에 악 영향을 끼치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검사는 하이에나처럼 죽은 권력에는 가차 없이 칼을 들이대고, 나중에 실세 에 줄을 대어 정치권으로 나가는 경우를 왕왕 본다.  전직 법조계 출신이 가장 많은 모 정당은 아직도 현직의 이들과 끈을 맺고 있지 않나 의심이 들 때가 있다.

 

우리나라 판사가 2000명 정도라. 오전에 부산 법정에서 변호가 판사한테 대들면, 저녁에 서초동 법조 타운에 소문이 곧 바로 올라온다니 그들의 조직을 그려 볼 수 있다. 그것도 대학교가 서열화 되어 있어, 몇 개의 대학 출신 법조인이 아우, 형님하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 준다니 그 학연은 빛을 발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모 외고 출신이 꽉 잡고 있다고 하던데 믿고 싶지 않다.

 

이 책에도 언급했지만,  최근에 박연차 리스트로 떠들썩했을 때. 한 검사의 기행을 눈 여겨 본 적이 있다.  그 검사는 친구 건설업자로부터 법인 카드를 받아서 1억 상당의 돈을 썼다니 할 말을 잃었었다. 결과적으로, 그 검사는 공무와 관계없는 돈을 받은 것으로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어물쩍하니 마무리 지었다고 한다.  건설업자 친구가 어떤 보험 성격이 아닌 진정으로 친구를 위해서 법인 카드를 내주었다면 그는 친구를 참 잘 사귀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사업하는 사람이 친구라고 어떤 이문을 생각하지 않고 법인 카드를 내 주기는 어렵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금품 수수의 검사가 변호사 영업 시청을 했는데 변호사회에서 승인을 했다고 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위에 든 사실은 우리 같은 장삼이사에게는, 그들이 아무리 개판을 쳐도 직접적인 영향력은 없다.  그런데 그들의 불성실한 판단으로, 한 개인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는 수가 있다니 기가 막히다.  전 모 대학 교수가 석궁으로 재판에 불만을 품고 판사를 테러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다. 사회 영향력이 큰 서울 유수의 대학교수가 일으킨 사건이라 사회적으로 많은 논쟁을 일으켰다. 이 책의 저자가 실시한 설문 대상자들도 그 교수의 행위를 공감하는 측면이 있다고 증언했다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의 이유를 소수 엘리트 양성에서 찾는다. “결국 자본주의사회에서 양극화는 왜 일어나느냐? 사실은 메리토크라스시 때문에 일어나는 겁니다. 메리토크라스시의(업적주의, 실력주의로 번역. ‘더 베스트’)중심에는 시험 중심의 사회가 있는 거거든요. 머리 좋다고 해서 더 많이 밀어줘야 된다는 그 발상부터 깨지 않으면 양극화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메리토크라시의 표본이 뭐냐면 지금 사법시험이에요. 시험 하나로 팔자 고치고, 다른 사람들은 거기에 다 희생해야 되고, 전체적으로 보면 그 몇 천 명을 위해서 온 국민이 다 희생을 해야 되고 힘들어지고.”(222쪽)

 

 얼마 전 검찰청자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낙마한 일이 있다. 검찰의 총수라면 가장 모범적인 사회생활을 안했더라도 최소한 실정법은 위반하지 말아야 한다. 수십 억 원의 차입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고 실정법을 여러 차례 어겨 시정잡배    보다도 못한 사람이 최고의 도덕성을 요구하는 검찰청장 후보자라니 소가 웃을 일이다.  하기야 어느 대법관은 판사들이 집단으로 데모를 하여 나가라고 해도 뻔뻔스럽게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한 마디로 요지경 속이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 사법계의 난맥상을 파악할 수 있다. 정당하게, 불편부당하면서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할 법이 왜 계층에 따라, 권력유무에 따라 다르게 시행되는가. 판검사는 촌지를 한 푼도 받지 않는가?  법원 일반직 공무원과 변호사 사무장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실존 경험 구술자들의 라이부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법조계를 해부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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