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에서 뉴욕으로 이주하여 큰 돈을 번 사나이 개츠비는 중부 미네소타 출신인 작가 피츠제럴드(1896~1940)의 욕망을 대변하기도 합니다.<낙원의 이쪽>(1923년)과 <위대한 개츠비>(1925년)를 쓰기 이전엔 무명작가였던 피츠제럴드가 두 소설이 잘 팔리면서 큰 돈을 만져보기 시작했으니까요.소설 속 데이지와 개츠비처럼 피츠제럴드도 돈 없는 청년 시절에는 연인 젤더와 헤어진 적도 있었습니다.소설과 다른 점은 피츠제럴드가 작가로 출세하면서 젤더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개츠비처럼 피츠제럴드 부부는 호기롭게 큰 연회를 베풀면서 미국동부의 수많은 명사들과 어울려 부어라 마셔라 합니다.가난해도 절약해 살면 현상유지는 할 수 있지만 낭비하면 아무리 부자라도 돈이 바닥을 드러내지요.유명작가요, 돈도 많이 버는 피츠제럴드였지만 만년에 가서는 돈에 쪼들리며 닥치는 대로 잡문을 쓰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처지가 됩니다.게다가 한참 낭비하던 시절에 얻은 알콜 중독에 시달리기까지 하고 아내는 알콜성 치매에 광녀가 되어버리니 화려한 시절은 너무 짧은 셈이지요.
많은 독자들이 <위대한 개츠비>의 가장 처절한 장면으로 장례식 장면을 꼽습니다.비가 철철 내리는데 조문객은 없고...연회를 하던 때는 구름처럼 몰려들던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간 거지? "정승집 개가 죽으면 사람들이 위로하려 몰려드는데 정승이 죽으니 오지도 않는다"는 속담이 생각나는 장면입니다.게다가 개츠비의 비명횡사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데이지조차도 오지 않으니 독자로서는 이 못된 년! 하는 분노가 폭발하지요.잊어먹고 놔두고온 구두 좀 보내달라는 뻔뻔스런 남자는 또 어떻구요.
개츠비의 장례식은 어찌 그리도 피츠제럴드의 장례식과 비슷한지요.한때 수많은 연회에서 어울리던 그 많던 동부의 유명인사들 그 누구도 그의 장례식에 오지 않았습니다.작가로는 도로시 파커가 유일한 참석자였죠.파커는 피츠제럴드가 참석한 연회에서 술친구였던 여자였습니다.소위 재즈시대를 풍미한 시인이며 작가로서 자유분방한 연애도 많이 했습니다.쓸쓸한 장례식...그나마 당시로서는 대작이었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년)시나리오의 공동집필자로 이름을 남긴 것이 피츠제럴드가 후세에 남긴 마지막 선물이라고나 할까요...
알콜중독으로 인한 치매로 수용소 비슷한 요양원에 머물던 아내 젤더에게 닥친 종말은 더 가혹했습니다.1948년, 요양원이 화재에 휩싸이면서 불에 타서 사망했으니까요.만약 이 부부가 돈을 아껴쓰고 술을 절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상상도 해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가 본 피츠제랄드의 무덤은 평범하답니다.메릴랜드 주 국도변 가톨릭 성당 부근에 있는 작은 무덤인데 부근 도로의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린다네요.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고 하는데 피츠제랄드 부부의 생애가 바로 그렇습니다.묘비에는 <위대한 개츠비>의 마지막 문장이 적혀있다고 합니다."우리는 물결을 거스르는 배처럼 끝없이 과거로 밀려가면서도 하염없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