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8일, 왕년의 톱스타 김추련 씨가 경남 김해의 한 오피스텔에서 자살한 시신으로 발견되다...김추련... 1977년 국산영화 최대흥행기록을 세운  '겨울여자'의 남주인공... 상대역은 막 떠오르는 신예 장미희! 내가 가지고 있는 당시 시사주간지의 빛바랜 영화평을 보니 평론은 정영일 씨가 했습니다(정영일 씨도 저세상 사람이 된 지 이미 20년을 훌쩍 넘겼고...). 

   올해 김추련 씨 나이는 64세.아마 우리 나이로는 65세가 아닌가 생각합니다.70년대 청춘물의 단골주인공이었습니다.그의 얼굴은 전형적인 한국인과는 거리가 멀었고, 첫눈에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을 인상이었지요.'빵간에 산다'(1974)에서 우연희와 공연하는 등 당대의 미녀배우들의 상대역이었습니다.그런데 전성기가 지나고 영화계를 떠나 이것 저것 사업에 손댔던 모양입니다.물론 다 실패했고 결국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마지막 선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었나 봅니다.두어달 전엔가 무슨 아침프로에 나온 것을 봐서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같았는데, 결국 저렇게 세상을 하직하고 마는군요. 

   왕년의 액션스타 김희라 씨가 몇 년 전 '인간시대'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그때 그의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70이 넘은 것도 아닌데 너무나 늙어버린 모습에 걸음걸이도 힘들어 보였습니다.병마에 쓰러져 꽤 오래 투병생활을 하고  재활치료를 받은 후였습니다.옆에는 늘 아내가 부축하고 있었고...미남에 건장한 체격, 그리고 액션물에 주로 나왔길래 저렇게 변해버리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지요. 

  아내와 함께 길거리를 걷던 김희라를 알아본 나이든 남자 하나가 다가와 악수를 청합니다.김희라 씨 아니세요? 반갑습니다. 김희라도 악수를 받아주면서 웃습니다.제작진이 그 남자팬에게 다가가서 마이크를 댑니다.그러자 그 남자 이렇게 얘기합니다."김희라 씨 팬입니다.추억의 스타잖아요" .그 남자가 화면에서 사라져가고 카메라는 다시 김희라를 비춥니다."추억의 스타...참 서글픈 말이지요..." 조용히 말하는 김희라...그렇습니다.전성기가 지난 스타...젊었을 때의 멋진 외모는 간 곳 없고 나이든 얼굴에 불편한 걸음걸이...사람은 누구나 나이 먹고 늙고 쇠약해지지만 예전 인기있던 스타가 어느날 나이든 모습으로 나타나면 서글픕니다.아...저 사람도 늙는구나...

   무명으로 세월을 보낸 것도 아닌, 한때 대단한 갈채를 받았던 스타들 중 가끔 나이들어 어렵게 지내는 이들의 소식을 들으면 괜히 우울해집니다.특히 그 스타를 한때 좋아한 팬일수록 더 그렇지요.아! 그렇게 화려한 스타였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돈도 꽤 벌었다는데...배삼룡 씨가 타계하기 몇 년 전 방송에 나와 전성기 때 이야기를 합니다."그땐 식사하자면서 친구들 데리고 비행기 타고 싱가폴 간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가 타계할 때 뉴스에서 나오기를 말년을 궁핍하게 보냈다고 합니다. 

   수입이 일정치 않은 운동선수나 연예인들은 은퇴한 뒤에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한때 대단한 인기를 얻은 사람들도 전성기 때 번 돈을 사업에 실패해서 다 날려버리는 일이 많지요.70~80년대 프로복서로 인기를 얻은 김성준, 김사왕도 사업에 실패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습니다.아마 가장 비극적인 경우는 해태타이거스의 홈런 타자 이호성일 것입니다.내연관계에 있던 여자와 그녀의 아이들을 살해한 후 본인도 자살해 버렸으니까요. 

   한때 송대관 씨가 '놀러와'에 나와서 다음 생애에는 공무원으로 태어나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월말 되면 월급받는 평범한 생활인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늘 인기라는 불안한 롤러코스타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생활에 지치다 보니 그런 생각이 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화려할 것만 같은 스타들...하지만 오늘처럼 나이들어 생활고에 자살한 스타 소식을 들을 때마다 화려함 뒤의 어둔 그늘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써놓고 다시 읽어 보니 60살 넘은 사람이 쓴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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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1-11-0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부럽지 않습니다. 인기를 잃었을 때의 그 쓸쓸함만 생각해 봐도 끔직합니다.
얄개 이승현씨도 그렇고 고인이 된 도금봉, 손창호씨도 그렇고.
이민가신 홍세미씨는 잘 살고 계시나... (갑자기 생각나서)

노이에자이트 2011-11-10 15:45   좋아요 0 | URL
도금봉 씨도 뜻밖에 가난하게 살았더군요.손창호 씨는 비참하다고나 할 죽음이었고...

홍세미 씨는 이민갔다가 90년대 초반에 잠깐 연속극에 나오다가 금방 미국으로 다시 가더군요.

yamoo 2011-11-09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추련씨가 그렇게 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세월 무상하네요..벌써 그분이 65세라니..
휴~ 환갑이 넘어도 자살하는 사람은 자살하는 군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0 15:45   좋아요 0 | URL
예.우리나라가 청소년과 노인 자살률이 굉장히 높은 편입니다.

blanca 2011-11-09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추련씨가 누군가인가 싶어 찾아 봤더니 어렸을 때 <겨울여자>에서 봤던 기억이 또렷이 나더라고요. 나이가 많지 않은데 그런 길을 택해서 참 안타까웠어요. 남정임과 오수미씨의 마지막들도 참 슬프더라고요. 전성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기억이 더 독이 되는 경우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런 것 보면 심은하씨 모친이 한창 전성기 때 했던 이제 은하가 잘 내려가는 것을 돕겠다,고 했던 얘기가 참 현명한 것도 같습니다. 이호성씨 사연 참 충격적이군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0 15:47   좋아요 0 | URL
겨울여자가 미성년자 관람불가인데 언제 보셨는지 궁금하군요.극장? 아니면 방송?

남정임 씨야 병으로 갔으니 그렇다 쳐도 오수미 씨는 교통사고라서 안타깝죠.결혼생활도 파란만장하고...

이호성 사건은 야구팬들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었죠.

쉽싸리 2011-11-10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김추련씨 마스크가 좀 독특했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희라씨는 영화 '시'에 나왔죠.
뇌출혈로 몸이 안좋다고 하더군요. 영화에서도 실제와 비슷한 역할을 맡았지요.
세월앞에 누군들 버티겠습니까. 요는 잘 버터야 하는데, 어렵지요.
더구나 화려함이 늘 함께하는 연예인들이야 더할 나위가 없을거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0 15:49   좋아요 0 | URL
예.김추련 씨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짐작이 안 가는 외모였습니다.

김희라 씨의 젊었을 때 영화를 보면 나이 들어서도 건강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일찍 몸이 그렇게 되어버렸더군요.요즘은 대학에서 연기에 대한 강의를 나가고 있습니다만...

버벌 2011-11-1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희라. "팔만대장경" 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보고 무언갈 이해할 나이가 아닐때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초등학교때 흑백의 영상으로 봤는데 지금도 생생한 마지막 장면. 대장경판을 들고 칼을 휘두르는 적들 사이에서 우리의 조상들은 불경을 외우죠. 행여나 쓰러지면서 판이 땅에 떨어질까봐 온 몸으로 방어하면서 말입니다. 김희라님이 주인공으로 나왔었어요. 움 생각해보니 영화를 보고 무언가를 이해할 나이는 아니었지만 김희라라는 이름은 기억을 했네요. 친근한 배우가 나왔다며 동생들과 나란히 앉아 봤으니까요. 혹시 보셨나요? ^^ 전 나이가 든 지금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팔만대장경"입니다. 만들어진 과정이 씁쓸하긴 하지만............ 그 영화 이후로 꿈이 글쓰는 것으로 방향이 확 바뀌어진. 엄청난 사건을 만들어 낸 영화였죠. ㅎㅎㅎ (그 전에는 고고학자였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4:04   좋아요 0 | URL
음...저는 그 영화 못봤습니다.예전 액션영화는 몇 편 봤죠.물론 비디오로...

어릴 때 봤던 영화는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느낌이 달라진다는데...버벌 님의 인생을 바꾼 영화였군요.

페크pek0501 2011-11-13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있던 스타가 어느날 나이든 모습으로 나타나면 서글픕니다.아...저 사람도 늙는구나..."

그런데 평범한 우리도 서글프게 늙을 겁니다. 화려하게 보기 좋게 늙는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아요. 아무리 재력이 있어도 늙음은 그 자체로 초라함인 것 같아요. 늙어서 어느 날 팔 한쪽 못 쓰게 되고 어느 날 다리 한쪽 못 쓰게 되더니 아주 누워 버린다고 생각해 봐요. 최근 친한 친구의 어머님이 관절염으로 고생하시다가 다리를 못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출은 이제 못한대요. 참 건강하셨었는데... 이제 바깥 세상 구경을 혼자의 힘으로는 못한다고 상상하면, 인생 참 비극이에요.

그런데 화려했던 왕년의 스타가 그런 것은 더욱 비극으로 느껴지겠죠.

노이에자이트 2011-11-13 14:02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늙음은 아무리 포장해도 서글프고 추하죠.그런 걸 감안하고 인내하는 게 낫지, 이것저것 포장한다고 해서 현실이 은폐되는 것도 아니고요.

사람 건강이란 게 믿을 만한 게 못됩니다.

오랜만에 만난 스타가 확 늙어있으면 서글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