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즐비한 도심에도 동식물은 존재합니다.미물이라고 관심의 대상조차 되지 않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또하나의 생태관찰기가 탄생할 법도 합니다.도시의 박물학지가 탄생될 수도 있지요.박물학 아시죠? 학문분과가 정립되기 이전, 인문사회와 자연과학의 경계를 초월한 학문, 아니 학문 이전에 인간의 모든 호기심을 집대성한 그 무엇... 

   아파트 잔디밭에 심어놓은 나무들 밑에 큰 버섯이 몇몇 모여있습니다.누런 색에 크기는 어른 주먹 정도...저게 뭐지? 약간 기괴한 느낌도 듭니다.마치 식충식물 같기도 하고...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사람잡아 먹는 식물같은 모습입니다만 아마 독버섯일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이런 상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예전에 식용버섯과 독버섯을 구별하는 방법에 통달하고자 한국버섯도감을 구하려고 헌책방을 갔는데 그 책이 너무도 두툼해서 놀라자빠질 뻔했습니다.이걸 다 외워야 한단 말인가...더군다나 식용과 독버섯을 구별해놓았지만 사진을 보니 너무 비슷하여 자칫  독버섯을 식용으로 오인하고 먹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결국은 개망초나 머위대나 먹어야지 하고 포기해버렸죠. 

  이제 가을이 오려나 봅니다.늦더위가 어쩌고 저쩌고 방송에서는 떠듭니다만, 한여름의 더위와 달리 습도가 낮다는 느낌입니다.이런 더위가 미국서남부나 동남아프리카 사반나 기후일 거라고 추측합니다.덥기는 한데 땀이 안 나죠.중동도 그렇고...그대신 동남아나 중국남부는 더위에 습기가 섞여서 후덥지근합니다. 

  가을이 가깝다는 증거 중 하나. 인근 초등학교에 사는 올챙이 중 드디어 개구리가 된 놈이 있습니다.내가 물통 곁에 앉아 올챙이를  손으로 건지고 있는데 어떤 남자 초등학생이 가까이 와서 저기 개구리가 있다고 합니다.손으로 가리킨 데로 가보았더니 손톱만한 개구리가 플라스틱 통을 제법 빠른 동작으로 기어가고 있습니다.자세히 보니 아직은 꼬리가 조금 남아있습니다.이게 암컷인지 수컷인지...그것까지 구별할 실력은 안 되고...그래서 그 어린 동물학자에게 물어보니 그 학생도 그것까진 모른답니다.작은 동물에 관심을 갖고 내게 알려준 그 학생이 어릴 때 제 모습같아서 친근감이 생깁니다. 

  바퀴벌레의 끈질긴 생명력, 암컷은 죽으면서도 알집을 낳습니다.바퀴벌레는 알이 갸름하고 긴 통 속에 있어서 달고 다니다가 이것을 몸에서 떨어뜨립니다.어제 밤 좀 큰 바퀴벌레가 싱크대 비닐 봉지 위로 후다닥 지나가길래 우선 비닐을 들어서 마루바닥에 놨더니 바퀴벌레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위치로 보아 오른손으로 잡기는 그렇고 해서 왼손바닥으로 쳐 잡고 역시 왼손 검지와 엄지로 집어올리는데 뭔가 움직이는 느낌입니다.이게 살았나...해서 더 꽉  쥔 순간 바퀴벌레 몸에서 무엇이 분리되어 떨어집니다.아하...요게 바로 죽으면서 낳은 알집이로구나...이런 것을 경험한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하고 흐뭇해서 확인하니 정말 갸름한 알집...죽으면서도 후손을 남기는 생명력에 경탄할 뿐입니다. 물론 나는 그 알집을 살려줄 정도로 자비로운 인간은 못되었지만...

  징그러운 바퀴벌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또 이렇게 관찰해보면 좋은 이야기거리입니다.물론 별 징그러운 이야기도 다 쓰는구나 하고 찡그릴 사람들도 있겠지요.전에는 굵은 지렁이 이야기를 하더니 이젠 바퀴벌레가 알 낳는 이야기란 말인가, 이 인간은 다음에 또 무슨 혐오스런 이야기를 할 것인가 하면서...하지만 이 도심에 늑대나 곰이 나타날 리는 없고 가장 무난하게 관찰할 수 있는 동물이 이런 부류이니 이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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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1-09-0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수가..제가 잠시 못 온 사이에 자연과 동, 식물의 연구를 하셨다니, 도대체 노자님의 탐구력의 끝은 어디인가 자뭇 의연해 지네요.
아파트에는 잡초라 불리는 다양한 식물이 참으로 많습니다. 전 일하다가 지칠 때 잡초를 뜯으며 나름 사색에 빠지죠. 도대체 왜 이 식물들을 잡초라 부르는가? 하고 말이죠. 저도 사실 노자님처럼 연구를 하면 연구할 주제들이 참 많을 것 같아요. 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1-09-03 14:43   좋아요 0 | URL
저도 제 관심분야가 어디까지 확장될지 감을 못잡겠네요.

우리가 잡초라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잡스럽지 않은 존재들입니다.누군가 그런 말도 했잖아요.잡초는 없다!

우주 2011-09-03 0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이에자이트 님이 도시의 박물학자로군요. (^^) 저는 맨손으로 바퀴벌레를 잡지 못하는데... 그런데 이상한 게, 어렸을 때는 개구리도 손으로 만지며 잘 놀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개구리조차도 선뜻 만지게 되지 않는군요. 물론 동물원의 곤충실이나 파충류실에 가서 관찰하는 것은 아주 좋아합니다만. 곽노현 사건의 추이를 쫓는 중 기분 전환이 되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9-03 14:45   좋아요 0 | URL
도시의 박물학자라는 말이 참 듣기 좋습니다.

아무래도 바퀴벌레같은 곤충을 맨손으로 잡는 사람은 드물죠.저는 냄새 고약한 곤충도 만질 수 있습니다.개구리나 도마뱀 정도는 만져보려고 애쓰면 못만질 것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정치현안보다는 한 숨 쉴 수 있는 소재니까요.

페크pek0501 2011-09-03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퀴벌레가 알집 떨어뜨리는 이야기가 징그럽지 않고 흥미로운데요. 파브르곤충기를 읽는 듯해요. 파브르곤충기가 앞으로 계속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9-03 14:46   좋아요 0 | URL
하하하...직접 목격해보니 신기하던데요.앞으로 좀 더 기괴한 곤충이야기를 해볼까요...

2011-09-03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9-03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yamoo 2011-09-03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노이에자이트님의 탐구력...경의를 표할 정도입니다~
물고기면 물고기, 개면 개..바퀴벌레까지...와~~~ <어? 그래!>같은 책도 집필하셔도 될듯 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9-04 15:20   좋아요 0 | URL
일종의 호기심천국이지요. 책을 집필하려면 더 많이 기록을 모아야겠어요.

쉽싸리 2011-09-0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요즘 작기가 끝난 밭에 풀을 제거하고 비닐을 벗기는 일을 하고 있거든요. 비닐을 들추면 많지는 않지만 대개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있어요. 이 밭이 사실 올 해 봄까지는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한 땅이거든요. 그래도 지렁이나 메뚜기, 여치, 개구리 등 많은 곤충 들을 접하면 자연의 생명력에 다시 한번 놀라울 뿐이지요. 어제는 비닐을 확 벗겼더니 조그마한 새끼뱀이 꿈틀하면서 도망하더라구요. 아무래도 뱀은 친해질러면 아직인거 같아요. 물론 그네들이 독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자주 볼 수 없으니 더욱 그런거 같아요. 그래도 올 해는 한 네번쯤 보긴 했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11-09-06 14:29   좋아요 0 | URL
올해 봄까지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해도 그렇군요.

저는 뱀도 그다지 무서워한다거나 징그러워한다거나 하지 않습니다.좀 더 차분히 마음을 가지면 익숙해질 겁니다.

달사르 2011-09-14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신기하군요! 바퀴벌레가 알을 그런 식으로 낳는군요. 떨구듯이. 전 바퀴벌레를 무척 무서워해서 차라리 내 몸 위를 기어다녀도 모른 척, 자는 척하며 덜덜 떠는 사람에 속하는데요. 최근에 이사를 갔는데, 그 집이 워낙에 새 집이어서...바퀴가 보이는데 나도 모르게 발로 밟았다는..ㅠ.ㅠ 바퀴는 한 마리 보이면 숨은 녀석이 몇 백 마리라는 말을 들어서 말이죠. 아...그나저나, 이렇게 바퀴를 죽일 줄 아는 것도 '노화'의 일종일까요. 하하하.

담에는 노이에자이트님처럼 저도 바퀴가 알 낳는 장면을 지켜보고야 말겠어요! 불끈! 참, 엊그제 강변 나갔다가 실뱀이 강물에서 올라와 시멘트를 지나쳐 풀숲으로 건너가는 걸 지켜봤어요. 참 잘 생겼던데요. 하하.

노이에자이트 2011-09-14 21:32   좋아요 0 | URL
바퀴가 알 낳는 것을 직접 목격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죠.

뱀을 선입견없이 차분하게 본다면 특별히 징그럽다는 느낌이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