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음식하면 홍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호남 사람들 중에도 홍어 못먹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거의 못 먹습니다.성인용 음식이라고 해야 할까요.그런데 이 홍어를 경상도 내륙지방 식당에서 파는 곳이 있습니다.지역방송을 연결해서 보여주는 케이블 방송에서 본 사실인데 바로 경남 산청의 경호강 근처입니다. 

   경호강은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하여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물게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그런데 이 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요리하는 어느 음식점에서 홍어요리도 팔더군요.화면에 나오는 사장님은 경상도 억양이 진한 것을 보니 경상도 남자고, 홍어요리를 먹고 있는 손님들이 말하는 억양도 전부 경상도 억양. 우리 친척 중 한 명이 30년 전 거제도에서 홍어요리점을 냈다가 장사가 안 되어 다른 음식을 파는 것으로 업종을 변경한 일이 있는 것을 기억하면 홍어요리가 꽤 널리 퍼졌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습니다. 

  얼마전 역시 방송에서 본 장면인데 젊은 경상도 아줌마가 서울에 살면서 옥상에 텃밭을 가꾸고 있었습니다.그러면서 어떤 채소 잎파리를 보여주는데 방아잎이라는 것입니다.아줌마는 "우리 부산에서 살 땐 방아잎을 자주 먹었는데 서울에 와선 파는 데도 없고 그래서 아예 기르고 있어요.경기도나 충청도에서도 안 먹는 것 같고..." 

  자세한 지명은 확인하지 않았는데 영남 어느 지방에서 메기매운탕을 하는 장면을 방송에서 보는데 방아잎을 많이 집어넣습니다.어...저기도 방아잎이 나오는군...하고 생각했지요.그런데 이 방아잎은 호남에서도 먹습니다.밀가루에 방아잎을 넣어 전을 부치면 그 특유의 향기가 매력적이지요.하지만 방아잎을 싫어하는 사람은 그 향기가 싫다고 합니다.나는 좋던데...약간 바닐라 향같은 게 나거든요. 

  윗 이야기는 작년과 올해 텔리비전 방송에서 본 것이고...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3년 전엔가 신문에서 봤는데 워낙 재밌어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경상도 부부가 공사장 부근의 함바집을 하는데 반찬솜씨 좋은 호남아줌마를 알게 되어 호남식 밑반찬 만드는 법을 배웠습니다.어느 정도 호남음식을 만드는 데 자신이 생긴 이 경상도 부부는 서울에 와서 식당을 차렸는데 식당간판엔 아무래도 호남지명을 넣어야 손님들이 많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도책을 놓고 어디 지명으로 할까 고르지만 이미 다른 식당이 쓴 지명밖에 없었다는 겁니다.그런데 홍어집들이 주로 흑산홍어 운운 하지 흑산도가 있는 신안을 간판에 쓴 경우가 없다는 데 착안해 간판을 신안식당이라고 달았습니다. 

  어느 정도 호남식 백반을 익힌 사람들이라 반찬이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장사가 꽤 잘되었습니다.그런데 재밌는 것은 단골도 늘어 얼굴도 익혔는데 어떤 손님도 주인부부가 영남출신이라는 것을 몰랐다는 겁니다.주인부부도 굳이 손님이 묻지도 않는 고향을 답할 필요가 없어서 그대로 놔두었고...어쨌든 경상도 부부가 만드는 호남식 백반집은 잘되어 그 부부는 아들 딸 잘 키우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식당이 어딨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경남 산청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아 경치가 좋습니다.경호강으로 놀러갈 기회가 생기면 경상도 아저씨가 만들어 주는 홍어요리를 먹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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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2011-08-23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수한 옛날 이야기 같군요~ ^^

노이에자이트 2011-08-23 23:07   좋아요 0 | URL
요즘은 토속적인 소재로 글을 쓰는 것에 재미를 붙였습니다.

cyrus 2011-08-23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륙 지역에서도 홍어를 파는군요, 저도 홍어를 좋아하는 편인데 기회가 된다면 저도
노자님이 알려주신 곳에 홍어를 먹어보고 싶군요. ^^
방금 저녁 식사하고 왔는데 막걸리에 홍어 삼함이 먹고 싶네요.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8-23 23:08   좋아요 0 | URL
이 지역에서는 진짜 홍어 먹을 줄 알려면 삼합보다는 홍어찜이나 홍어애 요리를 먹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죠.

쉽싸리 2011-08-24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낮부터 술 한잔 생각납니다.
홍어를 요즘은 삭힘 정도를 상/중/하로 해서 팔기도 하더군요.
대부분이 남미산이고 국내산은 매우 비싸고 아주 얇게 썰어 내놓더라구요.
애탕도 맛나죠, 그 특유의 맛!
경상도 음식도 나름 특색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상도 지역외 분들은 맛 없다라고 하시는거 같은데 물론 그런면도 있겠지만 경상도 특유 음식은 고유의 맛이 있는것 같아요. 지금은 맛이 너무 전국적으로 표준화된것 같아요. 특히 단맛이 강한것 같아요. 전에 해남에서 유명한 불고기백반인가 먹는데 음식이 많이 달더군요. 그쪽 분들은 아무래도 서울등지에서 많이 오니 거기에 맞추느라 그렇다 라는 말씀도 하시는것 같은데. 하여간 맛이 너무 일색이 되면 개성이 사라져서 별로 인것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26 18:20   좋아요 0 | URL
흑산홍어가 워낙 비쌉니다만 작년 올해는 많이 잡혀 그나마 구하기가 쉬웠다고 합니다.보리국에 홍어애 넣어 먹는 맛이 각별하죠.

불고기 백반이란 게 전형적인 음식점용 음식이죠.사실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음식이기도 하고요.화학조미료가 전국을 획일화했죠.

감은빛 2011-08-24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부산 떠나 살면서 가장 아쉬운게 '밀면'을 먹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여름마다 밀면이 생각나서 미칠 지경입니다.
서울에 냉면집은 그렇게 많은데 왜 밀면집은 하나도 없을까요?
아니 부산을 제외하고 전국 어디에서도 밀면집을 찾아보기는 어렵죠.

노이에자이트 2011-08-24 17:42   좋아요 0 | URL
밀면을 타지방에서 보기 힘든 건 타지방 사람들의 입맛을 아직 사로잡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그에 비해 마산의 아구요리는 영남을 대표하는 요리로 전국에 퍼져있지 않습니까? 경북의 과메기도 요즘 서서히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있고요.이런 음식들은 타지방 사람들의 입맛에도 맞으니까요.저는 부산 특산이라는 돼지국밥이 궁금합니다만...임시수도일 때 만들어진 음식이라네요.

stefanet 2011-08-26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어...초장에 찍어먹고 싶네요. 맛있는데.
탕이나 찜은 먹어본 기억이 없네요. 주로 잔칫집에 나오는 초장 양념에 무친 홍어만 많이 먹어본 지라. 서울 올라와서는 거의 삼합으로 먹고요.
홍어에 막걸리. 으아악. 배고파요...;;;

경남 진주에 2년 좀 안되게 살면서 방아 들어간 음식들을 처음 먹어봤는데, 동남아 국가에 가도 그 강한 향신료 들어간 음식도 잘 먹던 제 입맛에도 방아는 끝까지 적응이 안되더군요;;; 죽어도 안 맞는 음식이 있나봐요. ㅎㅎ

노이에자이트 2011-08-26 16:38   좋아요 0 | URL
홍어는 미나리와 함께 새콤하게 무쳐먹으면 맛있죠.홍어애탕은 냄새가 강하므로 초보자에겐 힘들고, 찜은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방아잎 향기를 못견뎌 하는 사람들이 있죠.당장 우리 동생도 냄새 때문에 못먹는다고 하는데...

희망찬샘 2011-08-27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 사람들이 고향의 향수를 느끼는 음식에는 밀면, 막장(쌈장) 찍어먹는 순대, 콩잎, 그리고 우리 가족이 즐겨 먹는 돼지국밥 등이 있습니다. 서울 사람들은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는다지요. 친구가 심각하게 묻습니다. 순대가 맛있는 집 갈래, 막장이 맛있는 집 갈래? 이왕이면 둘 다 맛있으면 참 좋겠죠. 울 부모님도 호남분이시라 홍어회를 무척 좋아하셨습니다. 경상도 사람들도 홍어 맛을 알고 즐기는 사람이 많지요. 울 조카는 아빠를 위해 생신 선물로 마트에서 홍어회를 사 드렸다는... 방아잎은 저도 무척 좋아해서 추어탕 끓일 때 팍팍팍 넣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27 21:31   좋아요 0 | URL
광주에서도 순대를 깨소금에 찍어먹습니다.돼지국밥도 각 지방별로 다르긴 하지만 널리 퍼진 음식이고요.

홍어도 요즘엔 전국에 많이 퍼져있죠.홍어나 방아잎은 사람에 따라서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입니다.

달사르 2011-08-2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호강 레프팅은 정말 신나더군요! 다음에 한 번 더 가게 되면 홍어요리점을 찾아봐야겠어요.
ㅎㅎ 영남과 호남이 먹거리에서도 차이가 나는군요. 제각각 특색이 있어서 타 지역 여행할 때 좋겠어요. 호남에서 먹는 홍어, 그리고 영남의 어느 곳에서 먹는 홍어 맛을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구요.

노이에자이트 2011-08-28 15:00   좋아요 0 | URL
오..거기를 가보셨군요.

위에서 적었다시피 방아잎은 영호남 공통의 요리재료죠.영남은 가오리를 많이 먹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