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문화와 저급문화를 나누는 경향이야 어느 나라나 다 조금씩은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정도가 좀 심합니다.특히 문학 분야에서 더 그렇습니다.뭐 그렇게 고상한 사람들이 많은지 순수문학 본격문학을 높이 평가하고 대중문학은 깎아내립니다.추리소설을 읽는다고 하면 고급스럽지 못하게 보일까봐 "그런 거 나는 안 읽습니다.소설이라면 T.S.엘리엇의 '황무지'나, 앙드레 지드의 '좁은문' 같은 것을 읽지요.지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영향을 받았다죠?" 하면서 우아하게 포도주를 한 잔 마십니다.온갖 거만을 떠는 모습을 보니 참 가관입니다.
이런 부류의 인간들은 자부심도 지나쳐서 자기의 편견을 소신이라고 우깁니다.조금만 고집을 꺾으면 더 넓은 세상을 볼 수도 있으련만, 좁은 자기만의 울타리 속에 갇혀 한정된 독서로만 두뇌를 채웁니다.아니...말은 그렇게 하지만 혹시 몰래 대중소설들을 읽을지도 모릅니다.그러면서 겉으로만 아닌 척하는지도 모르지요.
자! 이렇게 고상함의 정상을 달리는 이런 사람에게 내가 들려주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T.S. 엘리엇은 고전적 추리소설인 윌키 콜린스<월장석>을 아주 좋아했고, 콜린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영국 수상 벤자민 디즈레일리는 콜린스의 또다른 걸작<흰옷 입은 여인>의 팬이었습니다.앙드레 지드는 조르쥬 시므농의 메그레 시리즈를 읽고, "현대 프랑스 문단에서 가장 위대한, 진실로 소설가다운 소설가다" 며 극찬했습니다.
자! 그러니 고상함과 우아함을 좋아하는 거만쟁이들이여! 추리물 읽는 것이 부끄러운 것도 아니라네... 그대들이 그렇게 숭배하는 외국의 거장들도 이렇듯 추리소설을 제대로 즐길 줄 알았다네! 제발 엘리엇이나 지드는 엔간히 들먹이게! 솔직히 말해서 그들의 작품을 제대로 읽지도 않으면서 읽은 체한다는 것 다 알고 있다네! 그리고 '황무지'는 소설이 아니라 시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