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가난이라든가 복지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네가 노력해서 부자가 되면 해결된다' 든가, '비정규직이라고 우는 소리말고, 노력해서 정규직이 되면 해결이지,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등 등의 댓글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옵니다.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은 동서고금을 통해 역사가 꽤 깊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프랑소아 기조가  한 말입니다. 

       프랑소아 기조는 1840~1848년의 프랑스 내각 지도자인데, 당시 유럽에서 보통선거를 요구하는 흐름에 거부감을 지닌 정치가로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하지만 이 사나이도 원래는 소르본느 대학 역사학 교수라는 일급의 지식인이었고, 게다가 샤를르 10세의 반동통치를 규탄하다가 대학에서 교수직을 쫓겨난 일도 있는 시국사범 출신이었습니다.기조가 집권하던 시대는 일정 정도 재산이 있는 남자에게만 투표권이 있던 때였는데, 보통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기조가 무어라고 했는고 하니..."일해서 부자가 되어라. 그러면 유권자가 될 수 있다" 고 했지요.

    비정규직으로 일하다가 부당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시위하는 현장을 어린 딸과 함께 지나던 젊은 엄마에게 어린 딸이 묻습니다."저 사람들은 왜 저래? " 그러자 엄마 왈, "너같이 공부 안 하면 저런 아저씨같은 사람한테 시집간다. 그러니 공부 좀 열심히 해라!" 그러고 보니 어느 여학교에 이런 교훈이 있다고 합니다." 좀더 열심히 공부하면 남편 직업이 바뀐다" 

   무당들은 귀신을 모신다며, 집에 유명한 사람들의 초상화를 모셔놓습니다. 우리나라에도 관우나 맥아더의 귀신을 모셔놓은 무당들이 많지요. 또 일제시대 때는 천황이 사는 곳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궁성요배라는 의식을 하기도 했습니다.기조가 보통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한 말을  안다면, 요즘에도 기조의 초상화를 집에 모셔두거나 기조가 묻혀있는 묘를 향해서 고개를 숙이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더군다나 프랑소아 기조는 이름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아서 외우기가 쉬우니 마음의 스승으로 모시기도 쉽겠지요. 

   "일해서 부자가 되어라. 그러면 유권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사고방식이 19세기를 넘어 21세기가 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끈질긴 생명력에 경탄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귀를기울이면 2011-01-0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선거가 실현되었는데도 선거 결과는 별로 바뀌지 않는것 같으니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습니다. -.-; 다들 마음만은 부자이셔서 그런건지..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3   좋아요 0 | URL
그게 대의제 민주주의의 고민입니다.어려운 문제지요.

Mephistopheles 2011-01-0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해서 부자가 되어라...앞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그게 살인일지라도..)가 첨부하면 21세기가 아닐까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4   좋아요 0 | URL
아이고...살벌합니다.그런데 동원할 수단과 방법도 그다지 많지 않은 게 보통사람들의 처지 아닐까요...

마녀고양이 2011-01-09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결혼을 잘 해... 머 이런 말은
유행되지 않을라나요? 공부나 부자라.... 그렇게 달려서 과연 뭐가 남을지. ^^

좋은 한주 되셔여.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인간성 좋은 사람은 원하더라구요.물론 상대방이 착하기를 바라지요.

쉽싸리 2011-01-10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새 해 복 많이 지으세요.

저런 말은 엠비가 많이 했죠. 눈높이가 높다는 둥,,,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6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복 많이 받으세요.
키가 크면 눈높이가 높아지겠죠.

cyrus 2011-01-10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쉽싸리님 말씀처럼 정말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내용이네요.
프랑수아 기조라는 이름을 보게되니 플로베르의 <감정교육>이 생각납니다.
그 소설에서도 기조의 이름이 살짝 언급되거든요.
기조가 집권했던 시내나 지금이나 사고방식은 똑같네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8   좋아요 0 | URL
그래서 저도 동서고금에 비슷한 사고방식이 많다고 한 겁니다.

프랑소아 기조의 집권기간이 아무래도 감정교육의 시대적 배경이니까요.프랑스사에서는 아주 유명한 인물입니다.프랑스 혁명사의 권위자이기도 한 사학자였지요.

ChinPei 2011-01-1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부자 타령". 내 아내도 자꾸 "부자", "부자" 소리를 해요. 그런 말을 할 바에야 차라리 타협하지 말고 "부자 도령님" 만날 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좋았을 걸.
우리 집 애는 우리말을 거의 모르는데 몇가지 아는 우리말 속에 이 "부자"도 포함됩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1-01-10 17:08   좋아요 0 | URL
하하하...부자타령...그런 타령이 없는 나라가 없을 겁니다.

릴케 현상 2011-01-10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노이에님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우리 조카한테 애 엄마가 하는 말은
"어릴 때 공부 안하면 이모부처럼 어른 돼서도 공부해야 한다"더군요. 애가 정말 그런 줄 알고 "난 어른 돼서도 공부하긴 싫어" 하면서 공부하더군요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1 16:39   좋아요 0 | URL
공부는 괜찮지만 시험공부는 정말 싫어요.

감은빛 2011-01-11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실제로 집회하는 중에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의 시선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거 실제로 당해보면 엄청 기분 나쁘거든요.
'부자 되세요'가 새해인사로, 안부인사로 쓰이는 나라에서,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 뒤쳐진 건가요? 앞서나간 건가요?

노이에자이트 2011-01-11 16:41   좋아요 0 | URL
문제는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단한 상류계층이 아니라는 겁니다.

부자되세요 하는 덕담이 나쁜 건 아닌데, 자기보다 가난한 사람을 경멸하는 사고방식이 문제지요.

우리나라도 곧 학교에서 노동교육 인권교육을 한다고 하니 앞으로는 좀 나아지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