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주례사가 화제입니다.신문에서도 많이 다루고 책도 잘 팔립니다.하지만 꼭 이런 의심을 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스님이 결혼도 안 해보고 결혼이니...부부화합이니...이런 말을 해도 되나?" 어찌보면 이런 반응도 그럴 수 있겠다 하고 이해가 갑니다.하지만 더 나아가 "그거 의사면허증도 없이 수술하는 것과 뭐가 달라? 무면허 운전같은 짓이지." 하고 못마땅해 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건 좀 성미가 꼬부라졌다는 소리를 들어도 될 것 같습니다.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결혼 안 한 성직자들도 결혼이나 부부에 대해 조언을 못하란 법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결혼한 사람이 부부간 화합하는 지혜 운운 하는 강좌를 한다고 상상해봅시다.요즘 그런 강좌나 심리치료가 있으니까요.그런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 사람은 저렇게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자기는 배우자에게 그렇게 하나? " 하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 법입니다.그렇다면 부부간 화합하는 것에 대해서 조언이나 강의를 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 누구일까요.결혼도 안 한 성직자는 결혼을 안 해서 자격이 안 되고, 결혼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갈등도 있고 하니 역시 자격이 안 되면...누가...누가 제대로 자격을 갖춘 사람일까요?
결국은 그냥 열린 마음을 갖고 아...좋은 말씀이구나...하고 경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예전에 어는 교수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정책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의를 하니. 그걸 듣고 어느 가난한 사람이 "흥...교수가 우리같이 가난한 사람의 처지를 어떻게 알아? "하고 냉소적으로 받아들였다는 데, 그렇다면 이 사람은 그 교수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세워야 한다"거나 "복지정책 확충을 주장하면 다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면 어떻게 반응할까요? 이렇게 말을 하든 저렇게 말을 하든 마음이 닫혀 있으니 못 받아들이는 겁니다.
유명한 챔피언을 많이 배출해낸다고 알려진 도장의 트레이너 중에는 의외로 현역시절엔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은 복서였던 이들이 많습니다.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을 훈련시키는 재주가 더 비상한 사람이지요.그렇다고 복싱을 배우려고 하는 주제에 "당신은 현역시절 별볼일 없었다는데 무슨 트레이너 노릇이냐...분수를 알아야지..." 하고 반응한다면 그야말로 주제넘은 짓이 되겠지요.결혼에 대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만약 결혼경험이 없는 성직자라고 해서 그가 결혼에 대해 이러니 저러니 말할 자격이 없다는 논리를 확장한다면 결국은 결혼을 여러번 한 사람이 가장 조언을 할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나요? 경험이 워낙 풍부하니 들려줄 지혜도 많을테니까요.그렇게 되면 또 " 맨날 이혼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 무슨 화목한 결혼타령이야! " 하는 불만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뭐 어떻게 하라는 건지...그러니 너무 자격이 있네 없네 따지지 말고 스님이나 신부님들 말도 한번 들어봅시다.
결국 조언해 주는 사람이 결혼 안 한 성직자라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조언을 대하는 사람의 태도가 문제가 되는군요.꼬부라진 마음으로 문을 닫는 사람에겐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줘도 이런 저런 트집만 잡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