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에서 먼지가 잔뜩 묻으며 사는 인생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아무런 지적인 겉꾸밈도 없으면서 가슴을 파고드는 통찰력...나이든 여자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서방복 없는 년은 자식복도 없어...예전 동네 할머니가  "어려서 고생한 여자는 시집가서도 고생한다고..."그런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네요.그래서 너무 고생한 여자를 집에 들이면 안된다고 강조하던 할머니.그게 맞는 말인지 아니면 자기 며느리 흉보려고 그랬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가끔 가다 정신이 확 깨는 속담도 있어요.그 중 하나...인생의 전반부는 부모 때문에 망하고 인생의 후반부는 자식 때문에 망한다.참 무시무시한 이야기지요.명절날 폭언이 오가는 집안에서는 실감나는 내용인 듯합니다.우리나라는 명절 끝나면 이혼건수가 늘어난다고 하잖아요. 

 쉰 살 이상 나이든 여자들이 술이 들어갈 때 부르는 노래 중 이미자의 '여자의 일생'이란 노래가 있습니다.트로트라고 하면 심수봉 장윤정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진짜 정통 트로트는 60년대 것이 최고지요.예전 스물이 될 둥 말 둥 했을 때, 시골 논둑길에서 밥을 얻어먹고 그 고마움에 "노래 하나 뽑겠습니다" 하고 '여자의 일생'을 불렀습니다. 나이든 아줌마들이 다 따라 불렀지요.노래가 끝나니 "워따! 나이도 어린 총각이 능청스럽게도 부르네..." 하면서 앵콜 신청...그 뒷이야기는 내자랑 같으니 생략합니다.

  어린 시절 시골 동네에 부부싸움하고 난 뒤에 꼭 자기 신세타령을 노랫가락으로 읊는 아줌마가 있었습니다.어려선 그 모습을 보고 그냥 큭큭 웃었습니다.아이고 저 아줌마...왜 저러는 거야, 창피하게...그런데 그런 아줌마들을 그뒤로도 몇 명 더 봤습니다.이미자의 그 노래가사에 이런 게 있습니다." 헤아릴 수 없는 설움 혼자 지닌 채 고달픈 인생길을 허덕이면서 아아 참아야 한다기에 눈물로 보냅니다 여자의 일생..." 아...내가 노래부를 때 논두렁 저 뒤쪽의 몸빼바지 입은 나이든 아줌마 한 사람이 울던데, 이젠 그 아줌마도 할머니가 되어 있겠죠.   

   *쓰다 보니 글이 청승맞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미자 씨 노래로 지금의 20대들이 '동백아가씨'를 많이 알던데, '여자의 일생'이 더 낫습니다.한번 인터넷으로 들어보세요.이미자는 꺾기 창법을 하지 않는 트로트 가수라서 노래가 잔잔한 냇물처럼 넘어갑니다....그리고 잘생기면 시골 논둑길 지나가다가도  새참을 얻어먹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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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26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20대라서 트로트를 잘 모르지만,, 이미자 씨가 최고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별명이 '엘레제의 여왕'이라고 하죠. 정말 자이트님 말씀처럼
요즘 여자 가수의 트로트보다는 60년대 트로트가 정말 멜로디가 애상적이면서도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거 같습니다.
이미자 씨에 대한 글과 외람된 말이지만,, 어제 가요무대 25주년 특집을 봤거든요.
.. 야간에 일 나가기 전에 어떡하다보니 부모님과 같이 보게 되었습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을 안 보는 나이라서요, 특집 방영이다보니 어제 이미자 씨
역시 소개되었지만,, 이 노래도 참 좋더라고요. 故 이난영 씨의 '목포의 눈물'도
들어보니, 구슬프더라고요.

노이에자이트 2010-10-26 21:04   좋아요 0 | URL
요즘은 인터넷 팬카페에서 나이든 가수들의 젊은 시절 음성을 들을 수 있으니 편리하지요.이미자 씨 히트곡도 거의 들을 수 있습니다.

목포의 눈물은 이곳 호남에서는 많이 불렀지요.이난영 씨의 '목포는 항구다'도 좋습니다.몇 년전 이 노래제목을 딴 영화가 있었지요.

순오기 2010-10-2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를 초월해 사통오달하는 노이에님~ 정말 나이가 궁금하다니까요.^^
이미자 노래는 정말 가슴 에이는 게 많은 듯...

노이에자이트 2010-10-26 21:05   좋아요 0 | URL
하하하...궁금해서 어쩌나요...

이미자 노래는 애절하면서도 들으면 속이 시원해져요.

쉽싸리 2010-10-27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저는 한국, 조선여자들 고생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자 선생 노래도 그로부터 기인한 바가 있다고 보고요.
요즘은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죠,,,,

노이에자이트 2010-10-27 15:58   좋아요 0 | URL
젊은 여성들은 나이든 여성들이 고생담을 이야기하면 아이고 또 그 이야기...합니다.남자들끼리도 마찬가지구요.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지요.

카스피 2010-10-2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자씨는 예전에 가끔 tv에도 나오시더니 요샌 나이가 많으셔서 잘 안나오시나 봐요.

노이에자이트 2010-10-27 15:59   좋아요 0 | URL
요즘은 고급 디너쇼 위주로 활동하고 꾸준히 지방의 대형공연장에서 공연도 하고 그렇습니다.광주에서도 1년에 한번 정도는 공연하죠.

흑해 2010-10-2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트로트가 한국인들에게 자리잡는 모습을 보면 나름대로 흥미롭습니다.

그게 어디까지나 근대적인 현상이라는 점, 어떤 식으로든 일본제국주의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일본의 문화적 작동과는 다른 한국의 문화적 작동과 모순적으로 결합되어 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트로트는 근대성 또는 식민성을 띠면서 한국인들의 심리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쳐 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런 측면에서 따져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염상섭 얘기를 하시면서 조이스 얘기도 하시더군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조이스는 잉글랜드가 지배하던 시절의 아일랜드 출신이기도 하지요.

이상하게 한국에서 문학을 소개하는 방식은 그런 작품의 역사적이거나 정치적인 성격을 배제하면서 (정말로 몰라서인지도 모르지만) 소개하는 경향이 강하더군요. 조이스의 문학은 식민주의에 저항하는 성격을 띠고 있거든요. 그런 성격이 일관성 있게 드러나고 있는데 거기에 대해 언급하는 글을 찾기가 어렵더군요.

"마술적 리얼리즘"이란 말도 그렇지요. 찾아보면 그건 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붙인 이름들입니다. 막상 그런 평가를 받는 작가들 스스로는 의식적으로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이른바 정통적인 "리얼리즘"을 그런 식으로 비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얼리즘"은 "리얼"하지 않다는 거죠. 더 깊이 들어가면 그 시도 자체가 근대성이나 식민성을 비판하는 행위이기도 하겠죠.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들도 따지고 보면 유럽의 정통적인 리얼리즘을 비판하고 있는 거죠.(그런데도 그런 얘기는 배제하고 "의식의 흐름"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들만 하는 경우가 많죠.)

유럽인들이 생각하는 정통적인 "리얼리즘"을 비판하고 있는데 그것을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부르는 걸 보면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합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는 말 자체가 리얼리즘에 대한 비판을 희석화하거나 약화시키는 이데올로기를 내포하는 거죠.

제가 하는 얘기와 다르게 "고전 읽기"를 권장하고 계시지만 그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읽는 게 아니라면 오히려 읽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번역어들에 문제가 있다. 유신론은 정신을 우선시한다는 거지. 물질을 무시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유물론도 마찬가지다. 따지고 보면 둘 다 관념론일 수가 있다.)가령 唯神論의 정점인 플라톤은 "위대한 철학자"고 따지고 보면 唯物論인 소피스트는 궤변론자라는 식의 이야기들에 머문다면 안 읽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런 식으로 배웠지만 염상섭은 사실주의나 자연주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는 거죠.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식으로만, 내가 배운대로만 생각하지 않기"가 제가 강조하는 핵심입니다.




흑해 2010-10-27 18: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다시 앞에서 말한 얘기로 돌아와서 혹시 오해할까 두려워 얘기합니다만 저는 트로트를 부르거나 듣지 말라는 식의 주장을 하는 게 아닙니다.

트로트를 통해서 근대적인 동시에 식민적인 문화가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문화적이고 심리적인 지배효과를 따져 볼 수 있다는 얘기일 뿐이죠. 그런 과정을 통해 식민성을 벗겨내고 새로운 트로트를 만들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고요.

딴 얘기를 하자면 가만 보면 한국 사회는 신자유주의나 케인즈주의 같은 것은 이데올로기 또는 이념이라고 부르지 않고 마르크스주의나 사회주의는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라고 부르는 경향이 강하더군요.

예전에도 말했지만 이데올로기는 이념으로 번역될 수 없다고 봅니다. (이데올로기는 "리얼"한 것에 대한 상상이고 이념은 그것과는 상관 없다는 얘기죠.) 이념이라는 번역어 자체가 이미 사회주의나 마르크스주의에게만 붙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데다가 적절한 번역어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흑해 2010-10-27 18:15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중성격, 양심, 자기합리화>와 <솔직함과 무례함도 구별 못하나?>도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자기합리화"를 안 하는 사람은 없겠죠. 이 얘기를 읽으면서 미국에서 포드자동차를 생산하는 공장의 시스템과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사람을 대량학살하는 시스템이 동일하다는 얘기가 생각나는 군요.

철저한 분업에 근거해서 누구는 바퀴를 만들고 누구는 차문을 달고 누구는 색을 칠하고``` 등등. 아우슈비츠도 그런 식으로 대량학살을 했죠.

가끔 궁금합니다. "총"을 생산하는 사람은 그 총에 죽는 사람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는 건지 그렇지 않은 건지?

"양심만으로는" 양심적으로 사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닐까요?

덧붙여서 "남자들은 군대에서 살인기술을 배운다"고 발언했다가 네티즌의 비난이 빗발치자 어쩔 수 없이 사과하고 바로 해고된 EBS 여성 강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 여성 강사의 발언은 "솔직함"일까요? 아니면 "무례함"일까요?

"파이터" 할머니와 어떤 여학생의 "스트리트 파이트"도 처음에는 여학생의 "무례함"에 여론의 초점이 집중됐습니다.

저는 오히려 한국의 네티즌들이 더 "무례함"에 빠져 있는 걸로 보였습니다.

제 생각에 여성 강사의 말은 "솔직함"이었고 실제로 "트러블 메이커"는 그 할머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노이에자이트 님의 독특한 견해가 궁금하군요.

노이에자이트 2010-10-28 15:18   좋아요 0 | URL
제가 염상섭 이야기를 하면서 조이스 이야기도 했다니...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글이 길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은데 전혀 글을 읽지도 않고 댓글을 다셨군요.

아마 지금 제 나이 또래들 중에도 노인이 되면 그런 할머니같은 짓을 할 사람이 꽤 있을 것 같습니다.

루쉰P 2010-10-27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루쉰 선생의 소설 상린 아주머니가 나오는 내용도 노이에자이트님의 내용과 비슷합니다. 트르토를 부르고 밥도 얻어 드셨다니 ㅋㅋㅋ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요즘은 도서에 대한 서평 보다는 수필을 위주로 쓰시는 것 같습니다. 들어와서 읽는 재미가 솔솔 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10-28 15:17   좋아요 0 | URL
그런 식으로 밥 얻어먹는 것도 재밌지요.잔잔할 수필 쓰는 사람들이 늘 부러웠어요.쉬우면서도 뭔가 공감가는 그런 글...요즘은 날카로운 칼럼이 좀 부담스워서요.특히 잘난 체하는 글은 읽기도 쓰고 쓰기도 싫어지네요.

스트레인지러브 2010-11-0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째 오르막에 꼬인 인생은 내리막에도 꼬인다는 말로도 읽힐 수 있어서,
그렇게 안 되려고 하는 저로서는 꽤나 경각심을 주는 말이기도 하네요. ^^;;;;;;;;
트로트... 어릴 땐 왠 뽕짝이냐 하다가도 막상 나이 한살씩 먹고 먹어도
안 질리는 건 트로트만한게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좀 자주 들릴게요. 수고하시기를...

노이에자이트 2010-11-04 16:16   좋아요 0 | URL
결국 첫단추를 잘 끼워야한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지요.저는 어렸을 때 트로트를 좋아했고 요즘은 스무살 내외의 가수들이 부르는 신곡들도 좋더라구요.
자주 놀러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