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문 현황을 보면 아사히 같은 온건하고 진보적인 신문(물론 진보상업주의라는 비판도 있고 잊을 만하면 오보도 냄)이 산케이 같은 극단적이고 보수적인 신문보다 훨씬 더 판매부수가 많습니다.우리나라와는 천양지차지요.물론 일본도 전세계적인 신문산업 불황은 비껴갈 수가 없는지 아사히의 경영실적도 요즘은 예전같지가 않다고 합니다.하지만 우리나라의 한겨레나 경향이 처한 사정에 비하면 여유가 있는 것은 길게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요즘 일본의 불황의 결과인지 일본공산당에 자원입당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특히 젊은이들이 그런다네요.일본 공산당 기관지가 그 유명한 '아카하타(붉은 깃발)'인데 우리나라 정당기관지와는 다르게 수준높은 논문도 싣기 때문에 고급 학술지 정도의 지적 수준을 유지한다고 합니다.또 한가지 부러운 것은 일본공산당 활동자금의 상당부분이 이 아카하타를 판매한 수입으로 충당된다는 것입니다.그만큼 사주는 사람이 많다는 거죠.과연 우리나라의 그 어떤 정당의 기관지가 당 운영비에 큰 보탬이 될 정도로 팔리는지... 

    가끔 가다가 경향신문,한겨레 신문과 조중동의 신문부피를 비교해 보면 그 차이의 엄청남에 놀라고 맙니다.당연히  읽을거리도 조중동이 많습니다.우리속담에 나오는 '아줌마 떡도 맛이 있어야 사먹는다'는 말이 떠오릅니다.무가지로 들어온 동아일보,매일경제를 들고 어머니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경향신문이 짠하다...이거 부피 한번 비교해 봐라"  

    김상봉(전남대 교수 철학과 교수)의 칼럼이 경향신문에 실리지 않은 사건을 두고 경향이여 너마저...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며칠 후 경향신문에서는 이 사건을 반성한다면서 앞으로 더욱 비판을 공명정대하게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경향의 이런 태도를 보고 어떤 이들은 칭찬하고 있습니다.하지만... 

    김상봉 칼럼에는 삼성을 해체해야 하며 자본에 매수되지 않는 진보정당을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과연 김상봉이 지지하는 진보신당은 얼마나 믿음직한가 하는 문제는 여기선 말하지 않겠습니다).저는 이 표현은 좀 다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이 칼럼을 받았을 때 경향신문 경영진에서도 좀 머뭇거렸다고 하는데 그건 이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고  봅니다.김상봉은 국립대학교 교수입니다.삼성에 대해서 좀 강한 비판을 한다고 해서 월급이 깎이거나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하지만 신문사,더군다나 영세한 경향신문은 다릅니다.기자들의 월급이 얼마인지 밝히는 것도 시원하게 못할 정도입니다.당연히 광고가 얼마나 들어오느냐가 큰 관심사지요.  

    칼럼파동이 나기 일주일 전 경향에 삼성광고가 크게 실렸습니다.창업주 이병철 탄생 100주년 광고지요.파동이 난 후에도 삼성광고는 실리고 있습니다.올림픽 후원업체 삼성...그런 광고입니다.저는 작년에 경향신문에 실린 뉴라이트 인사들의 집회나 김동길 강연회를 알리는 광고는 안 실었으면 좋겠습니다.하지만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광고는 실어야 된다고 봅니다.삼성해체라든가 하는 칼럼때문에 밉보일 필요가 있을까요.수위를 어느 정도 조절하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봅니다. 

   삼성을 시원시원하게 비판하면 박수를 보낼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그 결과 광고도 안 들어 오고 얄궂은 광고나 계속 실어주면서 경향신문 종사자들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촛불시위하면서 성금이라도 걷어야하나요.

   어느 정도 생계유지는 할 수 있을 정도의 급료는 되어야지요.진보적인 가치라든가 하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지금 당장 우리나라가 아사히는 신문판매 부수 1위이고,아카하타도 많이 사보는 일본과 똑같아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모든 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요.그러면 어느 정도 조금은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확실한 답은 당장 나올 수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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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3-01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정말 정곡을 찌르는 글이네요.님 말씀처럼 김상봉 교수야 삼성을 비판하든 안하든 국립대 교수로서 꼬박 꼬박 월급을 받으니 상관없겠지만 경향 신문이야 신문 광고 안들어오면 당연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으리 아무래도 주저 할수 밖에 없습니다.
메이저가 아닌 경향 신문에서 삼성의 문제점을 마구 폭로할 순 없을 겁니다.왜냐하면 아무래도 국내 굴지의 기업의 광고가 없으면 운영상 애로가 많을 테니까요.삼성을 왜 비판하지 않느냐고 마이너 신문들에게 따지기 보다는 그들이 당당하게 삼성을 비판 할수 있도록 당장 신문 한부 더 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01 20:53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조중동이 삼성을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중용찾기가 쉽지 않네요.그런데 경향신문이 워낙 페이지수가 적어서 선뜻 구독하기가 망설여진다는 사람도 많아요.

2010-03-01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01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트레인지러브 2010-03-01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보적인 가치 이전에 신문사의 존폐를 유지할 만한 여력이 있어야 된다는 말이네요.
하기사 교수는 뭘 쓰더라도 짤리기야 하겠느냐만 광고 받아 먹고 사는 신문은 다르겠죠.
아사히 신문이 일본의 대표신문 중 하나이고(일본 르몽드라나) "적기"가 단순한 기관지가 아니란 것까진 들었지만 그 정도로 꾸준히 사주는 두터운 독자층이 있는지는 몰랐네요.
특히 "적기"는... 일단 저도 공감하는 게 경향신문이 진보를 표방한다면 삼성광고보다는
당장의 조갑제 지만원 광고부터 어떻게 하는 게 우선이라고 보네요. 음..

노이에자이트 2011-02-09 18:00   좋아요 0 | URL
일본의 조선일보라 할 산케이가 판매부수에서 아사히를 앞서지 못합니다.

저도 아카하타 판매부수 기사를 읽고 놀랐습니다.

푸른바다 2010-03-0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봉 교수의 글은 철학자 답지 않은 열악한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1, 2 학년 학생이 감정의 배설 차원에서 휘갈기는 글 정도의 수준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건희의 성향이나 삼성의 조직문화에 대해 비판 해야 할 것은 해야 겠지만 김상봉 교수 수준으로 삼성을 논한다면 설득력 있는 비판은 커녕 진보의 수준에 대한 자기 고백밖에 되지 않는 듯 싶습니다. 전 김상봉 교수의 글에 대해 평소에도 비판적으로 생각해 왔지만 이번 사태로 더 정이 떨어졌습니다.

삼성을 비판했다고 해서 무조건 실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제대로 된 삼성 비판 글을 실어야 삼성에 대한 비판이 되고 전반적인 기업 수준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전 이번 사태에서 전 경향의 반성보다는 오마이 뉴스의 당당함에서 더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01 21:02   좋아요 0 | URL
푸른바다 님이 아주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으셨군요.저는 작년부터 김상봉과 박상훈의 칼럼을 비교해 보고 있습니다.

칭찬보다 비판이 더 어렵지요.정연하면서도 중용을 잃지 않는 설득력...과연 제가 이곳에 쓰는 글은 어떤지 또 반성해 봅니다.

비로그인 2010-03-0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학생 때 제 아버지가 어느날 외출했다가 가지고 들어온 적이 있어요. '아카하타'. 그때 딱 한번 뿐이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놀랍더라구요. 정치적으로는 실용주의적 보수, 극우는 아니지만 반공 성향인 아버지가 그랬으니까요. 평소엔 아마 '아사히신문'을 구독했던 것도 같고요.

노이에자이트 2010-03-01 21:38   좋아요 0 | URL
오...대단하군요.저는 '아카하타'에 실린 논문을 번역한 것은 읽어 보았지만 아카하타는 직접 읽지는 못했어요.'세카이'에 실린 글들은 번역된 게 많아서 꽤 봤지요.

쟈니 2010-03-0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먹고살아야 하는 경향의 입장이 이해도 되며, 그들이 삼성 광고 아닌 다른 것으로 먹고 살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입장에서, 시민운동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가끔 느끼는 약간의 벽이 있었는데, 이번 경향 논설 사태에서도 조금 그런 부분이 보였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02 16:56   좋아요 0 | URL
이슬만 먹고 살 수 없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운동권 기질이라는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자하(紫霞) 2010-03-04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말씀이시네요.
저도 가끔 신문비교하면서 마음이 살짝 흔들릴 때가 있어요.
그래서 아예 정기구독해버렸지만...^^;

노이에자이트 2010-03-04 16:33   좋아요 0 | URL
경향과 한겨레의 구독률이 낮은 것은 독자 탓만 해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비로그인 2010-03-04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에 있기에 경향신문사를 지날 경우가 있습니다. 같은 건물에 있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요. 건물 옆에 있는 정동국시의 국수나 국밥은 깔끔하고 김치도 맛있죠. 경향신문사의 취재차량들의 차량 번호를 보면 '허'가 붙어있지요. 임대 차량 입니다. 당위와 순수를 강요하면 남아날 곳이 없을 겁니다. 진영논리의 폐쇄회로는 그래서 답답합니다. 이게 다 자본주의 때문이다. 이게 다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그 당위와 순수에 어긋나는 행위들을 하죠. 자신에겐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자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04 16:34   좋아요 0 | URL
이제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진단을 내리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이라고 결론내려도 될 것 같습니다.늘 남의 탓만 하는 것도 좀 그렇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