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오랜만에 교육방송에서 하는 한국영화 특선을 보았습니다.신영균,고은아,문희 주연.1969년 작품인데 그 시절 특유의 대사에다 다소 신파적인 이야기.하지만 재미는 있었습니다.예전에는 이런 식의 대사가 웃기기도 하고,뭐 저런 식으로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즘은 그런 생각이 안 들고 자연스럽게 보고 있습니다.아...저 시절에는 저랬나 보다 하는 정도지요.
60~70년대 영화 특유의 대사연기를 웃음거리로 삼아 개그 소재가 된 것은 90년대 부터였습니다.지금도 많이 모사하는 장면은 64년작 '맨발의 청춘'에서 신성일이 택시~하고 소리치는 것과 74년작 '별들의 고향'에서 신성일이 안인숙에게 "오랜만에 같이 누워보는군" 하는 대사입니다.사실 두 작품은 10년의 간극이 있고 게다가 맨발의 청춘은 흑백이고 별들의 고향이 색채영화라는 차이도 있지만 그런 차이는 가볍게 무시됩니다.1990년대의 시점에서는 이미 60년대나 70년대나 다 옛날 이야기라고 여겨졌던 것입니다.당연히 90년대는 첨단이라고 생각했겠지요.당시에는...
요즘 가끔 가다 핑클이나 에스 이 에스의 신인시절인 97~98년 당시의 공연모습을 보면 역시 어색합니다.물론 지금 30 줄에 접어들기 시작하는 이효리나 유진의 예전 모습이 앳되고 곱지만 지금에 비하면 어딘지 모르게 촌티가 나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래도 그들은 현역으로 뛰고 있으니 청소년들도 알고 있지만 90년대 초에 활약한 노이즈,잼,알 이 에프 등은 청소년들은 전혀 모릅니다.이제 90년대 초는 옛날 취급을 받는 시절이 되는 것입니다.74년 영화가 90년대 중반부터 우스개 소재가 된 것을 보면 이제 곧 90년대도 곧 그런 신세가 될 것입니다.아마 2020년대가 되면 문주란,남진,이수미나 핑클,에스 이 에스나 똑같은 옛날 가수 대열에 끼일 것입니다.
며칠 전 들은 얘기입니다.38살 남성이 8살 먹은 딸에게 "아버지는 6'25 때 뭐 했어?" 하는 질문을 받았습니다.그런데 38살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아빠는 그때 태어나지도 않았어."하고 답했는데 딸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아빠는 어른이고 나이도 많은데 왜 그걸 몰라?"하고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합니다.어린이에게 1950년대는 1970년대나 똑같은 옛날이겠지요.2004년 탄핵정국 때 박근혜 씨가 천막당사에 기거하면서 전국을 순회할 때 어느 여고생들이 이렇게 주고 받았다고 합니다."얘.박근혜가 누군지 아니?" "박정희 부인이잖아..."그 여고생들은 육영수와 박근혜를 구별하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현재가 대단히 최신식이고 세련된 시대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먼 훗날에도 그렇게 여겨지지는 않을 것입니다.소녀시대나 원더걸스,아니 요즘 신인으로 인기가 많은 포 미닛이나 투 애니원조차도 몇십년 후의 청소년들에겐 다 구식이고 촌스런 가수로 보일 것입니다.마치 지금의 우리가 60~70년대 영화를 그렇게 여기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