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단편선 소담 클래식 6
에드거 앨런 포 지음, 임병윤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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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어둠이 스며드는 듯한 문체, 침묵마저 긴장으로 변하는 문장들. 그 속에서 나는 오래된 그림자와 마주했다.

오래전 처음 읽었던 <검은 고양이>를 다시 만났을 때의 그 서늘한 감각이 되살아났다.

이번에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었다. 인간 내면에 숨은 광기의 실체를 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



에드거 앨런 포는 현실과 악몽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작가다.

이 책은 그가 남긴 대표 단편 7편을 담고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인간 심리의 어두운 틈을 조용히 파고든다.

표지를 덮고 있는 붉은 띠지의 문구처럼, 그의 세계는 늘 "인간의 내면은 왜 이렇게나 기괴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가장 먼저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역시나 <검은 고양이>다.

주인공은 술과 광기에 잠식된 채 스스로를 파괴해간다. 그러면서 죄책감이 아닌 자기 안의 괴물을 목격한 듯한 공포가 밀려온다.

고양이의 이름이 플루토, 즉 저승사자라는 점에서 이미 불길한 예감이 스며든다.

포는 이 끔찍한 사건을 자극적인 서술이 아니라 차분한 고백의 형태로 풀어낸다. 그래서 더 무섭다.

인간이 이성의 가면을 벗었을 때 얼마나 나약하고 잔혹해질 수 있는지, 그 심리의 붕괴를 냉정하게 기록한다.

읽는 동안 등골이 서늘해졌다. 예전엔 괴담으로 느꼈던 이야기가 지금은 인간 본성에 대한 해부처럼 다가왔다.



이어지는 <어셔가의 몰락>은 광기와 고독이 어떻게 공간과 혈통을 갉아먹는지를 보여준다.

음습한 저택, 무너져가는 가문의 상징, 그리고 현실과 환상이 섞여버린 인간 정신의 붕괴.

어셔가의 저택은 한 인간의 내면이 시각화된 세계 같다. 친구의 방문조차 두려움으로 번지는 어셔의 불안은 시대를 초월해 현대인의 불면증과 불안장애를 떠올리게 한다.

포는 집이 무너지는 순간을 단순한 사건이 아닌, 인간의 정신이 완전히 붕괴되는 상징으로 그려낸다. 이 짧은 단편 안에 많은 것이 응축되어 있다.

<적사병의 가면>에서는 죽음을 피하려는 인간의 허망한 욕망을 그린다.

전염병을 피해 성 안에 숨어든 귀족들이 화려한 가면무도회를 벌이지만, 결국 죽음은 가장 아름답게 장식된 방으로 들어온다.

포는 화려한 색채 묘사와 대비를 통해 공포의 리듬을 만들어낸다.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그 리듬 속에서 기묘한 아름다움이 피어난다.

공포와 미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이만큼 섬세하게 표현한 작가는 드물다.



그리고 <모르그가의 살인>과 <도둑맞은 편지>는 에드거 앨런 포가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유를 보여준다.

뒤팽이라는 인물은 분석과 직관을 동시에 갖춘, 일종의 지적 괴물이다. 그는 단순한 탐정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를 실험하는 철학자에 가깝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은 지금 봐도 짜릿하다. 셜록 홈즈가 떠오르지만, 포의 문체는 더 어둡고 더 섬세하다. 범죄의 논리보다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을 먼저 해부하기 때문이다.

<함정과 시계추>와 <유리병에 남긴 편지>에서는 폐쇄된 공간과 고립된 인간의 절망이 극대화된다.

특히 함정과 시계추의 시간은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은유로 작동한다. 시계추가 흔들릴 때마다 다가오는 죽음의 리듬, 그 정밀한 공포는 영화보다 더 생생했다.

포는 감각의 묘사에 천재적이다. 시각, 청각, 촉각이 모두 긴장 상태에 놓이며, 한 줄 한 줄이 마치 심장박동처럼 울린다.



이 책은 단편 모음집인데, 따로 읽어도 좋고 순서대로 읽어도 좋다.

그의 문장은 음률을 지녔다. 문체의 결이 곱고 단단해서, 문장을 읽는 행위 자체가 리듬처럼 느껴진다.

예전에는 무서워서 덮었던 문장들이 이제는 이상하게도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아내는 문학적 감각, 그것이 에드거 앨런 포의 진짜 힘이다.

책을 읽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진다.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늘 두렵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

『포 단편선』은 그런 책이다. 피를 얼게 하는 공포보다 더 깊은, 인간의 무의식과 죄의식에 대한 문학적 탐구다.

그래서 한밤중 스탠드 불빛 아래서 읽을 때 가장 빛난다. 어둠이 짙을수록 포의 문장이 더 명징하게 살아난다.

그가 남긴 문장은 시대를 건너,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검은 고양이의 눈빛처럼 번쩍인다.



#에드거앨런포 #포단편선 #검은고양이 #어셔가의몰락 #적사병의가면 #도둑맞은편지 #고전문학추천 #미스터리소설 #공포단편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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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 부의 본질을 묻는 12가지 질문
주정엽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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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자유를 줄 것 같지만, 때로는 가장 강한 속박이 된다.
『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은 부를 쫓는 법이 아니라 돈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세우는 법을 말한다.
철학과 심리, 현실을 잇는 깊은 사유 속에서 진짜 부의 본질을 다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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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 - 부의 본질을 묻는 12가지 질문
주정엽 지음 / 리프레시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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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힘』은 돈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돈을 바라보는 시선과 내면의 균형을 되찾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책은 부의 본질을 묻는 12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는 정당할 수 있는가', '비교는 어떻게 가난한 감정을 만드는가', '마음의 풍요는 어떻게 가능한가', '욕망의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질문들이 이어지며 깊은 통찰을 이어나가게 한다.

돈은 삶의 전부가 아니라 삶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결국 부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스코 윤리학」에서 "돈은 행복의 조건일 수 있지만, 행복 자체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고전적 진리를 저자는 현대적으로 다시 묻는다.

'당신은 얼마나 벌고 싶은가?'가 아니라, '왜 그렇게 벌고 싶은가?'

돈이 자유를 줄 것처럼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를 구속하는 이유를 통찰력 있게 풀어낸다.

소유가 늘어날수록 자유가 확장되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비교의 사슬이 함께 따라온다는 사실을 잊지 않게 해준다.




책 속 '한눈에 보는 돈의 철학' 챕터가 특히 인상적이다.

행복은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더 이상 가파르게 상승하지 않는다.

SNS와 미디어는 끝없는 비교를 부추기고, 광고는 '부=성공'이라는 환상을 주입한다.

그 결과 우리는 실제보다 더 가난하다고 느끼며, 만족의 기준을 타인의 시선에 맡겨버린다.

저자는 이런 흐름 속에서 돈보다 더 큰 결핍은 비교에서 온다고 말한다.

절대적 가난보다 상대적 박탈감이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비교는 어떻게 가난한 감정을 만드는가' 편에서는 심리학 연구를 인용한다.

같은 연봉이라도 주변의 소득 수준이 더 높다고 느낄 때, 만족감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

결국 행복의 문제는 금액이 아니라 지각된 위치의 문제라는 걸 보여준다.

오늘도 누군가의 성공을 스크롤하며 불안을 키우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현실적인 통찰이 있을까.

후반부로 갈수록 책의 결이 깊어진다.

쇼펜하우어의 '욕망의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칸트의 '인간은 목적 그 자체다', 스토아의 '절제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 안에서 저자는 이렇게 정리한다. "돈을 다루는 능력은 결국 자신을 다루는 능력이다."

돈의 유혹과 두려움, 비교와 결핍의 감정까지도 결국은 자기 인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는 힘이란 통장 속 숫자를 불리는 힘이 아니라, 내면의 중심을 지키는 힘이다.

부는 결과가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돈을 벌어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 잃어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 이 책은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한 철학적 근육을 길러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돈에 대한 불안이 조금은 다른 결로 정리될 것이다.

돈은 여전히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필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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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문구점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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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작가의 『신상문구점』은 추억의 문구점 풍경 속에서 소년 동하의 성장과 마을 사람들의 사연을 엮어낸 작품이다. 일상 속 따뜻함과 상처가 교차하며, 사랑과 삶의 의미를 묻는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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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문구점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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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에서 문구류를 고르며 마음이 설레던 시절이 있었다. 작은 진열대 앞에 서서 고작 몇백 원짜리 연필을 고르는데도,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 벅찼다.

김선영 작가의 신작 『신상문구점』은 그때의 공기와 설렘을 다시 꺼내온다. 낡은 간판, 좁은 골목, 그리고 그 안에서 자라나는 소년 동하의 이야기는 오래된 기억을 건드리는 듯하다.

책장을 넘기자, 나는 이미 그 문구점 안에 들어가 있었다. 표지 속 낯익은 동네 문구점 풍경, 골목마다 얽혀 있는 사연들, 그리고 어쩐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듯한 동하의 성장기가 겹쳐지며 읽는 이를 서서히 끌어당긴다.

소설의 주인공 동하는 마을의 여러 인물들과 얽히며 성장한다. 천체과학관에서 본 태양계 모형은 그에게 처음으로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을 안겨준다. 그 물음은 소년이 어른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내적 충격 같은 것이다.

동하는 신상문구점을 중심으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조금씩 배워 나간다. 흰 바위산이 있어 한뫼라 불리던, 지금은 백석리가 된 마을의 풍경처럼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가까이서 보면 상처와 결핍이 교차한다.

그 속에서 동하는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리고 결국 사랑은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읽는 내내 가장 마음에 남은 장면은 월단 할매의 꿈과 신상문구의 황영감 이야기가 교차하는 대목이었다. 월단 할매가 돌아가신 후, 그 빈자리는 단순한 상실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균열을 드러낸다.

황영감은 문구점을 지키는 사람으로 남아있지만, 그 역시 나이 든 세대의 고독과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동하는 그 틈에서 어른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성장한다. 사랑이 무엇인지, 관계란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지를 몸소 깨달아간다.

또 다른 인물 택이 아저씨의 목소리도 특별하다. "오늘 하루 잘 살면 된다"는 그의 말은 소설 전체를 꿰뚫는 통찰처럼 다가왔다.

매일을 버티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일이야말로 가장 큰 희망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말은 동하뿐 아니라 나에게도 깊게 남았다. 어쩌면 김선영 작가가 택이 아저씨의 입을 빌려 우리 모두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내 어린 시절도 함께 떠올려보았다. 문구점은 문방구라 불리던 시절, 단순히 학용품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아이들의 작은 놀이터이자 비밀스러운 만남의 장소였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첫 관문 같은 곳이었다.

『신상문구점』 속 공간은 그런 경험의 총합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이 문구점을 통해 소년의 내면 풍경과 마을 사람들의 삶을 교차시킨다. 그래서 장면이 바뀔 때마다 기대감이 생기고, 또 다른 사연이 나올 것 같아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었다.



"인생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고투이다." 책을 읽는 내내 이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사랑받고 싶어서, 사랑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청소년의 심정을 잘 표현해낸 부분이었다.

동하의 이야기는 소설 속 허구인 동시에, 우리의 실제 경험과 닮아 있다. 그래서 읽을수록 애틋하고 안쓰럽고, 때로는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김선영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아이들의 언어를 빌려 어른의 마음까지 깊이 흔들어 놓았다.

『신상문구점』은 성장소설이면서 동시에 마을 공동체의 초상화다. 멀리서 보면 아늑하고 아름다운 풍경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고단한 현실과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결핍과 균열이 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고, 동하의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에도 머릿속에는 여전히 그 문구점 앞 풍경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웃고 떠들던 소리, 할머니의 목소리, 황영감의 무뚝뚝한 뒷모습까지.

이 책은 성장의 기록이자 기억의 복원이다. 문구점이라는 장소에 깃든 향수와 현실, 사랑과 상실의 감각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과거와 마주한다.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어떤 사랑을 원했는지, 어떤 상처를 품고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신상문구점』은 소년 동하의 이야기이면서도 곧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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