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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시선 - 우리 산문 다시 읽고 새로 쓰다
송혁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한문은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쓰는 말이 아니다. 물론 지금껏 살아 남은 글 중에 우리의 생각을 번쩍 하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주로 케케묵은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어서 잘 접하지 않게 마련이다. 고전을 옛 언어 그대로 읽어나가는 것은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현대의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나간 글을 읽는 것은 또다른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이 궁금해졌다. 이 책《고전의 시선》을 읽으며 우리 산문을 새롭게 접하는 시간을 맞아본다.


이 책의 저자는 송혁기. 현재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조선시대 문학비평 및 산문 작품을 주로 연구하고 있으며, 한문 고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오늘의 언어로 나누는 영역으로 글쓰기를 확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에 3년째 <송혁기의 책상물림>을 연재하고 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고전 강의를 통해 인문학의 사회적 확산에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신문 칼럼으로 연재한 것 가운데 우리 고전 산문을 디딤돌 삼아 쓴 글을 추리고 다듬어서 이 책을 출간했다.
좋은 글은 아름다운 글이기도 하다. 다소 낯선 문체의 글들을 찬찬히 음미하는 가운데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인식 지평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6쪽_머리말 中)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1장 '새로운 시야', 2장 '성찰과 배움', 3장 '삶, 사람, 사랑', 4장 '세상을 향해'로 나뉜다. 소를 타는 즐거움, 아름다움을 보는 법, 이미지에 속지 않으려면, 게으름과 부지런함, 나와 무슨 상관인가, 근심과 즐거움, 평판을 대하는 자세, 읽고 쓰는 이유, 귀로 먹는 세상, 천하제일의 도둑이 되려면, 애완과 공경의 갈림길, 답답한 풍경, 늙어감에 대하여, 지기지우를 꿈꾼다면, 슬픔을 견디는 방식, 이 조그만 노란 리본, 쇠뿔과 쇠귀, 구할 것과 구하지 않을 것, 수레의 방향, 큰 악과 작은 악, 있을 수 없는 나라, 330년 전의 상소문, 좋은 뜻과 식견, 부끄러움의 권면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좁은 의미의 수필 문학은 물론 논설문, 기사문, 상소문, 편지글, 송별사, 묘지명, 제문, 서문 등이 다양하게 섞여있다. 이 책의 각 꼭지는 짤막한 '새 글'과 그 글의 모태가 된 '옛 글', 그리고 그에 대한 보충설명 및 원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옛글을 요약하거나 풀어 쓰며 오늘의 문제에 적용해본 글도 있고, 옛글의 특정 부분을 확장하거나 초점을 달리해서 쓴 글도 있다고 밝힌다.
편안하게 술술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다. 오늘날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이 옛글에 이미 나와 있기나 한 것처럼 무리하게 연결시키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억지로 교훈을 주고자 하는 글은 오히려 반감을 사는 법. 게다가 무리하게 연결짓지는 않았다지만 <큰 악과 작은 악>을 읽으며 어찌 이렇게 옛날과 지금이 다르지 않은 것인가 개탄한다. 자연스레 옛 사람의 마음을 보며 지금의 우리가 깨달음을 얻는다.
큰 뱀일수록 더 큰 해악을 끼칠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다들 큰 뱀은 왠지 앙갚음이 있지 않을까 두려워 그냥 놓아주고 만만한 작은 뱀만 잡아 죽인다. 이를 보고 심익운은 절망적으로 탄식한다. 대상이 사람이어도 마찬가지라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작은 악은 가차없이 처벌되는데 정작 큰 악은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처벌을 피해 가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비일비재하다. 선과 악의 가치만이 아니라 힘의 강하고 약함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누구든지 죄 없는자, 이 여인을 돌로 치라"는 일갈은 지극히 약한 이를 위해 던졌을 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187쪽)


이 책을 읽으며 차근히 고전 속 옛글을 음미해보는 시간을 보낸다. 특히 부록으로 '고전의 시선 필사 노트'를 주는데, 책을 읽은 이후에도 여운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 필사 노트를 통해 옛 문장을 손글씨로 적으며 내용을 마음에 새기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옛글과 새글을 보며 나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니, 이 책을 활용할 방법은 다양하다. 고전을 새로운 시선으로 접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