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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강병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2월
평점 :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고 다양함이 존중되는 세상이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이런 소설도 있구나, 독특하다는 생각에 감탄하며 읽었다. 아직은 신랄하게 비판하기에는 이른 것인가, 그래도 되는 것일까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하는 시점에 이 소설이 나왔다. 표지 그림만 보아도 누구인지 알 법한 사람이 등장한다. 그러면서도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라며 질문을 던진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표현하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이 소설『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를 읽으며 작가의 독특한 표현력에 감탄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에는 아홉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지 못해 쓴 이야기 01: 점, 우라까이, 그리지 못해 쓴 이야기 02:선, 귀뚜라미 보일러가 온다, 그리지 못해 쓴 이야기 03: 면,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그리지 못해 쓴 이야기 04:형, 빙글빙글 돌고-알퐁스 도데를 위한 '웃픈' 오마주, 그리지 못해 쓴 이야기 05:형태 등 총 아홉 가지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 아닐 수도 있는 거 아시죠?'라는 대담으로 마무리 된다.

이 책의 저자는 강병융. 1975년 서울 출생의 소설가다.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라는 점과 표지 사진이 인상적이다.
스트라이크가 되길 바라고 던진 공이 아닙니다.
"그냥 내가 이런 구질을 개발했으니 한번 보렴!" 뭐 이런 느낌이랄까요?
그 공이 꼭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새로 개발한 '마구'라는 사실만 인정받았으면 좋겠습니다.
_대담 중에서
독특한 느낌의 소설들에 시선이 끌렸다. '이게 뭐지?'하는 느낌과 '생각해보니 참신하다'의 느낌이 오고가며 독특함을 풍긴다. 특히 세상에는 같은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니, 복붙소설… 충분히 있을 법하다. 오히려 왜 지금껏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의아할 뿐이다.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소설의 새 장르를 열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신하다. 특히 <우라까이>는 나에게 소설이라고 생각했던 영역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읽기 싫은 사람은 들을 수 있다며 유튜브에서 검색하라고 한다.
이 소설은 작가가 쓴 것이 '절대' 아닙니다. 2008년 2월 25일부터 2013년 2월 25일 까지의 기사들을 '복사하고(Ctrl+C), 오리고(Ctrl+T), 붙여서(Ctrl+V)'만든 일종의 '(복사하고 붙여서 만든) 복붙소설'입니다. (23쪽)


"온전히 '저'다운, '병융맛'스러운 소설을 쓰고 싶었어요"라는 대담 첫머리의 말을 보니, 이 소설집이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개성 넘치는, 즉 흔히 볼 수 있는 소설이 아니라 작가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었을까. 조선 후기에「호질」이나「허생전」이 액자소설의 형태로 현실을 반영했듯이, 이 시대에는 작가가 쓴 것은 하나도 없다고, 오로지 신문 기사로만 구성된 것이라고 눙칠 수 있는 소설 형태가 탄생한 것이다. 작가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는 것도 아주 바람직하다. 적어도 사회에서 탄압을 받거나 움츠리지 않고 창작욕구를 뿜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니 앞으로 나올 작품이 궁금해진다. 불의를 보고 꾹 참으며 부당함에 속으로만 삭이고 있는 소심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작가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