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선택하는 데에 다른 이유는 필요 없었다.『파이 이야기』의 작가 얀 마텔이 새 소설을 내놓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살다보면 푹 빠져들어 읽게 되는 소설을 만나는 것도 드문 일인데, 두 번 읽게 되는 소설은 말할 필요 없이 몇 번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파이 이야기』는 나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소설속 내용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다. 그렇기에 한 번만 읽고 넘어가지 못하고 또 읽게 되고,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또다시 읽어도 여전히 나에게 소설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다. 그래서 얀 마텔이라는 소설가의 다음 작품은 무조건 읽겠다고 벼르고 있었는데, 때마침 이 작품『포르투갈의 높은 산』을 만나게 되어 기대, 또 기대를 하며 펼쳐들었다.


 

 


 

일생 동안 읽을 수 있는 책의 양은 제한돼 있고 나는 이미 40년을 살아버렸다. 이제는 '그럭저럭 읽을 만한' 소설까지 읽을 여유가 없다. 이런 조바심 때문에 근래의 내 독서는 점점 강퍅해지고 있다. 다행히 얀 마텔의 신작은 나를 단호하게 만족시켰다.…(중략)…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가치도 없다는 지혜로운 말을 한 사람이 누구였더라.『파이 이야기』가 다 읽은 후에야 다시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라면,『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읽는 중에 이미 다시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다.  

_신형철 (문학평론가)

먼저 이 작품을 읽고 평한 글을 보니,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나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해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펼쳐들면 얀 마텔의 '한국 독자들에게'가 반긴다. "책은 자동차 여행과도 같습니다. 이 소설은 독자가 외진 마을에서, 또 내면의 감정 속에서 기묘한 것들을 탐색하게 할 겁니다." 멋진 여행이 되기를 기원하는데, 여기에서부터 자동차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으로 소설 속 이야기를 접할 준비를 한다.『파이 이야기』가 작가노트에서부터 메시지를 전달해주듯, 이 소설도 '저자의 글'에서부터 긴 여행을 할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만든다.


1부 '집을 잃다', 2부 '집으로 ', 3부 '집'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하나하나의 단편이 모여서 전체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듯 하다.『파이 이야기』가 작가 노트에서 강렬한 끌림으로 이어져서 끝까지 읽어나가게 되고, 마지막을 본 다음 다시 한 번 읽도록 만드는 저력이 있었다면, 이 소설은『파이 이야기』의 작가가 새로 선보인 소설이라는 점에서 끝까지 읽어나갈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다. 처음의 다소 낯선 느낌은 얀 마텔이 들려주는 이야기라는 믿음에 금세 사그라들었다. 1904년 리스본에서 사랑하는 여인과 아들, 아버지를 연달아 잃은 고미술 박물관 학예 보조사인 토마스, 1939년 포르투갈의 높은 산 인근 브라간사에 사는 병리학자 에우제비우, 1980년대 캐나다 상원의원 피터 토비, 이들의 이야기는 각각 다른 듯 연결되어 있다. 세 편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며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여정 또한 독자의 몫이기에 행간을 읽어가는 재미를 톡톡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얀 마텔의 네 번째 신작 장편소설인『포르투갈의 높은 산』은 플롯과 주제, 스토리, 인물들이 그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설이었고, 이리도 낯설고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낸 작가의 상상력이 놀라움을 넘어 경탄스럽기까지 했다. (409쪽)

'옮긴이의 말'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전개가 이 소설의 매력이었다. 한 번만 읽고 넘길 것이 아니라, 다시 읽으며 내가 발견하지 못한 의미를 깨닫고는 감탄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자동차 여행을 하면 같은 길로 여행해도 다시 떠나면 다른 것이 보이기 마련이다. 멋진 여행이라기보다는 그 이상의 풍요로운 여행이었다. 예상치 못한 괴력을 뿜어내어 끌려들어가는 듯한 여행이었기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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