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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넘어지는 연습 -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걸을 수 있도록
조준호 지음 / 생각정원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2012년 런던올림픽 남자유도 동메달리스트 조준호 선수의 에세이다. 한 분야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무언가를 이룬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특별한 깨달음이 있다. 특히 유도라는 분야에 대해 잘 모르기에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저자는 이 책에 유도 이야기가 주로 등장하는 것은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였기 때문이 아니라 유도가 저자의 삶의 조각 중 가장 큰 파편이기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이 책《잘 넘어지는 연습》을 읽으며 조준호 선수의 깨달음을 함께 나눠본다.

이 책의 저자는 조준호. 유도인으로 20년을 살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리스트가 인생의 정점이라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언제나 나를 이겨야 하는 무거움이 유도의 즐거움을 짓누르기 시작하자 과감히 스물여섯에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는 유도 빼고 다 재밌는 이단아. 인생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보는 좋게 말해 '프리랜서' 포장 없이 표현하면 '백수'다.
이 책은 '참 잘 넘어지고', 또 '참 잘 일어서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 책에는 희망도 절망도 없다. "줄어라 노력하면 안 되는일이 없어요"라는 헛된 희망도 없고, "에라이, 아무리 해도 난 안 돼"라는 절망도 없다. 살다 보면 죽어라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지만, 또 살다보면 죽어라 안 될 것 같던 일이 되는 날도 있더라. (10쪽)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어차피 넘어질 수밖에 없다면'을 시작으로, 1부 '잘 넘어지기', 2부 '그리고', 3부 '잘 일어서기'로 나뉜다. 에필로그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툭툭'으로 마무리된다. 3등인데 아쉽지 않아요?, 쉼표와 마침표, 묵묵한 응원, 버리는 카드, 행복의 조건, 위대한 유산, 먹고사니즘, 짐볼 위에서 균형 잡기, 딱 하루치의 삶, 달리기를 잘하는 유도선수, 찝찝한 승리와 후련한 패배, 의심과 불평의 활용법, 노력의 순도, 꼰대학 개론, 암흑기와 전성기, 열정적 잉여인간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이기는 법에 대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잘 지는 법을 다루는 에세이라는 점이 마음에 든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언가 선택하면 다른 것은 포기해야 하고, 항상 이기기만 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래서 낙법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하며 이야기를 읽어나간다.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 위해, 덜 다치기 위해 인생 낙법을 배워야 함을 깨달으면서 말이다.

낙법은 말 그대로 '떨어지는 방법', 즉 '넘어지는 방법'이다. 유도의 게임 룰에 따르면 낙법은 '이기는 방법'이 아니라 '지는 방법'이다. 유도는 상대를 잘 넘겨야 이기는 경기지, 내가 잘 넘어져야 이기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낙법을 잘해도 그것만으로는 절대 이길 수가 없다. 그런데도 유도는 제일 처음 낙법부터 가르친다. 왜 지는 방법부터 배우는 걸까? 이유는 하나다. 제아무리 유도 천재라고 해도, 백전불패를 자랑하는 강자라고 해도 경기 중에 넘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 선수의 기술에 당하든, 공격하다가 상대와 같이 넘어지든 어쨌든 넘어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넘어지면 아프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 위해, 덜 다치기 위해 배우는 게 바로 낙법이다. (7쪽)
저자는 인생의 상당 부분을 유도와 함께 했다. 특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는데 사람들은 1등도 아니고 3등인데 아쉽지 않냐고 질문했다는 것이다. 아쉽고, 안타깝고, 아깝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고.
3등. 모든 경기를 통틀어 딱 한 번은 무조건 져야만 얻을 수 있는 등수. 그렇게 패배의 쓴맛을 맛본 뒤에 금빛의 영광을 놓쳤음에도 포기하지 않아야만 비로소 거머쥘 수 있는 등수. (22쪽)
어쩌면 이 책이 금메달리스트의 책이 아니라 동메달을 딴 사람의 글이어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무려 세계 3위인 동메달을 땄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아깝고 아쉽다는 반응이고, 1등만을 기억하는 세상에서 꼴등도 아닌 3등 마저 아쉬움으로 남아야 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로했을까. 축하받아야할 결과임에도 말이다. 물론 저자 자신도 처음부터 끝까지 초지일관 초연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하니 그의 인간적인 고백에 마음이 동요한다.
세상의 수많은 잣대들 속에서 나를 지키기 위한 인생 낙법이 필요한 시간, 이 책이 다른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조준호 선수가 유도를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생에 빗대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가 무심코 툭 던지는 말에 '아!' 하는 깨달음이 있는 시간이다. 거창하지 않고 인간적이고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마음에 드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