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과의 공존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 파라사이언스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야를 조금 다르게 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본 서울의 모습이라든지, 현미경 안의 미생물들이 꿈틀거리며 강한 생명력을 드러내는 경우가 그렇다. 신비롭고 경이롭고 우주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 뿌듯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의 '추천의 말'에서 천랩 생물정보연구소장 김병용 박사는 말한다. 우리 주위의 환경에 수많은 미생물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실험실에서 연구자들이 배양을 통해 볼 수 있는 미생물은 1%도 채 안 된다고 하니, 전체 미생물의 종류와 양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미생물과 적절한 공생을 통해서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우리 몸속 미생물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어서 이 책《미생물과의 공존》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혜성. 산을 좋아하는 치과의사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사과나무치과병원을 20년 간 운영하며 진료와 더불어 미생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치과 임플란트의 생역학과 교합》,《내 입속에 사는 미생물》을 썼고,《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구강감염과 전신건강》을 옮겼다.

나는 미생물 공부를 하면서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또 치과의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이전까지 미생물에 대한 시각이 상당히 편향되었음을 깨달았다. 미생물 하면 질병부터 떠올렸고 감염이 생기면 미생물을 박멸하기 위해 항생제부터 찾았던 것은, 내 편견을 그대로 드러내는 행동이었다. 나는 미생물이 이 자연에 나와 함께 존재하는 생명들임을 간과하고 적대시하며 항생제를 남용한 의료인 중 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미생물 공부는 그동안 간과한 것들을 일깨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동일한 질병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을 갖게 해주었고, 미생물은 박멸이 아닌 적절한 관리와 공존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했다. 이를 통해 나는 진료방식이나 약 처방, 병원의 운영방식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9쪽_머리말 中)

 

저자는 이 책을 21세기 들어 새롭게 파악되고 있는 인간 몸 미생물에 대한 전반적인 스케치라고 언급한다. 그간 진행된 생명과학의 혁명적 변화를 목도한 소감과, 그 변화가 저자를 포함한 생명 전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서술했으니, 이 책을 처음부터 모두 읽어갈 필요는 없다고 한다. 우리 몸 미생물을 전반적으로 스케치한 부분(1장)은 건너뛰거나 마지막에 읽어도 된다고 하니 목차를 차근히 살펴보다가 본문의 내용이 궁금한 부분을 먼저 선택해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더 궁금하게 생각되는 부분에 시선이 멈춰설 것이다.


나 자신이나 가족, 주변 사람들 중에 아팠던 경험이 있거나 관심 있게 바라보는 질병 등 이 책을 읽으며 멈춰서서 자세히 읽게 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치매에 미생물, 특히 구강 미생물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인구 통계학적 조사에서도 확인된다.'라고 시작되는 '치매와 구강상태'에 대한 글에 시선이 저절로 멈췄다. 스웨덴 쌍둥이 등록소가 발표한 내용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의외이지만 가장 중요한 현상으로 '치아가 없는 경우'를 이야기한다. 자기 치아가 없는 사람들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자기 치아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비해 무려 5.5배나 높았던 것인데, 이는 교육이나 운동 등 다른 의심되는 요인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분명한 변별력이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치주질환이라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 신체 전반에 염증에 대한 부담을 가져오고 그것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고, 그밖의 연구 자료에서도 뒷받침 된다. 이러한 연구들을 기반으로 우리 뇌에도 미생물이 살며 그 가운데 많은 수가 구강에서 왔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하니, 구강 건강에 더욱 신경써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책 전체에서 살폈듯이, 우리 몸의 많은 문제들은 나라는 우주를 발판삼아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들, 내 몸 가득한 미생물들과 공존이 파괴되고 관계가 훼손된 데서 온다. 또 20만 년 된 호모 사피엔스의 DNA와 300년도 안 된 현대 자본주의와 50년도 안 된 오늘날 생활습관과 식습관의 괴리에서 온다. 문제가 그렇다면 해결책도 그래야 한다. (298쪽)

책을 읽어서 알게 된 지식이 더 나은 삶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한다면, 이 책이 그럴 것이다. 우리의 눈으로 미처 못 보던 미생물의 세계를 하나씩 짚어보고, 앞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해 어떤 점을 염두에 두어야할지 파악해본다. 학술적인 내용을 이렇게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는 것 자체에 감탄하며 읽어나간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안의 우주를 살펴보는 시간을 누구나 한 번쯤 갖기를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