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같은 사람들이 나를 지우려 할 때 - 희미해진 내 자신을 선명하게 덧칠할 시간
황지현 지음, 샴마 그림 / 레터프레스(letter-press)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펼쳐들면 이런 글이 나온다. '나' 스스로를 지워 버리는 일은 하지 말자…'라고.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었다는 생각에 이르자 마음이 동요한다. 나는 어느 순간에 온전히 나로 존재했던가.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나를 지우고 있었던 것인가. 또한 나 스스로를 지우며 희미해져 버린 현실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에 잠긴다. 이 책《지우개 같은 사람들이 나를 지우려 할 때》를 읽으며 글을 통해 나 자신의 존재를 되살리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은 페이스북 좋아요 평균 12만명 공유 5만명, 인스타 14만 팔로워의 공감을 이끌어 낸 황지현(@pure_hwang)의 첫 에세이집이다. 그래서 그런지 감성 돋는 글은 기본이고 책의 외관부터 깜찍하고 앙증맞다. 다른 책보다 약간 작은 크기에 잠깐씩 읽기 좋은 구성으로 되어 있다. 짬짬이 어느 부분이든 집어들어 읽고서는 잠깐씩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도 좋을 것이다. 지금껏 감성이 메말라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적당히 부드러운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당당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흐릿해져 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도 그럴지 모른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나는 그대가 부디 자신을 선명하게 지키기를 원한다. (7쪽)

 

글과 그림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들어본다. 때로는 소녀감성, 때로는 일상 속의 사소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엿본다. '아,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이런 부분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하며 그녀의 생각에 공감하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시간, 생각이 많아진다. 무덤덤하게 흘려보내던 것들을 붙잡아보는 시간이다. 의미 없다고 생각되던 무언가를 되살려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하지 못해서' 이 한 가지만이 아니라는 걸. 할 수 있는 일이라 거절을 못했던 건데, 대부분의 경우 사람이 하지 못할 일들을 부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부탁을 거절할 수 있는 이유는 얼마든지 있었다. '할 능력이 없어서', '하기 싫어서', '바빠서', '쉬어야 해서' 또는 '그걸 꼭 내가 할 필요는 없어서' 등등. "미안해. 나 그 부탁 못 들어줄 것 같아." 때론 이 말만으로도 충분한 거절이 된다. (99쪽)


우리는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무언가에 집착하며 온 힘을 다해 자신을 소진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을 스쳐가는 소소한 생각들을 흘려보내며 희미하게 지워버리며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더이상 나 자신을 지워버리지 않도록, 현실을 일깨워준다. 오가는 시간, 차 한 잔 마시는 시간, 이 책이 잘 어울리는 시간이다. 생각에 잠기기 좋은 가을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