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린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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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책을 만났다. 일명 '시그림책'이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것이 아니다. 시는 어른들만 읽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시그림책을 통해 한 편의 시를 전달받을 수 있다. '시그림책' 시 한 편이 그림과 함께 책으로 엮인 것인데, 시를 깊이 읽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찌보면 단숨에 읽을 수도 있지만, 한 번만 읽고 넘겨버리기는 싫은 책이다. 처음에는 함민복의 시를 음미하고, 그 다음에는 그림을 보며 다시 한 번 읽고……. 볼수록 빠져든다. 시가 마음에 들어온다. 천천히 마음 속에 시 한 편을 받아들이는 시간, 《흔들린다》를 읽으며 가져본다.


 


이 책은 함민복의 시에 한성옥의 그림을 더한 것이다. 함민복 시인은 1962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났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88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우울 씨의 일일』『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 있으며, 동시집『바닷물, 에고 짜다』,산문집『눈물은 왜 짠가』『미안한 마음』『길들은 다 일가친척이다』『절하고 싶다』,시화집『꽃봇대』등이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애지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한성옥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F.I.T와 School of Visual Art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17세기 시인 바쇼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시인과 여우』로 이르마,제임스 블랙상 명예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뉴욕 일러스트레이터 협회상, 한국어린이도서상 등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나무는 알고 있지』『행복한 우리 가족』『나의 사직동』『수염 할아버지』『우렁 각시』『시인과 요술 조약돌』『아주 특별한 요리책』등이 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어서일까. 자꾸 시집에 손길이 가는 요즘이다. 하지만 마음에 맞는 시를 만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다. 어쩌면 시각적 효과를 달리했을 때 시 자체가 마음에 들어오는 면도 달라질 것이리라. 마음을 뒤흔드는 그림과 함께라면 단순히 시만 읽을 때와는 다른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그림책은 더욱 나의 감성을 자극하며 감수성을 끌어올린다. 잠깐씩, 음미하며, 잘근잘근 곱씹어가며 생각에 잠긴다. 그런 것이 시의 묘미, 시그림책이 주는 선물이다. 그림이 주는 시각적 효과를 최대한 살려서 시 한 편을 오롯이 눈에 담는다. 마음에 담아본다.

 



 



흔들린다

                                              함민복


집에 그늘이 너무 크게 들어 아주 베어버린다고

참죽나무 균형 살피며 가지 먼저 베어 내려오는

익선이 형이 아슬아슬하다


나무는 가지를 벨 때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흔들림에 흔들림 가지가 무성해져

나무는 부들부들 몸통을 떤다


나무는 최선을 다해 중심을 잡고 있었구나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렸었구나

흔들려 덜 흔들렸었구나

흔들림의 중심에 나무는 서 있었구나


그늘을 다스리는 일도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일도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고

가지 뻗고 이파리 틔우는 일이었구나



시와 그림으로 오랜만에 감성을 되살려보는 시간을 보낸다. <흔들린다>라는 시 한 편을 그림과 함께 엮은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시 한 편을 감상한다. 이왕이면 시그림책이 활성화되어 다양한 작품을 만나보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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