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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서울,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 중 - 평범한 도시 직장인의 제주 이주기
이영섭 지음 / 위즈플래닛 / 2017년 2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든 생각은 '아~ 나도!' 였다. 제주에 이주해와서 5년이 지났으면 제주 사람이 될 법도 할텐데, 이곳은 그 기간으로는 아직 멀었다고 한다. 적어도 삼대는 살아줘야 제주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이라고 한다. 여전히 제주어는 낯설고 해석이 어려우며 제주 사람들의 어떤 습성은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제목에서 받은 느낌이 좋아서 이 책《제주와 서울, 그 중간 어디쯤에서 방황 중》을 읽게 되었는데, 내용은 더욱 내 마음을 파고들어 공감하게 만든다.
이 책의 저자는 이영섭.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고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40년 넘는 시간을 도시에만 갇혀 지냈다. 뒤늦게나마 용기를 내어 제주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후에도 제주와 서울을 오가며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을 2년간 보낸 끝에 마침내 제주에 정착하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공예를 하는 아내, 그리고 바다를 사랑하는 견공 2마리와 함께 제주시 외곽 한적한 마을에 거주중이며, 제주 지역 신문의 취재 기자 및 오마이뉴스 시민 기자로 활동 중이다.
이 책에는 서른 여섯 가지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제주에서 집 구하기, 제주 한달 살이 열풍, 제주도 임금은 전국 최하위고 집값은 서울 강북 수준이라는데, 힘들어도 참기만 해서는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제주도에는 백화점이 없다, 제주에서 반려 동물을 키운다는 건, 숨겨진 제주 맛집?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제주 이주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우리의 진짜 인새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평범한 서울 직장인의 제주 이주기를 담은 이야기는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없이 읽기에 적합하다. 또한 꼼꼼하고 냉철하게 담아낸 이야기를 통해서 제주 이주를 막연하게 꿈꾸는 사람이나 이주를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알찬 정보를 제공해준다. 또한 막연히 환상만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에 옮길지 판단할 근거를 마련해주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제주 이주민 선배들로부터 제주 이주에 대해 만족하는지 후회하는지 스스로 알고 싶다면 자신이 살던 도시에 다녀오면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도시로 돌아가 하루라도 빨리 제주로 돌아오고 싶다면 제주가 체질에 맞는 것이고, 도시가 주는 편리함과 화려함에 취해 며칠 더 있고 싶어지면 제주에 정착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라는 말이다. (136쪽)
생각해보니 나는 도시에 가면 빨리 제주에 오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들고, 공항에 내리고 나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쉬어지는데, 어떤 사람들은 도시에 가면 며칠 더 일정을 만들어서 보내다가 내려오는 것을 종종 보았다. 서로 취향이 다른 것이니, 나에게 제주가 맞는지 아닌지는 이 방식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에 이주해서 온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이주 이야기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책이 나오면 궁금해서 읽게 된다. 이 책은 제주가 누구에게나 맞는 곳이라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조언과 신중한 접근을 추구하며 글을 적어나갔기 때문에 오히려 읽는 마음이 편해지는 책이다. 제주 이주를 생각한다면 평범한 도시 직장인의 제주 이주기를 담은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