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을 보며 처음 든 생각은 '제목이 참 독특하다'였다. 제목이 눈에 쏙 들어오고 무슨 의미인지 알 듯하여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표지 그림 또한 어떠한가. 왠지 이 책이 다른 소설들과는 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또한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이라는 점도 궁금증을 더했다.

생계 때문에 사우나 매니저가 된 남자

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 1퍼센트들의 숨은 얼굴

이 책《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를 읽으며 모처럼 소설 속의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작가는 박생강. 필명이다. 생강이란 필명은 생각이 몸에 좋다는 어떤 건강 서적의 표지를 서점에서 보고 충동적으로 정했지만, 성자saint와 악당gang의 혼성, '생각의 강' 같은 심오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나는 2015년부터 1년여 동안 소설을 쓰는 대신 다른 일을 했다. 남자 사우나에서 회원들에게 인사하고, 운동복을 정리하고, 세탁물을 수거하고, 파우더룸의 화장품과 머리빗을 관리하는 게 내 업무였다. 어쩌다 가끔 벌거벗은 노인들의 등짝에 로션을 발라주거나. (247쪽 작가의 말 中)


사우나에 가면 드는 생각이 있다. '밖에서 어떤 모습의 사람이든 여기서 보면 다 거기서 거기구나.' 작가도 마찬가지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곳은 대한민국 상류층 1퍼센트에 가까운 회원들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하니, 그곳에서의 경험을 소설로 쓸 생각이 없이 시작했더라도 글로 쓰고 싶은 소재가 풍부할 것이다. 원래 리얼리즘과는 거리가 먼, 현실과 허구 사이의 발랄한 망상에 기댄 작품을 쓰는 작가라 하더라도 그곳에서의 경험은 생생하게 현실적으로 들려주기만 해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이번에는 직접 엿들은 상류층 남자들의 별것 없는 대화나 혼잣말, 누군가와 통화할 때의 속닥거림, 나에게 투덜대며 한 말 등등을 생생하게 소설로 옮기고 픈 욕심이 들었다. 그래서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남자 사우나 회원들의 대사 중 70퍼센트 정도는 내가 들은 그대로다. (248쪽)


물흐르듯 쉽게 훌훌 읽힌다는 점에서 나른한 주말 오후에 읽기에 좋은 소설이라고 추천한다. 실제로 나는 일요일 오전에 읽기는 했지만, 잠들기에도 애매하고 일어나기도 귀찮은 그런 시간에 재미있게 깨있을 수 있도록 흥미롭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이다. 소설 자체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현실을 담고 있지만, 해석하자고 들자면 무거운 의미도 건져낼 수 있다. 어찌 되었든 충분히 소설화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고,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억에 남을 소설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도 궁금해진다.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뛰어난 블랙유머로 패러디하고 있는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선민의식을 가진 대한민국 1퍼센트 부자 노인들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주는 피트니스 사우나에서 작가는 우리 사회의 소우주를 본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그것을 비난하는 사람들 역시 경직된 이념적 독선과 도덕적 우월감이 만들어낸 선민의식에 취해 있다고 비판한다. 그 둘 사이에서 작가는 사우나의 이름인 '헬라홀'처럼, 경직된 세계에 생기는 구멍 즉 유연한 사고의 중요성을 우리에게 깨우쳐준다. JTBC를 안 보는 사람들과, 그러한 그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을 통해 작가는 이 시대의 병폐인 양극화를 알레고리 기법으로 비판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_김성곤(서울대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