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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집에 머물다
박다비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제주도에 이주해서 살다보니 다른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지금껏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로 이주해왔고, 또 수많은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도 했다. 다들 각자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지만, 좀더 특별하게 정착한 사람들의 사연은 늘 알고 싶다. 이 책《오래된 집에 머물다》를 보면서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세련되고 깔끔한 새집보다는 낡고, 작고, 불편한 오래된 집에서 배우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오래된 집에게 배우다', 2부 '오래된 집에 머물다', 3부 '여행일기'로 나뉜다. 작고 오래된 제주도 집에서 공사를 해서 하나씩 바꾸어가는 그들의 보금자리, 거기에 엮인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작고 오래된 집, 천장 흙 보수, 집 공사의 절반은 미장, 낮은 집에서 머리를 보호하는 법,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 제주 바다를 담은 싱크대, 흙화덕 만들기, 안 바쁜 말투, 텃밭으로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소리, 애틋한 손님들, 다정한 할망들, 봄날 밤의 작은 공연 등의 이야기와 함께 가파도, 송악산 둘레길, 오설록 녹차밭, 용머리 해안, 오일장, 곶자왈 등의 여행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주에서 만난 천생연분, 이들의 '사서 고생 프로젝트'에 자연스레 시선이 고정된다. 최근 제주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연세도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치솟았고, 이들은 매매하는 쪽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집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제주의 남서쪽 조용한 마을에 작고 아주 오래된 집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집을 고치는 과정과 집을 고치며 느낀 감상을 담아냈다.

자연은 우리 생각처럼 그리 가볍거나, 약한 존재가 아니다. 인간이 만들어 낸 콘크리트나 다른 재료들보다도 훨씬 더 강하고, 견고하고, 따뜻하고, 인내심이 있는 것이 바로 자연에서 온 것들이다. 흙이나 돌, 그리고 나무 같은 것들이 그러하다. 이것이 바로 100년 된 집에서 발견한 나무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이다. (31쪽)


직접 집을 고치는 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보여준다. 보통 정성이 아니다. 둘이 함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시간과 노력이 오래된 집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끼면서도 나는 못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이렇게 책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 중 제주도에 있는 오래된 집을 고쳐서 게스트하우스로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준다. 어쩌면 집을 고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접는 데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시간과 노력으로 정성껏 채워나간 그들의 공간을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제주 이주민의 색다른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이 책이 기대를 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