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위의 딸 (양장)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이영의 옮김 / 새움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유시민의『청춘의 독서』를 보면 알렉산드르 푸시킨의『대위의 딸』을 소개한다. 그 책에는 푸시킨의 싯귀를 먼저 들려준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유시민은 이 시가 푸시킨의 대표작인 줄 알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는 러시아에서 손꼽는 푸시킨의 대표작이 아닌데 한국에서 애송되는 것이 신기하다고 주한 러시아 대사가 이 시를 인용해 인사하는 것을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다고 한다. 이야기는 자연스레 흘러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이라는『대위의 딸』로 이어진다.

대위의 딸』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다. 연애소설로 위장한 역사소설이며 정치소설이다. 푸가초프의 반란과 참혹했던 내전에 대한 이야기이며,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농노제도와 차르의 전제정치를 통렬하게 비판한 혁명적인 소설이다.

_유시민『청춘의 독서』中

그때부터 기회가 되면 읽어야겠다고 벼르고 있던 책을 이제야 읽어본다.

 

 

이 소설은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이 썼다. 푸시킨(1799~1837)은 러시아의 가장 사랑받는 국민 시인이자 소설가다. 그는 자신을 모욕한 프랑스인 귀족과 결투를 벌이고 총상으로 숨을 거두기까지 38년의 짧은 생애 동안 시, 희곡, 소설 등 다양한 문학 장르에 걸쳐 다채로운 문학 세계를 펼쳤으며, 당시까지 서유럽의 발전된 모든 문학 장르를 접한 뒤 러시아에 도입시켰다. 특히 푸시킨은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문학의 개척자로, 투르게네프는 "푸시킨 이후의 작가들은 그가 개척한 길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적당한 기회에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고, 번역본이라는 것을 잊을 정도로 깔끔하게 번역된 책을 만나야 읽는 효과가 배가된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효과적이다. 제대로 타이밍을 잘 맞추었을 뿐 아니라 번역도 물 흐르듯이 걸리는 것 없이 슬슬 넘어간다. 적절한 시기에 만나는 고전은 운명과도 같다. 학창 시절에 학과 공부뿐 아니라 고전 문학을 읽어두어야 성인이 된 후에 비교할 수 있다. 꼭 필요한 일이었는데, 예전에 읽지 못하고 이번에 처음 읽었다는 점이 좀 아쉽기는 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처음 느낌과 그 다음 독서의 느낌을 비교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읽을 때마다 다르고, 또 읽으면 새로운 무언가를 건네주는 것이 고전인가. 독자의 마음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겨준다. 이 소설의 스토리를 적어두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되어 넘어간다. 짤막하게 요약된 이야기가 아닌, 소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기를 권한다. 물론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하더라도 알지 못하고 있던 사실들이 행간을 빼곡하게 채웠기에 알고 나면 더욱 흥미로워진다.

 

이 소설은 한 번만 읽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아무 정보 없이 로맨스 소설로 한 번 읽고, 그 다음에 정치적인 의미를 되살리며 다시 한 번 읽어보아야 한다.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함께 작가 푸시킨의 문학과 삶을 알고 나면, 이 작품의 의미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고 하니, 행간을 읽어내며 한 번 더 보게 되는 소설이다. '역자노트'를 읽고 나면 자연스레 다시 소설의 앞으로 이동하게 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처음엔 가볍게, 두번 째에는 빼곡히 담긴 의미를 찾아내며 읽게 되는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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