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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남극 탐험기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7월
평점 :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된다.
요즘 세상에도 탐험을 떠나는 인간이 있다.
이것은 내가 어니스트 섀클턴과 함께 남극을 탐험한 이야기다. (7쪽)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소설을 다큐로 받아들이고 있었나보다. 남극 탐험이라는 소재를 소설에서도 충분히 사용하며 유쾌통쾌, 좌충우돌, 감동백배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왜 지금껏 그런 소설을 읽어본 적인 없었던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소설『우리의 남극 탐험기』를 읽기 시작했다. 이들의 탐험기에 빠져들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표지 그림은 다소 썰렁했지만, 소설을 읽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이 책의 저자는 김근우. 가족처럼 여기던 고양이를 잃어버린 노인과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를 찾는 사람들이 좌충우돌하는 블랙코미디『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로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이 소설은 그의 신작이다. 작가는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고, 꿈속에서 본 백인 아저씨의 이름이 '어니스트 섀클턴'이라는 것을 떠올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벌떡 일어나서 검색해보니 섀클턴은 영국의 위대한 탐험가였다고. 그를 소재로 이야기를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졌고, 이 소설은 그렇게 백일몽에서부터 시작된 소설이라고 한다.
언젠가 반드시 '지금 여기'가 아닌 그 어딘가로 떠나야 한다는 걸 예감하고 있던 박사와 나는 한국의 지하철에서 17년 만에 재회한 순간 남극으로 떠나기로 한다. 그들을 남극으로 인도해준 이는 바로 20세기 초의 위대한 탐험가 어니스트 헨리 섀클턴 경이다. 킹조지 섬에서 출발해 아무도 몰래 남극대륙에 도착한 그들은 남극점을 통과해 대륙을 횡단하는 탐험을 시작한다. 인류라고는 오직 두 사람밖에 없을 것 같은 눈과 얼음의 땅. 한껏 해방감을 느끼며 순조롭게 나아가던 여정은 한 달여 만에 폭설과 혹한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이윽고 포기는 매너가 아니라며 다시 길을 나서려는 그들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는데…… (책 뒷표지 中)
이 소설에 대해 호기심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문장은 책 뒷표지에 있는 이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일단 덤벼들어 읽기 시작해야 하고, 다른 곳에서 너무 많은 정보를 얻으면 김이 샌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권한다. 일단 읽으라고.
이 소설을 읽으며 김근우라는 작가를 기억에 담아두기로 했다. 그의 소설을 읽자면 먼저 '이런 소재를 충분히 소설로 쓸 만 하잖아.'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아직 그런 소설을 못 본 것 같은 생각이 들 것이다. 또한 충분히 생각해낼 수 있는 소재를 독특하게 풀어나간다. 소설 속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허를 찔리는 기분이다. 읽다보면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을 듯한 느낌이 든다.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소설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