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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자 치유 - 우리 안의 나쁜 유전자, 광신주의를 이기는 상상력의 힘
아모스 오즈 지음, 노만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먼저 이 책은 제목이 주는 강렬한 느낌에 한 번 멈춰서고, 표지 그림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기게 된다. 제목과 표지로 이미 독서는 시작되는 것이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내가 생각하는 '광신주의'에 대해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해보며 이 책《광신자 치유》를 읽기 시작한다. 광신주의는 우리 현실과 먼 듯 보여도 사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빈번한 현실이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어서 이 책이 더욱 와닿는다.
이 책의 저자는 아모스 오즈. 히브리 문학의 거장이다. 소설가, 사회민주주의 정당 창립자, 문학 교수, 행동하는 지성, 평화 운동가, 노벨문학상 단골후보, 그리고 배신자. 이 모든 명칭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또한 그는 노벨문학상보다 노벨평화상을 먼저 받을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로 중동 평화에 앞장서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배신자'라고 비난받는 이유는 그가 유대인이면서 팔레스타인의 국가수립을 찬성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정의와 정의의 충돌'에서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인의 비슷한 역사 체험, 타협의 반대는 광신주의와 죽음, 궁극의 악은 전쟁이 아닌 침략이다, 똑같은 압제자를 둔 피해자끼리의 분쟁, 두 국가 해법과 최종적 분쟁 해결, 선결되어야 할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등을 다룬다. 2부 '광신자를 어떻게 치유할까'에서는 광신자에게 배신자는 '광신자가 아닌 사람', 이승과 천국을 거래하는 광신주의, 동일주의와 획일주의의 정체, 이타주의와 광신주의의 닮은 꼴, 집 안에서 싹트는 광신주의,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을 부동산 쟁의, 상상력과 문학이라는 백신, 광신자 처방전으로서의 유머 등을 볼 수 있다.
먼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나딘 고디머가 서문을 장식한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해 아모스 오즈가 '부동산 쟁의'라고 언급했다는 사실을 보니 흥미로운 생각이 든다. 나딘 고디머의 글을 보면 이 책의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져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아모스 오즈는 온 세계로 퍼져나가는 거짓말, 히스테릭한 헛소리, 불명료한 발언과는 사뭇 다른 '온전한 정신의 목소리'다. 우리에게 광신주의의 본질과 진화를 직시하게 한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해 "종교전쟁도 아니고, 문화전쟁도 아니며, 서로 다른 두 전통의 불화도 아닙니다. 그저 이 집은 누구의 소유물인가 하는 부동산 쟁의입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 분쟁의 본질을 납득시킨다. 또한 그는 이 분쟁이 해결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비전과 정치적, 윤리적 진실성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어떤 상황에 처한 인간이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가 치명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조명하는 데 활용하는 아이러니한 유머는 한층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책 뒷표지 中)
강연을 듣는 느낌으로 읽어나가며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광신주의는 무엇일까. 광신자는 나만이 옳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문제에 대해 어찌보면 현실의 우리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충분히 공감하며 남의 일이 아닌 듯 다가오는 느낌이다. 현실 속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짚어볼 계기를 만들어주기에 의미 있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저자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긴다.
광신주의의 본질은 타인을 왠지 억지로라도 변화시키고 싶다는 욕구에 있습니다. 이웃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고 싶거나, 배우자의 행실을 고쳐주고 싶거나, 자식을 관리감독하고 싶거나 혹은 형제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 싶다는, 요컨대 타인을 존재하고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고 싶지 않다는 게 광신주의의 일반적인 경향입니다. (68쪽)
옮긴이의 말에 보면 '이 책은 국가나 민족, 종교의 관계에 대해 기술하고 있음에도 그중에는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인간관계에 부합하는 내용 또한 적지 않기에 흡인력이 강하다.'라는 언급이 있다. 관련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세상 일에서 근원적인 문제를 찾을 수 있기에 이 책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져준다. 우리 스스로에게 필요한 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이 책은 제공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