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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바다 - 미술여행작가 최상운의 사진과 이야기
최상운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7년 6월
평점 :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지는 곳, 짭조름한 냄새가 기분을 송두리째 바꿔주고, 어느 날씨에 가더라도 질리지 않게 무한 변신하는 곳, 바로 '바다'다. 이 책은 '그날, 바다'라는 제목의 책이다. 바다로 얽히는 모든 것들이 궁금했다. 바다와 함께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 이 책《그날, 바다》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최상운. 미술과 여행에 관한 책을 쓰는 미술여행작가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사진의 매력에 빠져서 한참 늦은 나이에 사진학과로 들어갔다. 그 후 프랑스에 가서 조형예술과 미학을 공부했다.
여러 작가들의 책을 읽고 화가들의 그림을 보다가 내가 보았던 바다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림과 시와 소설, 혹은 인터뷰에서 그 바다를 발견했다. 바다를 보면서 당시에 떠올린 책의 구절과 그림도 있고, 거꾸로 나중에 책을 읽거나 그림을 보다가 그때의 바다를 다시 기억하게도 되었다. 내가 보지 못한 것, 생각하고 느끼지 못한 것들을 훨씬 훌륭한 다른 작가와 화가들이 쓰고 그렸고, 이 책에서 그걸 받아쓰게 되었다. 바다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바다들을 나누고 싶다. (서문 中)
이 책에는 바다의 사진, 화가의 작품, 저자의 생각, 책 속 문장 등이 어우러져있다. 바다의 색깔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것도 수많은 배경 속에서 그 색깔과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스 미코노스, 산토리니, 크레타, 제주, 모로코 탕헤르, 충남 대천, 이탈리아 시칠리아, 전북 위도, 선유도, 네덜란드 스헤베닝언,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프랑스 도빌, 슬로베니아 피란, 프랑스 페캉, 튀니지 카르타고, 경남 지심도, 벨기에 오스텐데 등 우리 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 곳곳의 바다 사진을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방 안에서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다. 바다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여행지에서 배경처럼 자리한 바다 또는 바다 자체를 보러 가기도 하지만, 여행지에서 쓴 일기나 그때의 감상을 떠올려보면, 늘 따로따로였다. 바다를 보면서 떠오르는 책속 문장이나 문학 작품, 어떤 예술가 등 연관지을 수 있는 무언가는 그저 흩어져버렸다. 그렇기에 이 책을 매개로 그런 것들을 하나로 통합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그동안 여행 따로, 책 따로 생각하던 나에게 이 책은 두 가지를 하나로 엮어보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독특한 느낌이다.

네덜란드 스헤베닝언 해변은 화가 반 고흐가 그림을 그렸던 곳이라고 한다. 그는 헤이그에서 같이 살던 매춘부 출신의 시엔과 함께 여기에 자주 와서 바다 풍경을 그렸다는데, 그때가 고흐 생애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현재 해변은 고흐 그림의 풍경과는 많이 다르다며,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바다로 길게 난 다리가 약간 을씨년스러운 과학기지'처럼 보인다고 한다. 사진과 함께 고흐의 그림을 감상하며 세월의 변화를 느껴본다.

슬슬 넘기다 보면 마음에 와닿는 문장이 눈에 띈다. '수평선을 바라보던 나의 마음은 어땠지?' 생각하며 읽어나간 문장도 천천히 읊조리며 마음에 담아둔다.
그곳에는 수평선의 법칙, 몸을 끌어당기고 하늘과 바다의 불안정한 공간을 잡아 묶는, 단 하나의 단단한 줄인 아주 길고 가냘픈 법칙이 있었다.
_르 클레지오,『어린 여행자 몽도』중에서 (190쪽)
이 책을 펼치면 사진 또는 그림이 가득해서 각양각색의 바다를 감상하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기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글자가 적지만, 바다를 바라보는 독자의 마음이 빈 공간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작품 속 문장이 마음을 휘감고 여운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