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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놓다 - 길 위의 러브 레터
전여옥 지음 / 독서광 / 2017년 6월
평점 :
궁금했다. 한때 책을 별로 읽지 않았던 시절에도 전여옥의『일본은 없다』라는 책은 읽었다. 그런 그녀가 느닷없이 정치판에서 발견하게 되고,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사람이었나 의심할 무렵 나의 바람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신경을 끄고 있다가 이번에 신간을 냈다는 것을 알고 읽어보고자 마음 먹었다. 그녀의 에세이가 나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그저 궁금했다. 한 인간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 책에 대한 느낌을 어떻게 달리 해놓을지 궁금해서 이 책『사랑을, 놓다』를 읽어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전여옥이다. 어쩌면 표지에 저자의 사진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저자가 동명이인인 다른 누군가라고 생각하며 글에 집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집중하는 데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들었고, 온전히 받아들이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하니 선입견 없이 책을 읽어보겠다고 부단히 노력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게 아닌데, 여기는 아닌데. 너, 전여옥. 남의 인생을 사는 거 아니니?" 지난 십여 년 남짓 여의도에 있을 때 내가 끊임없이 했던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책『사랑을, 놓다』이다. 이제 나는 모든 사사로운 세상의 고정관념을 편하게 놓을 수 있다. 그 과정은 나의 여행이었다. 길을 떠난 여행이기도 했고 삶 자체의 긴 여행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여행은 많이 걷는 것이다. 그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었다. 그리고 동행도, 즉 사람도 아니었다. 오로지 '편한 신발' 한 켤레면 족했다. (7쪽)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여행은 첫사랑이다', 2장 '긴자에서 작업당하다', 3장 '일단 꽂히면 "렛츠 고"', 4장 '그 남자의 키친', 5장 '사랑을, 잡다'로 나뉜다. 여행은 첫사랑이다, 아카사카 마돈나, 그녀의 나이를 묻지 마세요, 긴자에서 작업당하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를 위한 위스키, 내 인생의 치외법권, 울적할 때는 훌쩍 떠난다, 커피 커피 커피, 비너스의 여자들, 그는 늘 혼자서 여행한다, 그 남자의 키친, 귀여운 여인,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랍스터를 요리하는 남자, 마녀의 수프, 소믈리에의 삼겹살집, 어둠과 6달러, 습식 사우나의 그 남자, 뉴저지에서 아침을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여행자로 사는 순간이야말로 익명성이 보장된 절정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낯선 곳에 있는 순간이야말로 그동안 받은 교육, 지켜온 신념과 가치관, 자기자신조차도 내려놓을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라고. 그래서 이 책에는 여행의 순간에 느낀 감정과 만난 사람, 그리고 그 안에서 경험한 것들을 모아놓았나보다. 지금껏 자신이 가치를 느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나름의 성장과 발전을 기록하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편한 신발로 갈아신은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울적할 때는 어떻게 할까? 사는 것이 힘들었을 때 어떻게 할까?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큰 상처를 입었을 때는? 그럴 때마다 젊은 날의 나는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특히 도쿄에 살 때는 '완벽한 나홀로'여서 쉽게 떠날 수 있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그 날, 나는 일이 주는 스트레스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90쪽_울쩍할 때는 훌쩍 떠난다 中)
'울쩍'할 때에 '훌쩍' 떠난다는 말이 마음에 와서 나를 유혹한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이 책이 편한 신발을 제공해주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편한 신발'을 찾아보라고 권유해주는 느낌이다. 그 느낌을 살려 내 마음이 편해지는 곳을 찾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