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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ㅣ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평점 :
2011년 '페란테 열병'을 일으킨 '나폴리 4부작' 제3권『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읽어보았다. '나폴리 4부작'은 이탈리아와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총 43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는데, 올해 처음 접하고서 1권부터 읽게 되니 완간되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총 4부작인데, 4권은 11월에 출간될 예정이어서 이 소설을 다 읽을 때가 되면 2017년도 마무리될 시점이 될 것이다. 빨리빨리 읽고 넘기는 책들이 많은 와중에 긴 기간 함께 할 수 있는 시리즈물을 읽게 되어 커다란 의미로 남는다.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은 저자에 대한 미스테리한 이미지가 한몫했다. 엘레나 페란테라는 소설가는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출생한 작가로, 나폴리를 떠나 고전 문학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보냈다는 사실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한다. 특히 '엘레나 페란테'라는 이름조차도 필명이라고. 작품만이 작가를 보여준다고 주장하는 페란테는 어떤 미디어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서면으로만 인터뷰를 허락하는데, 이탈리아에서는 여전히 작가의 정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소문이 떠돌지만 아직도 베일에 싸여 있다고 한다.
'나폴리 4부작'을 쓰는 동안 나는 사건과 캐릭터, 감정을 다시 다듬을 필요가 없었다. 그 어떤 계획적인 일도 하지 않았다. 존재의 얽힘과 개인의 삶이 여러 세대의 삶과 관련되어 있다면 이것들을 다시 살펴볼 만하다. 문학은 그 '얽힘'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레누와 릴라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소외된 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말과 행동은 모두 역사의 일부다. 나는 주인공들의 말이 사소한 역사적 사실에 진실성을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그 역사적 사실이 덜 낡고 덜 진부해지리라고 확신했다. (엘레나 페란테_책 뒷날개 中)
먼저 이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맨 앞에 있는 '등장인물'을 쓱 훑어본다. 이 부분은 본문을 읽으면서 틈틈이 앞으로 돌아가 짚어보게 된다. 아무래도 인물의 이름과 배경이 낯설기 때문에 꼭 필요한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 구두수선공네 가족인 체룰로 집안, 시청 수위네 가족인 그레코 집안, 돈 아킬레 가족인 카라치 집안, 목수네 가족인 펠루소 집안, 미친 과부 가족인 카푸초 집안, 시인이자 철도원네 가족인 사라토레 집안, 야채장수네 가족인 스칸노 집안, 주점 겸 제과점을 소유하고 있는 가족인 솔라라 집안, 제빵사네 가족인 스파뉴올로 집안 등 그동안 누적되어 등장인물도 많아졌다. 본문을 읽으면서 어느 집안의 누구인지 다시 짚어보며 읽어나간다.
이 소설은 나폴리 4부작의 제3권으로 중년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레누와 릴라 두 주인공이 결혼과 출산, 육아를 경험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나폴리를 떠나는 레누와 나폴리에 머무르는 릴라의 삶은 급변하는 사회상과 더불어 점점 복잡하고 다양해진다. 두 여성의 중년기 이야기를 보면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내면에 깊숙이 들어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미 1,2권을 통해 인간 내면 묘사의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매력에 빠져들었고, 혹시나 이전의 느낌만 못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잠시 했었다. 그 생각은 그저 기우일 뿐이었다. 점점더 생생하고 깊어지는, 깊이 우러나는 진국처럼 다가오는 느낌이다. 포괄적으로 폭넓게 이들의 인생사가 나에게 훅 펼쳐진다. 인간의 내면 묘사뿐 아니라 시대적인 배경도 중요하게 작용하여 훨씬 변화무쌍한 파도를 타는 듯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으로 읽어나간다.
1권부터 2권을 거쳐 3권까지의 긴 여정을 통해 소설 읽는 재미와 뿌듯한 무언가를 간직하게 된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그것은 소설가의 능력이자 등장인물의 매력, 그들과의 인간적인 공감대에 기인한 것일테다. 이 소설의 4부는 11월에 만날 수 있다. 올해의 마무리 시점일 것이다. 그때 이 소설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정말 궁금해진다.기다리는 시간 조차 소설의 연장선이 되는 듯, 엘레나 페란테의 필력에 한동안 사로잡혀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