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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올빼미 농장 (특별판) ㅣ 작가정신 소설향 19
백민석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평점 :
작가정신 출판사에서는 한국 현대소설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중편소설의 의미와 가치를 되살려 오늘날 독자들에게 단편의 미학과 장편의 스토리텔링을 다시 선보이고자 소설향 시리즈 중에서 5편을 골라 특별판으로 출간하였다.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창작하는 신진에서 원로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층의 작가들이 쓴 중편소설을 한 권의 단행본으로 펴내는 기획으로 시작되었다. 이 책『죽은 올빼미 농장』은 그 중 한 권으로, 1990년대 한국문학의 뉴웨이브를 이끌며 새 문을 열었던 백민석 작가의 중편소설이다.

이 책의 저자는 백민석.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문학과사회》여름호에 소설「내가 사랑한 캔디」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소설집『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장원의 심부름꾼 소년』『혀끝의 남자』와 장편소설『헤이, 우리 소풍 간다』『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목화밭 엽기전』『러셔』『죽은 올빼미 농장』『공포의 세기』가 있으며, 미술 에세이『리플릿』이 있다.
『죽은 올빼미 농장』은 내가 소설가를 그만두기 바로 전에 나온 책이다. 소설가로 복귀하지 않았다면 이 책이 내 마지막 책이 되었을 것이다. (개정판 작가의 말 中)
이 책에는 '죽은 올빼미 농장, 월요일들, 아파트먼트 키즈, 손자와 인형, 잃어버린 자장가를 찾다' 등 총 다섯 편의 중편소설이 담겨있다. 아파트먼트 키드의 내면적 성장소설로, 작가는 '죽은 올빼미 농장'을 동원하여 아파트먼트 세대의 황폐한 내면을 보여준다. 제목이 주는 느낌은 음침한 무언가였다. 첫 인상에서 주는 느낌에 바짝 긴장하며 읽어나갔다. 소설을 읽다보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띵하고 오싹하다. 우리의 모습인 듯, 아닌 듯,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아마도 자신에게 이런 모습이 있지는 않을거라며 부정하고 나설 것이다.
처음에는 인형과 대화하는 주인공의 상태가 미심쩍었다.
나는 황혼이 질 때까지 인형을 무릎에 앉혀놓고 베란다 접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럴 땐 자장가를 불러주곤 했지. 그랬어. 그게 언제였지. 우리가 아직 채 열 살이 되기 전에. 그때는 모든 게 황혼처럼 예뻤나? 아니. 그렇다고 믿고 싶을 뿐이지. 내 기억엔 거의 모든 게 저 황혼처럼 핏빛이었어. 그랬어? 그랬어. 이젠 자장가 노랫말도 기억 못 하잖아. 불러봐. 못하지? (13쪽)
주인공에게 편지 두 통이 잘못 배달되었다. 주소는 맞지만 다른 사람의 것이었다. 왜 두 통의 편지가 배달된 것일까? 늘 주고받던 편지에 딱 두 번만 주소를 잘못 써넣어 배달된 것인가? 결국 인형과 함께 죽은 올빼미 농장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올빼미 농장을 찾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올빼미 농장을 찾으며 헤매는 주인공과 인형, 과연 그들은 찾을 수 있을까?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에 빠지는 듯한 느낌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먼트 키드의 조금은 남다른 행보 정도라고 할까. 손자라는 이름의 등장인물도 독특하다. 소설은 전혀 낯선 세계를 다루는 듯하면서도, 어찌보면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그래서 그 다음은 어떤 내용인데?' 하는 궁금증으로 다음 이야기를 읽어나간다.
중편소설이기에 얇은 책자는 부담없는 분량이다. 긴 호흡으로 소설을 읽을 때에는 한 템포씩 쉬어가며 읽어나가게 되는데, 이 책은 한 호흡으로 읽고 마지막에 긴 숨을 쉰다. 얼핏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는 듯했는데, 다 읽고 보니 큰 틀의 퍼즐이 조각조각 맞춰진다. 어쩌면 우리가 다른 이의 삶을 바라볼 때 이런 느낌인건가. 아니면 다른 사람이 우리의 삶을 볼 때 그런 것인가. 얇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다. 모처럼 독특한 소설을 만난 듯한 느낌에 낯설면서도 새로운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