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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은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이다. 제목을 보며 즉각 '맞아, 맞아!'하며 반응을 했다.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 어떻다고 괜히 변명하듯 얼버무리며 께름칙하게 느꼈던 불편한 시간들이 떠오른다. 속시원한 느낌이 들 것이라는 예감으로 이 책《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를 읽어보게 되었다. 사노 요코의 명쾌한 이야기를 보며, 나답게 사는 인생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사노 요코.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났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와 무사시노 미술대학 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 조형대학에서 석판화를 공부했다. 2010년, 7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삶이 별 다를 것 없다고 말하는 이 글을 읽고 왠지 모르게 힘이 나서 작가처럼 솔직하고 씩씩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건 솔직하고 거침없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 삶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들어 있어서가 아닐까?
_옮긴이의 말
솔직담백한 에세이를 읽으면 후련하다. 사노 요코의 글은 진솔한 언어라는 생각이 들어 깔끔하다. '머리말을 대신하는 자문자답'부터 인상적이다. '어른이 되고 나서 제일 기뻤던 일은?'이라는 질문에 "이건 확실히 알아요. 이혼했을 때예요. 객관적으로 보면 아주 불행한 일인데, 아침에 일어나니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는 거예요."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 앞에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는 솔직한 발언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들판에는 가련한 꽃도 핀다, 친구 따위 필요 없었습니다, 새는 찻주전자에 내일은 없다, "눈치가 빠른 녀석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 나는 늘 눈치 빠르게 행동했다, 이불을 깔 공간만 있으면 된다, 눈가에 은가루를 바르고 일어난 아들은 변두리 캬바레의 호스티스 같았다, 점점 더 모르게 되었다, 이윽고 아이는 어른이 된다, 코스모스를 심은 것은 심기가 불편한 중년의 아버지였다, 나는 엄마도 아이였구나 싶어 굉장히 놀랐다, 이래도 되는 걸까 고양이가?, 새가 하늘을 날고 있어도 불쌍하지는 않다 등의 글을 볼 수 있다.
사노 요코는 말로 내뱉기는 민망한 무언가를 속시원하게 풀어낸다. 독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라는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노 요코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이는 것이다. 솔직담백하게 말이다. 물론 읽으면서 '그건 아니지'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나의 생각일 뿐이다. 다른 인간이지만 비슷한 생각으로 겹쳐지는 교차점을 찾으며 읽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도 몰랐던 내 속마음을 들키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간의 감정은 시대와는 상관없이 엇비슷한 것인가? 각각의 짧은 글 뒤에는 언제 발표한 글인지 연대를 보여주는데, 대부분 1980년대이다. '이불을 깔 공간만 있으면 된다'는 1978년 작이다. 글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러면서도 곳곳에서 그 시대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지금과의 차이점을 발견하며 읽어나가게 된다. 아무래도 지금 시대의 글이 아니고 일본인의 글이기 때문에 시공의 차이가 없을 수는 없다. 그 또한 이 책을 읽는 재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