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 - 진화의학자 로빈 박사의 특별한 건강 상담소
권용철 지음 / 김영사 / 2017년 4월
평점 :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서적을 찾아 읽다보면, 이미 읽은 책과 상충되는 정보도 많아서 혼란스럽기 그지 없다. 그저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서 내 마음대로 실천하는 정도로 실행하고 '건강 관리를 하는 편이다'라고 스스로 위안하는 정도로 그치게 마련이다. 그래도 건강에 관한 서적은 일단 다양하게 읽으며 저자의 논리를 지켜보고, 새로 나온 책을 궁금해하며 들춰보게 된다. 이번에 읽은 이 책은 제목에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 몸은 아직 원시시대라니, 어떤 의미에서이며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일까? 궁금한 생각이 들어 이 책《우리 몸은 아직 원시 시대》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권용철. 진화의학자, 의학박사다. 정신과 전문의였던 당시, 미국과 캐나다에서 비만과 식이장애를 공부하면서 올바른 식습관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그 즈음 진화의학을 접했다. 단편적인 치료 방법의 한계를 느끼던 때에 질병의 근원을 탐구하는 진화의학에 매료되어 본격적인 공부를 싲가했고, 결국 질병 치료에 있어서도 먹거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모든 병은 음식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음식 치료 전문가 양성에 힘써왔다. 그 일환으로 '음식으로 암 치료하기', '음식으로 만성병 극복하기' 등을 주제로 음식 치료 강의를 해오고 있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정보가 적거나 상식이 부족해서 건강을 제대로 관리 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넘치는 정보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넷과 TV에 넘쳐나는 수많은 정보와 건강 상식이 우리를 혼란하게 합니다. (8쪽)
솔직히 말하자면 의사인 저자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라고 고백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된다. 1부 '우리 몸은 왜 갑자기 무너졌는가', 2부 '우리 몸과 어떻게 타협하며 살 것인가', 3부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 4부 '마음으로 유전자 스위치를 다스린다' 로 나뉜다. 1부에서는 장내세균과 면역, 노화 이해하기, 2부에서는 체온 조절의 중요성과 임신의 갖가지 문제들, 3부에서는 다이어트와 올바른 음식 섭취법, 4부에서는 우리의 크고 작은 마음 문제들을 다룬다.
이 책은 건강에 대한 여러 시각 중에서, 인간이 환경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적응하며 어떻게 살아남는가, 라는 관점에서 건강을 바라보려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보면,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건강에 대해 보다 근원적인 안목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 주장이 옳다 그르다, 저 주장이 옳다 그르다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확장된 안목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나아가 이런 안목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기를 희망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9쪽)
건강에 대한 책을 보다보면 어느 하나가 '정답'인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책에서는 건강에 좋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다른 책에서는 건강을 위해서는 피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되기도 한다. 단편적인 지식 말고 근원적인 면을 생각하며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느끼면서 읽을 수 있어서 의미 있었다. 꽤나 설득력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몰입해서 읽기에 좋은 건강 관련 서적이다.
특히 요즘에는 건강관련 책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어떤 음식이 좋다고 하면 유행처럼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브로콜리를 먹으면 죽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남미 안데스 지역에 사는 어떤 부족 사람들은 갑상선 기능이 유전적으로 취약하게 태어났는데, 브로콜리에 쓴맛을 느끼지 못하고 평소 잘 먹은 사람들은 대부분 갑상선 기능 장애로 일찍 사망하였고, 브로콜리에 쓴맛을 느끼는 사람들은 단순히 그 맛 때문에 거부감을 느껴 브로콜리를 먹지 않았고 유전적 문제가 있음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브로콜리가 몸에 좋다며 무조건 먹기를 권하기 보다는 싫다고 하면 왜 그런지 근원적인 이유를 생각해보고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음식은 없다는 것입니다. 남들에게 유익하다고 해서 자신에게도 유익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먹고 무엇을 먹어야 할까요? … 나의 유전자가 이런 급격한 먹거리의 변화에 맞춰 새로운 것을 부작용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좋은 음식이란 나에게 맞는 음식, 내 유전자가 처리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 (169-170쪽)
이 책에서는 '절대적인 건강관리법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어느 하나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강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많이 걷는 건강법은 관절이나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고, 다량의 생식은 간에 무리를 줄 수 있으며, 일방적으로 좋은 음식, 좋은 운동법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래서 이 책의 결론에 더욱 신뢰가 간다.
수많은 건강론에 대해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논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어느 것을 선택했을 때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결과를 신중히 고려해봐야 합니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건강법을 찾아보며, 또한 그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손해까지 함께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진화의학이 권하는 최선의 건강법입니다. (243쪽)
건강에 대해 상식으로 알려진 것도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해당되는 것은 드물다. 지금까지는 상식이었더라도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건강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부분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해서 수긍이 갔다. 또한 재미까지 놓치지 않은 책이다. 어떤 건강법이든 선택은 내가 하고, 거기에 따른 장단점도 내몫이라는 것을 알고나니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