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밀크 앤 허니 - 여자가 살지 못하는 곳에선 아무도 살지 못한다
루피 카우르 지음, 황소연 옮김 / 천문장 / 2017년 4월
평점 :
'밀크 앤 허니'라는 제목만 보아서는 달콤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맞다. 지독한 상처가 있기에 사랑이 더욱 달콤하고 부드럽게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제목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비해 표지는 한없이 어두운 검정색이다. '여자가 살지 못하는 곳에선 아무도 살지 못한다'는 부제도 독특하게 다가온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하여 이 책《밀크 앤 허니》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자가출판으로 시작했지만, 그녀의 시는 '스스로 날개를 달고 태어났다'는 표현을 들을 만큼 빠르게 SNS를 통해 퍼져나갔고, 수 차례 증쇄를 해야만 했다고 한다. 그 후 대형 출판사의 러브콜을 받아 다시 출간되었고,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스물한 살의 무명 시인이, 그것도 자가출판으로 시작한 책이 이뤄낸 놀라운 결과! 본문을 읽어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글 그림은 시인이자 화가인 루피 카우르가 했다. 사랑과 상실, 학대, 트라우마, 치유, 여성성을 주제로 한 시와 그림을 발표하며 세계를 향해 자신의 말을 전하고 있는 예술가다. 인도 펀자브에서 태어났으며 네 살 때 캐나다로 이민했다. 그녀가 자신의 글을 세상과 공유하는 것은 개선된 치유와 진보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녀의 독창적인 지향과 작품은 나라간 경계를 허물었고 지금도 전 세계 수많은 갤러리와 잡지, 책, 전시공간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다.
이 책의 차례를 보면 '그런 상처, 그런 사랑, 그런 이별, 그런 치유'의 네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사랑, 상실, 트라우마, 학대, 치유, 그리고 여성성을 다루고 있다. 몇 장 넘기다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이 말이 시를 쓰게 된 절실한 이유인 듯해서 뭉클해진다.
간밤에 나의 심장이 나를 깨워 울게 했다
어떻게 하지
나는 안절부절못했다
심장이 말했다
책을 쓰라 (책 속에서)
이 책에 담긴 시를 읽다보면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아프다. '그런 상처'로 이야기를 시작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묘한 설득력과 끌림으로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강렬한 인상이 전해지는 싯귀다. 아픔과 치유가 번갈아가며 느껴진다. 고통 속에 달콤함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시를 통한 생존기, 스물한 해 동안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이라는 저자의 말에 그 무게가 오롯이 전해진다.
이 책은 독자에게 인생의 가장 쓰린 순간들을 여행하게 하고, 그 안에서 달콤함을 발견해보라고 권한다.
우리가 찾으려고만 들면 세상 어디에나 달콤한 것을 있는 법이라며. (책 뒷날개 中)
누구나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와 일러스트가 함께 해서 강렬한 인상을 주며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다. 불편한 진실도 우리네 인생의 한 단면이기에 숨기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꺼내어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예술이 그 역할을 하며 수많은 공감을 끌어낼 때 우리는 치유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성이라면, 남성이라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