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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속편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의 만화와 글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담백함이 있고, 서서히 뇌리에 남아 우리 일상을 바라보게 되는 소소함이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어서 부담이 없는 데다가 어쩜 그렇게 속마음을 시원하게 표현하고 있는지 감탄하며 읽게 된다. 평범한 일상 속의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가도 사이다같이 속 시원한 글에 어느새 매료되고 만다. 이번에 읽은 책은《내 누나 속편》이다. 3년 전에 나온《내 누나》의 속편인데 이번에 처음 접하게 되었다. 공감하며 읽다보면 어느 순간 가슴이 시원해지는 유쾌통쾌한 이야기에 꽉 얹힌 듯한 봄날이 개운해진다.

이 책의 저자는 마스다 미리.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 수필가로 활동하며 재미와 진솔함이 깃든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진솔함과 담백한 위트로 진한 감동을 준 만화, '수짱' 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화제의 작가가 되었다. '수짱' 시리즈와 더불어 수많은 공감 만화와 에세이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일본에서 3~40대 여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다. 마스다 미리의 시리즈물 중에서 작가의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유독 돋보이는 시리즈물이 바로《내 누나》시리즈이다.
이 책에는 누나와 동생이 출연한다. 지하루는 30대 베테랑 직장인 누나다. 약간 고압적이고, 제멋대로이고, 의미 불명이다…? 하지만 사이다 같다! 준페이는 풋내기 샐러리맨 동생인데, 어리숙하고, 성실하고 대화하기 좋아한다. 그리고 살짝 귀엽다!
"이 이야기는 누나와 내가 잠시 둘이 살던 때의 기록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책을 읽는 남자들은 이런 누나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직선적으로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누나와 동생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남자들은 콕 짚어서 알려줘도 알까 말까한 여자들의 심리를 유머 있게 풀어낸 만화다. 이런 언니가 있어도 좋겠다.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속시원한 직선적인 화법에 은근히 힘을 얻는 느낌.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만화로 남매의 대화를 보여준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고 이들의 대화에 느끼는 것이 많다. 여자도 몰랐던 여자의 마음까지 낱낱이 들려주어 신선한 기분으로 읽어나가게 되는 만화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이야기를 간추리고 간추려 담아본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라는 만화를 보면 준페이가 대학 친구 여친이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금세 요리를 해줬는데 그 요리가 맛있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물론 누나가 그 스토리는 먼저 꿰뚫어보고 있었다. 준페이는 그런게 로망이라고 했는데, 누나가 조언을 해준다.
"냉장고에 있는 걸로 만들었다고, 남자가 믿도록 하기 위해 사둔 식재료, 그런 것이 여자의 주도면밀함이거든." (30쪽)

'헤어스타일'에서도 준페이의 행동에 한 수 가르침을 준다. 여자의 헤어스타일이 바뀐 것을 알아챈 나를 어필하는 것만으로 이미 100점이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있지. 여자는 이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머리를 자르는 거란다. 예쁘네." (119쪽)

머플러라는 제목의 만화다.
머플러 매는 법이라는 책을 갖고 있는 누나의, 머플러 매는 법은 늘 같습니다. (41쪽)

《스카프를 매는 50가지 방법》이라는 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막상 외출할 때에는 늘 매던 대로 하고 나가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이 책의 매력은 어느 부분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는 데에 있다. 내 마음이 담겨있는 듯한 느낌에 공감하게 되는 점이 놀랍도록 후련하다.
'나의 좋은 점'에서는 이런 언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없이 우울해질 때, 먼저 내 불행의 아우라를 느끼며 위로가 되는 한 마디를 건네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지하루같이 속시원한 위로를 건네줄 사람 말이다.
너의 좋은 점 같은 건 딱히 네가 몰라도 되지 않을까.
"너의 좋은 점은 다케시가 알고 있고, 다른 친구들도 뭐 알고 있을 테니 굳이 너 자신은 몰라도 되잖아. 뭐, 나도 알고 있고. 네 좋은 점." (65쪽)
'자아 찾기'에서는 '자아'라는 건 찾지 않아도 된달까, 결국 자기 혼자밖에 없는 거니까~라고 말하는 준페이에게 한 마디 해준다. 어제의 너와 오늘의 너는 같지 않다면 각각의 인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매일, 매일, 새로운 자신이 생겨난다고 생각하면, 태어난 이후 이미 1만 명 가까운 '자아'가 네게 붙어 있는 것이고. 그러니까 준페이, 너는 혼자가 아니야, 강하게 살아."라는 말에 준페이는 '앗, 나쁘지 않은데?'라고 반응한다. 지하루는 어느 순간 은근히 위로가 되고 기운을 얻게 되는 말을 툭 던진다.

준페이, 네 누나에게는 모든 여자의 일부분이 담겨 있어. (책 띠지 中)
《내 누나 속편》을 보며 여자의 심리를 넘어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내가 모르던 내 마음 속도 들여다본다. 여자들의 이런저런 심리를 보면서 나와 공통점을 찾는 것도 재미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는 단순한 그림체에 평범한 일상인 듯해서 처음에는 무덤덤하게 읽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확 끌려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이건 내 생각이랑 똑같잖아!'라며 읽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엿보는 듯하다. 좀더 높은 곳에서 넓게 인간을 바라본다는 느낌이랄까. 무방비 상태로 읽어나가다가 어느 순간, 뿜어내며 읽게 되는 만화다. 웃다가 공감하며 읽어나가는 시간이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