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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 -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안내서
데이비드 케슬러 지음, 유은실 옮김 / 21세기북스 / 2017년 3월
평점 :
인간은 언젠가 한 번 죽음을 맞이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이라는 막연한 그 시간에 대한 생각은 애써 미루고 미루게 된다. 삶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벅찬데, 죽음은 저 멀리에 있는 마지막 단계의 무언가라는 생각을 한다. 죽음에 대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생각할지도 모르겠고,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것이 사실이다. 이 책《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은 미국 호스피스 분야 베스트셀러이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안내서를 읽어나가며, 그동안 생각해보았던 것은 물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문제까지 낱낱이 짚어보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의 저자는 데이비드 케슬러. 작가이자 강연자이며 호스피스, 완화 치료 그리고 애도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내면의 평화와 존엄과 용기를 가지고 삶과 죽음의 문제를 대면하도록 도와주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 제이미 리 커티스, 마리안느 윌리엄슨과 같은 유명인이 사랑하는 사람의 투병 때문에 힘들어할 때 상담을 맡았고, 배우 앤서니 퍼킨스, 마이클 랜던, 기업가 아먼드 해머가 죽음을 맞을 때 도움을 주며 곁을 지켰다.
이 책에서는 죽음의 신체적 경험과 감정적 경험을 모두 탐구해볼 것이다. 그리고 아픈 가운데 어떻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하는지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나의 목적은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을 회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14쪽)
이 책은《죽음을 맞는 사람들의 권리》라는 제목으로 1997년에 처음 출간되었고, 2007년에《생이 끝나갈 때 준비해야 할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 10주년 기념판이 발간된 것이다.- 제목을 바꾼 이유는 저자와의 인터뷰에 나온다.- 10년이 지난 2017년에서야 한국어 번역서가 출간되었다. 1부 '여전히 살아 있는 사람들', 2부 '감정을 표현하기에 좋은 순간', 3부 '결정에 동참할 권리', 4부 '통증, 생의 말기에 등장하는 동반자', 5부 '통증과 감정', 6부 '영성의 필요성', 7부 '죽음을 대하는 어린아이들의 자세', 8부 '죽음의 모습', 9부 '태풍의 눈 속에서 마주하는 죽음', 10부 '홀로 마주하지 않는 죽음', 11부 '죽은 이의 몸' 등 총 11부로 구성된다. 에필로그 '생이 끝나가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 & 남겨진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이 수록되어 있다.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 부록으로 저자와의 인터뷰와 특별 칼럼 '환상, 여행 그리고 꽉 찬 방',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죽음'이 담겨 있다.
이 책을 읽는 데에 마음이 불편하고 엄숙해지는 것은 죽음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서일테다. 병으로 죽어가는 환자의 병상에 슬픔에 잠긴 가족들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상태로 불편해하며 모여있다. 장례식에 대한 말이라도 꺼낼라치면 누군가가 겁에 질려 나가서 '그 문제'를 의논하자고 한다. 환자는 말한다. "나 아직 죽지 않았어! 나한테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나에 대해 말해도 좋아. 그렇지만 나 없는 데서 하면 안 돼!" 이런 말은 병원, 집, 호스피스 기관에서 매일같이 들을 수 있는 말이라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마지막 순간까지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사람을 살아 있는 존재로 대해주어야 한다는 메시지에 공감한다.
우리는 죽음을 앞둔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도 안 되지만, 그를 망가진 사람이나 더 이상 온전치 않은 사람으로 취급해서도 안 된다. 병에 걸려서 비록 죽어가고 있다 해도 여전히 온전한 한 인간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삶은 죽음으로 마무리된다는 사실을 마지막까지 늘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한다. 죽음에 직면한 사람을 살아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서 자기 자신의 모습, 이야기, 희망, 존엄을 빼앗아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죽음을 앞둔 사람을 한 인격체로 바라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들이 품고 있는 희망을 지지하고, 그들의 존엄을 지켜줘야 한다. (25쪽)
처음에는 불편한 마음으로 읽어나갔지만 이내 지금껏 나의 선입견을 짚어보며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낸다. '나는 왜 그렇게 생각지 못했을까?' 반성하게 되는 문장부터 따로 적어놓고 싶은 소중한 문장까지 글귀 하나하나가 마음 깊이 새겨진다. 풍부한 실제 사례를 통해 죽음을 앞둔 환자의 마음으로 생각해보는 것 또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에 도움을 준다. 때로는 뭉클한 느낌이, 때로는 깨달음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배우는 느낌이 충만했다. 나의 죽음을 비롯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면 혼자 생각에 잠기는 것이 막연할텐데, 이 책을 통해 깊이 사색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병에 걸린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을 볼 때에는 그 사람을 온전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이 쉽지만, 병이 진행되면 환자는 한 인간이기보다는 그 환자가 앓고 있는 병, 그 자체가 되어버리고 환자를 온전한 한 인간으로 보기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는데, 바로 그 때야말로 환자를 온전한 존재로 생각해줘야 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또한 병으로 통증을 느끼는 환자의 가족이 어떻게 대응해야하는지도 이 책을 보며 인식해본다.
사랑하는 가족이 겪는 통증을 어떻게든 완화해보려고 최선을 다했다면 이제는 그저 옆에 있기만 하면 된다. 울고 싶어 하면 울도록 해주면서 함께 울면 된다. 함께 우는 것이 눈물을 참는 것보다 낫다. 손을 잡도록 해주고 통증이 찾아오면 손을 꽉 움켜쥐도록 해준다.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을 놀라게 한다고 하거나 통증에 굴복하지 말라고 요구하지 말라. 아픈 환자가 소리를 지르도록 내버려두거나 적극적으로 소리를 지르도록 도와주거나 필요하다면 함께 소리를 질러주자. 할 수만 있다면 함께 웃어주자. 그러고도 정말 아무것도 해줄 것이 없는 마지막 순간에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 "이제 통증을 어떻게 해볼 수가 없어. 없애버릴 수가 없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여기 앉아 있는 것밖에 없어. 여기 이렇게 함께 있을게. 끝까지 손을 잡고 있을 거야. 절대 널 혼자 두지 않을 게." (138쪽)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다가올 가장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순간을 내다보게 해준다. 또한 죽음이란 우리 자신을 '사랑'에 완전히 내어주는 행위임을 알게 한다. 마치 신의 품에 안기는 것처럼.
_테레사 수녀
마지막에 이른 사람과 그 곁을 지키는 사람 모두를 위한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자신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대해 다방면으로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는 책이어서 누구나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일단 읽어보면 가볍게 한 번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소장하다가 특히나 힘들어지는 순간 다시 펼친다면 막막한 현실에서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감동과 위로를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