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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파기
윤형중 지음 / 알마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은 책소개에서 본 이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2008년부터 2017년 3월까지, 지난 두 보수 정권에서 약속한 수많은 공약들이 얼마나 허망하게 파기되었는지 상세하고 집요하게 추적하고 써내려간 도서'라는 점에서 무조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손석희 JTBC 사장이 추천했다는 점도 한몫했다. "공약집을 읽어보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 아마 후보 자신도 꼼꼼히 읽어보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까지 현실에서 무시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책《공약파기》를 읽으며 대선을 한달 여 앞둔 시점에서 조금 더 정치에 관심을 갖고, 특히 공약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책의 저자는 윤형중. 한겨레 정치부 기자이다. 사건, 사고의 표면이 아닌 이면에 자리 잡아 지속적으로 문제를 만들어내는 '구조'에 관심이 많다.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기사를 한 번 쓰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천착하며 문제제기와 대안 모색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 책도 그런 믿음의 소신이다.
제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뚜렷합니다. 함께 공약을 검증하고 분석하자, 함께 공부해보자,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함께 목소리를 내자는 것입니다. 꼭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이 뜻에 동의한다면 그 마음을 모아 '정치가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기능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7쪽_머리말 中)
저자는 켄 로치 감독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이란 영화에 나오는 대사를 언급한다. '무엇에 반대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쉽다. 그러나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 대사는 한국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설명을 이어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반대하는 입장을 정하는 것은 잘못이 명백했기 때문에 쉬웠지만, 우리가 그다음에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저자는 그 지향의 대상이 정책과 공약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통해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과 정책들을 살펴보며 다음 대선에서 정책과 공약의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켜볼지 파악해본다.
이 책은 총 12장으로 구성된다. 1장 '현실정치에서 공약의 위상', 2장 '공약파기의 예고편', 3장 '실패한 공약에 대한 집착', 4장 '배신의 정치, 정치의 배신', 5장 '방치된 불평등', 6장 '공약 뒤로, 역주행', 7장 '저당 잡힌 보금자리', 8장 '아마추어 주택 공약', 9장 '사라진 울음소리', 10장 '악마는 숫자에 있다, 11장 '제4차 산업혁명기에 나온 새마을 지도자', 12장 '청년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나뉜다.
솔직히 몇 번이나 마음을 가라앉히고 안정시키면서 읽어나갔다.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국가 전액 부담에 대한 이야기부터 뒷골이 당긴다. 뻔한 거짓말이지만 지키지 못할 공약을 그렇게 자신있게 내세우지는 않겠지, 그래도 언젠가는 시행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방관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생각했던 것이 하나 둘 무산되면서 한숨쉬고 포기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아까워지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진료비 공약의 파기 논란은 정부 출범 이전인 인수위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당시의 논란은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지속된 공약파기의 예고편이었을 뿐이다. (68쪽)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은 열여덟 개 중 제대로 이행되었다고 평가받는 것은 네 가지이다. 제대로 이행한 공약을 네 개, 이행하려고 노력한 공약을 두 개, 시늉만 낸 것은 한 개였다며 하나씩 점검을 한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 보금자리주택 공약, 저출산 문제 등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며 혀를 끌끌 차는 시간을 보낸다.
처음부터 허황된 공약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대개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말한다. 별로 감정적으로 반응하지도 않는다. 공약에 대한 기대가 워낙 낮은 데다, 허황된 공약은 더 실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공약으로 현실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264쪽)
저자는 공약에 대한 책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고 가까운 지인들에게 책의 취지를 설명할 때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선거 공약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냐"라고 한다. 그렇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출간한 것은 잘한 일이고, 읽어보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공약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다음으로 갈수록 허황된 눈속임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공약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저자의 바람대로 공약을 함께 검증하고 공부하며 문제가 있을 때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다음 선거에는 공약을 세세히 살펴보고 실현 가능한지 판단하는 과정을 꼭 실천해야겠다. 그런 마음가짐에 힘을 실어주는 정치도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