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 - 제주살이, 낭만부터 현실까지
김지은 지음 / 처음북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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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제주 이주민이다. 올레길을 걷다가 문득 '이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이주를 감행했다. 처음에는 일 년만 살아보겠다고 무작정 왔지만, 일 년이 이 년이 되고 어느덧 칠 년에 접어들었다. 처음에는 좌충우돌, 실수 투성이였다. 누구에게 물어볼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집을 구하는 문제부터 낯선 언어, 다른 문화, 사고방식까지 달라서 의아하던 순간들….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듯해서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누군가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이 알려주었다면 실수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알고 보니 내가 이주하던 무렵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로 이주해왔고, 또 이곳에서 지내다가 다시 제주를 떠나기도 했다. 

 

 

제주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이 책《제주도에서 한 번 살아볼까?》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김지은. 서른 살에 새로 생긴 꿈이 제주살이. 그렇게 로망으로 시작된 제주생활도 어느덧 4년차 베테랑이 되었다. 제주에서 집을 구하고, 제주 생활을 시작하며 겪었던 일들과 생각을 이 책에 소소하게 담아냈다. 부록으로 '초보 제주 이주민 탈출을 위한 꿀팁'을 들려준다. 추천할 만한 이주민 대상 강좌, 자주 쓰는 제주어 표현, 내가 제주에 집을 짓는다면 등을 볼 수 있다.

제주 이민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휴양지로서의 제주와 '제주 이민자'가 느끼는 현실의 제주는 사뭇 다르다. (책 뒷표지 中)

 

집 구하기부터 셀프 인테리어로 집 꾸미기, 괸당에 대한 생각과 먹고 사는 문제, 제주에서 반려견 키우기, 외로움에 대한 것이나 차 없이 제주에서 살기, 요란한 제주 날씨에 대처하는 자세, 태풍이 지나던 날, 서울엔 있고 제주엔 없는 것들, 왜 '제주'여야 했을까 등등 이 책을 읽으며 제주에서 생활하며 겪은 일들과 그에 대한 생각을 볼 수 있다.

어쩌면 내가 선택한 제주 이민은, 나 자신에게 선물한 '기약 없는 안식년'일수도 있겠다고 말이다. 혹시 내가 언제 어떤 이유로 다시 서울에 가게 되더라도, 나 스스로 허송세월했다는 마음이 들지 않도록 이 시간을 의미 있게 채워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8쪽)

 

 

 

 

 

그동안 읽은 제주 이주자들의 책 중에서 가장 나의 이야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책이다. 다른 일을 제쳐놓고, 다른 책보다 이 책을 먼저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그만큼 공감하며 읽어나간 책이다. 흔히들 제주도에 무언가를 할 생각으로 오거나, 아니면 와서 게스트하우스든 커피숍이든 공방이든 음식점이든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본다. 하지만 지치고 힘들어서 휴식이 필요했던 나에게는 남의 이야기 같았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니다. 서울 토박이로 살았던 점, 서울은 당연히 내가 살아야 할 곳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제주에 살고 있다는 점, 그것도 그냥 살아보고 싶어서…. 내가 처음 계약할 뻔했던 집이 감나무 집이었는데, 혹시 거기? 비슷한 생각에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솔직히 제주에 처음 내려올 때만 해도 나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내려오진 않았지만, 제주에서 뼈를 묻겠다거나 제주도의 오름을 전부 정복하겠다거나 하는 야무진 꿈은 애초부터 없었다. 당연히 제주에서 몇 년 동안 살겠다는 계획도 없었고. (151쪽)

 

제주살이, 낭만부터 현실까지 솔직담백하게 담아낸 한 청춘의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제주살이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것도 의미 있었다. 비슷한 생각으로 이곳에 정착하고 있는 서울토박이였던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나에게는 흥미로웠다. 분명 이곳의 삶은 서울과는 다르고, 그런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이곳에 계속 살지 다시 도시로 나갈지 결정짓게 된다. 제주살이에 대해 엿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솔깃하고, 제주에 이주해온 수많은 사람 중 어떤 이의 생각과 생활이 궁금하다면 이 책이 재미있게 술술 읽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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