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2
오채 지음 / 비룡소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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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4회 마해송 문학상 수상작가 오채의 첫 청소년소설이다. 이 소설의 작가 오채는 노을 지는 모습이 아름다운 전라남도 안마도에서 태어났다. 그 장소의 힘이 작가에게 글을 쓸 힘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다보면 어느 순간 노을 지는 바닷가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바람의 다름을 또렷하게 기억한다. 늦여름 저녁, 마당에 앉아 있으면 내 팔에 들러붙던 눅눅한 소금기까지……. 노을이 질 때면 내 안에 들끓는 모든 날것들이 고요해지고 하염없이 노을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곳. 그 바닷가의 묵직한 질량이 나로 하여금 계속 글을 쓰게 한다. (234쪽_작가의 말 中)

 

작가에 대해 모르고 읽었다가 글의 힘을 발견하고 의외의 기쁨을 누릴 때가 있다. 이 소설《우리들의 짭조름한 여름날》도 마찬가지다. 박초아의 집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일단 다른 일을 제쳐두고 나를 붙잡아두는 힘이 있는 소설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을 읽을 때에는 일단 펼쳐들면 소설 속 인물들의 상황이 궁금해지고 이들의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는 힘이 있어야 읽는 보람이 있다.

 

 

 

박초아는 수업 시간에 딴 생각을 한다. 오늘은 질량보존의 법칙이 어떻게 성립되는지 알아보고, 다음 시간에는 일정성분비의 법칙에 대해 알아보자는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빨간 딱지' 때문이다. 아침에 집에 들이닥친 사람들이 붙인 빨간 딱지는 어떻게 됐는지 영 마음이 쓰인다. 결국 '당장 조퇴하고 집으로 와. 당장!'이라는 엄마의 문자를 보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눈앞에는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머리 채 잡고 잡히고, 돈 못내놓겠다고 으름장 놓으며 말다툼을 하고 있는 낯선 여자와 엄마.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막막해진다.

 

결국 엄마와 초아, 이복동생 청록이는 할머니가 계신 섬으로 향한다. 왜 쓸데없이 섬에 가느냐고? 초아는 한 달 정도 숨어 있으려고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엄마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그걸 가지고 나와야 해. 그것만 있으면 우리 집 되찾는 것, 문제도 아니야." 굉장한 가치가 있는 문서라고 한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모두 할머니에게 잘 보이고 무조건 눈에 들어야 한다고. 이쯤 되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도대체 그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과연 할머니가 순순히 그 문서를 내어주실까? 이 소설은 그들만의 보물섬으로 가서 벌어지는 일들을 유쾌하게 담고 있다.

 

이 소설이 흥미로운 것은 현실은 암울하지만 무겁고 어둡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춘삼 아저씨네 밭에서 발견한 호리병을 박물장수가 비싸게 사갔다는 일화를 듣고 엄마는 춘삼 아저씨네 밭을 발굴하자고 한다. 이들은 종이에 각서를 쓰고 일을 시작한다. '이 자리에 있는 황춘삼, 양귀녀, 박초아, 이시호는 발굴 작업에 동참해서 누가 먼저 발굴을 하더라도 그 이익을 똑같이 분배할 것을 서명한다.(112쪽)' 보물 발굴단의 어이없는 행동들이 웃음을 불러 일으킨다. 호미로 밭을 매며 보물섬에서 보물을 찾는데, 진짜로 백자같은 것이 나왔다. 과연 보물이 맞을까? 그들은 진품명품 방송에까지 연락하여 감정을 받는데 과연 그 결과는?

 

온전한 삶의 조건을 가진 이가 얼마나 되랴. 저마다 고장 난 구석이 있기 마련이고 여기서 비극성이 비롯된다. 이 소설은 부모 자식 관계라는 선택할 수 없는 조건에서 비롯된 여성 3대의 비극성을 다룬다. 하지만 격발이나 좌절이 아닌, 경쾌함과 유머가 곳곳에 숨어 있다. 또한 소설 자체가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은 딸, 아빠처럼 살고 싶지 않은 아들에게 던지는 독자적 삶의 방식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동화를 써 온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이지만, 균형을 유지하는 서사적 거리와 살아 있는 디테일, 섬이라든가 보물과 같은 상징성을 구사하는 솜씨는 또 한 사람의 믿음직한 청소년 소설 작가를 기대하게 한다.

_김경연 (문학 평론가)

 

일생일대의 인생 역전을 꿈꾸며 보물을 찾아나선 이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낸 청소년 소설이다. 이 소설을 보면서 의외로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백희가 돌아왔다>가 떠올랐는데, 이 내용으로도 드라마 제작을 하면 보는 즐거움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유쾌하고 통통 튀는 청소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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