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출신입니다만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인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언제까지 문과라서 죄송할 건가? 우리도 성공한 문과가 되자! 이 책의 제목『문과 출신입니다만』못지 않게 표지에 초록색으로 적힌 문장에 눈길이 간다. 문과 출신의 넋두리를 담은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성공한 문과 남자의 이과 콤플렉스 극복을 위한 대담집'이라는 설명을 보고 나서야, 이과 세계의 선두주자 15명과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년 동안 인터뷰하고 대담을 통해 얻어낸 통찰력까지 알차게 담은 이 책을 읽어본다.

 

 

이 책의 저자는 가와무라 겐키. 도호 영화사에서 <전차남>,<고백>,<악인>,<모테키>,<늑대아이>,<기생수>,<괴물의 아이>,<바쿠만> 등의 영화를 제작했다. 2010년에 미국 잡지「더 할리우드 리포터에서 '넥스트 제너레이션 아시아'로 선정되었고, 2011년에는 우수 영화 제작자에게 수여하는 '후지모토 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2012년에 발표한 첫 소설『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 서점 대상 후보로 오르며, 120만 부 판매를 돌파한 베스트셀러가 되엇다. 2016년에는 사토 타케루와 미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수학과 물리를 어려워했다. 화학과 생물도 싫어했다. 이과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채 도망치듯 사립 문과 대학으로 진학했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를 만들고 소설을 쓴다. 어느 모로 보나 문과 남자다.

'이제 이과와 무관한 삶을 살 수 있겠구나…….'

어른이 되고 솔직히 안심했다. 드디어 이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깨닫고 말았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까지, 지금 세계를 결정적으로 바꾸고 있는 이들은 바로 이과인人이다. 그리고 미래를 바꾸는 것도 분명 그들일 것이다. (4쪽_머리말 中)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를 초장부터 공감하며 읽어나간다. 이 정도 되면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된다. 생각을 뛰어넘는 책이라는 점에 일단 관심이 끌렸다. 이과 콤플렉스를 짊어진 문과 남자가 이과 선두주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시야를 넓혀온 기록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책에는 총 15인과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해부학자 요로 다케시, 카도카와 대표이사 사장 가와카미 노부오, 도쿄예술대 대학원 영상연구과 교수 사토 마사히코, 닌텐도 전무이사 크리에이티브 펠로 미야모토 시게루, 미디어 아티스트 마나베 다이토, 준텐도대학 심장혈관외과 교수 아마노 아쓰시, 로봇 제작자 다카하시 도모타카, 통계 전문가 니시우치 히로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우주비행사 와카타 고이치, 이론물리학자 무라야마 히토시 등 이과인들과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먼저 목차를 보며 그들의 핵심 메시지를 살펴본다.

 

"세상일 중 20퍼센트 정도는 틀렸을지도 모른다." 

_ 요로 다케시(해부학자, 작가, 곤충연구가)

"온 힘을 다한다고 꼭 가장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바로 통계학이다."

_니시우치 히로무 (통계 전문가)

 

"위대한 수학자는 정리를 하나하나 제대로 증명하는 대신, 자신만의 직감으로 '아마도 맞는 것 같다'라고 추론한 뒤, 길게는 수백 년에 걸쳐 증명해 나간다."

_무라야마 히토시 (이론물리학자)

 

각 장의 맨 앞에는 해당 이과人의 이력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성공한 문과인이 각 분야에서 전문가로 활동 중인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묶어서 출간한 것이다. 목차를 살펴보며 눈에 들어오는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골라서 읽어봐도 좋을 것이고,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봐도 좋다. 어떤 이의 이야기를 읽어도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함이 있다. 첫 주자인 요로 다케시의 이야기부터 읽어보아도 정신이 번쩍 드는 설렘이 있을 것이다.

 

요로 다케시와의 대담 중 '멘델의 법칙은 거짓말이다?'를 보면, 19세기 식물학자 멘델의 논문에 관해 로널드 피셔라는 영국 통계학자가 한 분석에 대해 나온다. 로널드 피셔는 멘델의 가설이 옳다고 가정한 다음 그가 발표한 결과가 나올 확률을 계산했더니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데이터가 지나치게 딱 맞아 떨어졌는데 틀림없이 실험 결과를 조작했을 거라는 결론이다. 지금까지 확실하다고 생각하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지금까지의 생각을 뛰어넘는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게 된다.

"무엇을 믿을 것인지는 스스로 찾아낼 수밖에 없다. 내게는 그것이 해부와 곤충 채집이었다." (27쪽)

마무리과 가르침을 통해 대담 내용에서 얻는 핵심 메시지를 본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시야를 크게 넓혀 온 기록을 보며,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한 권의 책으로 그 깨달음을 함께 나눈다.

 

 

나카무라 유고 교수의 가르침

이야기가 절정을 맞이한 다음에는 시들해진다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생각해 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영상이나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늘 똑같은 분위기를 유지해서 계속 봐도 질리지 않게 만들고 있다. '이것을 프로그램으로 자동화하려면 어떡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한 마디로 명확한 알고리즘으로 정착시키고 싶다. 어떤 부분은 틀에 딱 맞춰져 있고, 또 어떤 부분은 사용자의 조작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한다. 그 경계선을 마련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지나치게 자유로우면 너무 산만해지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틀에 맞추되 약간만 일탈시켜서 변화를 주는 정도가 딱 좋다. (256쪽)

대담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담을 통해 저자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정리해서 마지막 단계에서 보여준다.

 

어찌보면 전혀 상관없는 분야의 사람을 인터뷰한 것인데, 세상 모든 일은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음을 이 책을 읽다보면 깨닫게 된다. 머리말에 저자가 언급한 내용이 이 책을 다 보고 나서야 강하게 다가온다. 격한 공감과 함께.

처음에 나는 이과와 문과의 차이를 알려고 했다. 문과에 있고 이과에 없는 것. 이과에 있고 문과에 없는 것. 그 차이를 통해 각각이 해야 할 일을 찾아내려 한 것이다. 그러던 중에 깨닫기 시작했다. '이과와 문과는 똑같은 산을 다른 길로 오르고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5쪽_머리말 中)

 

이 책을 읽고 나면 각 대담의 마지막에 담긴 '가르침'을 한 번 더 훑어보게 된다. 이과 콤플렉스가 있는 문과 출신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를 보고 싶은 사람, 이과 세계의 선두주자와의 대담이 궁금한 사람들 모두에게 이 책은 특별함을 선사할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기에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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