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리 여행에서는 미술관 박물관 방문을 원없이 하려고 계획했고, 실행에 옮겼다. 파리에 가기 전에 이 책 저 책 뒤적여본 것이 영향을 주었다. 예전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미술 작품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실물을 직접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직접 가보니 생각보다 별로여서 실망한 곳도 상당수. 그래도 그 중에서 가보길 잘했고, 다음에 또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였는지 생각해보니 세 군데로 압축된다. 그 중 오늘은 '퐁피두 센터'의 추억을 되살려본다.

 

1. 퐁피두 센터

1969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퐁피두가 파리 중심부 재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지은 건물이다. 설계는 국제 설계 공모전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건축가, 피아노와 영국의 로저스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들이 맡았다. 색색의 파이프와 유리로 이루어진 기묘한 외관에 지상 7층, 지하 1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립 근대 미술관을 비롯해 도서관(BPI), 현대 음악 연구소(IRCAM), 영화관, 창조과학센터가 들어서 있다. 미술관에는 마티스, 피카소, 미로, 레제, 자코메티 등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저스트고 프랑스 89쪽)

때마침 마그리트 작품전이 열리고 있어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퐁피두 센터는 M11 Rambuteau역에서 내리면 된다.


퐁피두 센터
M11  Rambuteau역에서 바로
11:00~21:00  (화요일 휴관)
매월 첫째 일요일 무료
 
파리에는 화요일 휴관인 미술관 박물관이 많으니 일정을 짤 때 꼭 참고해야 한다!!!!!!


퐁피두 센터의 외관


퐁피두 센터의 외관
'아직 공사 중인가?' 라고 생각되는 외관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뼈대를 투시해서 보는 느낌이 들어서, 독특한 개성에 푹 빠져 한참을 밖에서 바라보게 된다. 외관 자체로도 기존의 건물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 밖에는 줄이 길지 않아서 안심하고 바깥 구경에 시간을 더 보냈지만, 바깥의 줄은 첫 번째 관문일 뿐이다. 파리 테러 이후에 점검이 강화되었는지, 입장하는 문 앞에서 가볍게 짐 검사를 한다. 나중에 안으로 들어가보니 안쪽에 줄이 훨씬 더 길었다. 30분 이상은 기다린 듯.
 
내부에 있는 짐 맡기는 공간에도 줄이 늘어서있다. 미술관 관람을 할 때에는 맨몸으로 다니더라도 나중에는 지친다. 여기까지 왔는데, 작품 하나라도 더 보고 가고 싶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마련이니, 숙소에서 최대한 가볍게 하고 나오는 것이 필수. 클락룸 앞의 줄 또한 상당히 길어서 결국 포기하고 그냥 들고 다니기로 하고, 표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섰다. 사람이 별로 없는 때였는데도 30분 이상 소요. 볼만한 전시가 많아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입장할 것.
 
 

    
  퐁피두 센터 입장권 앞면 
      



                                           
      입장권 뒷면 
 
 
 
내부에서 구할 수 있는 퐁피두 센터 지도




지도를 보며 어디부터 관람을 할지, 어느 곳을 중점적으로 볼지, 동선을 정해놓고 다니면 유용하다. 보통 맨위 층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식으로 관람한다.
 
다음에 간다면 기획전이면 기획전, 상설전이면 상설전. 목표를 하나만 정해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시 조금 넘은 시간부터 4시까지, 강행군을 하고 나니 완전히 지쳐서 숙소에 돌아왔다. 하지만 과연 다음에 또 간다면 전시 하나만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가면 욕심이 드는 곳이니......
 
기억에 남는 전시 컷 1


전자제품을 사면 흔히 볼 수 있는 상자를 이렇게 모아놓으니 작품이 되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현대미술은 지금껏 흔히 보던 것을 낯설게 하며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집에도 이렇게 해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표절이니 그냥 감상만 하는 걸로~!
 
기억에 남는 전시 컷 2


작품 자체도 중요하지만 조명이 감상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다른 미술관들과 마찬가지로 퐁피두 센터 안에서도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플래시만 터뜨리지 않는다면. 
 
 
*** 마그리트 특별전
 


퐁피두 센터에 갔을 때에 마그리트-이미지의 배반이 열리고 있었다. 

르네 마그리트 (1898-1967)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친숙하고 일상적인 사물을 예기치 않은 공간에 나란히 두거나 크기를 왜곡시키고 논리를 뒤집어 이미지의 반란을 일으켰다. 장난기 가득하고 기발한 상상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관습적인 사고의 일탈을 유도한다. (두산백과)
 
마그리트 작품 1


이미지의 배반-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
파이프 그림을 보며, 파이프가 아니라는 설명을 덧붙인 이 작품은 '이미지와 대상, 언어와 사고 사이의 필연적인 관계를 전복시킨다.'라고 누군가가 설명한다. (네이버 검색)
설명은 나중에야 찾아본 것이고, 작품 앞에서의 느낌은 단순하면서도 복잡했다. 파이프 보고 파이프가 아니라니. 인식의 세계를 교란시키는 작품이다. 파이프인데, 파이프가 아니라니 아닌 것도 같고......

마그리트 작품 2


철학자의 등불
이런 그림 좋다.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고집>처럼 초현실주의 특유의 늘어지는 그림.
 
마그리트 작품 3



사람들이 많아서 떠밀리듯이 작품을 감상하다가 제일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다가 사진으로 담았다. 
<붉은 모델>이라는 작품이다. 1935년作

<붉은 모델>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인간의 벗은 두 발 혹은 발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한 짝의 변형된 신발이다. 신발이기도 하고 발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듯 마그리트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이것이기도 하고 저것이기도 한’ 양가성을 두고 정신분석학자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체험한 마그리트의 유년과 연관 짓는다. 즉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인정과 부인을 오가는 어린 마그리트의 집착이 그림에서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붉은 모델>은 1937년 원작보다 더 잘 그려진 <붉은 모델 Ⅱ>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사실 마그리트는 이후에도 수차례 이것을 변형한 후속 작을 내놓을 만큼 신발과 발의 합성 이미지는 그가 애착을 보인 모티프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붉은 모델 [Le modèle rouge] - 르네 마그리트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 지엔씨미디어)

 
마그리트 작품 4


제목은 모르겠지만, 컵 안에 든 기린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

 

마그리트 작품 5


<데칼코마니> 1966년 작품 


데칼코마니라는 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이 작품에는 중산모(꼭대기가 둥글고 높은 예장용의 서양모자)를 쓴 남자의 이미지가 중앙을 중심으로 대칭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데칼코마니 기법을 통해 만든 모습과는 다르게, 이 작품의 대칭적 이미지는 그 형태만 같을 뿐 서로 담고 있는 내용에는 차이를 보인다. 화폭의 오른편에 그려진 바다와 하늘의 모습은, 왼편의 남자가 자신의 몸으로 가리고 있는 부분을 그대로 가져와 그려놓은 듯 보인다. 하지만 정작 남자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보다도, 커튼 가운데 기묘하게 남아있는 바다 풍경은 더 밝고, 선명하게 느껴진다. 

<백지위임장(Le Blanc-seing)>이 그러했듯이 이 작품 역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물에 대한 개념에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그림을 보는 이들은 캔버스 속 남자와 커튼, 바다와 하늘 중 어느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 알지 못하며, 어떤 것이 다른 것들보다 앞에 놓여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결국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그림이 가지고 있는 ‘모사’라는 속성에 대해 고민하게 되며, 이는 일상적인 경험에서는 얻기 힘든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 낸다.

[네이버 지식백과] 데칼코마니 [Decalcomanie] - 르네 마그리트 (ADAGP Banque d'Image, 지엔씨미디어)

 

 

사람들이 제법 많았던 2016년 11월 21일 월요일 퐁피두 센터 마그리트 특별전. 지금 생각해보니 작품 사진을 좀더 찍어왔어도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살짝 느껴진다.


 

마그리트 작품 감상을 마치고 나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기 전, 파리 전경을 감상하고 비둘기 떼거리도 바라본다. 비가 내려서 조금은 음침했던 바깥 풍경.



​밑의 층으로 내려와 감상을 계속했다.

퐁피두 센터에서 작품보다 더 시선을 끈 것은 단체로 학습 나온 어린이들.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조용히 앉아서 선생님의 말씀에 귀기울이며 무언가 적어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마티스의 작품 앞에서!

그 모습이 기특하고 부러워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아이들이 시끄러운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하면서......


 


조용히 경청하는 학생들.

불어를 알아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되던 순간이다.




마르셀 뒤샹의 <샘> 앞에서




이브 클랭의 블루 앞에서 한참을 설명 중이다.



 

퐁피두 센터 관람은 두 번째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따라다니기만 했고, 이번에는 조금은 공부하고 방문했다. 특히 이번 방문은 현대미술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에너지를 전달받는 느낌,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기분이었다. 다음 번에 다시 파리에 가도 꼭 들러야겠다고 생각되는 곳이 퐁피두 센터. 사진을 보며 그곳의 기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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